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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y 19. 2020

신비주의 음악가, Emotional Oranges

장르 인사이드 #힙합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개인의 일상을 드러내며 팬들에게 가족 같은 친숙함으로 어필하는 시대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자신의 정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음악가가 있으니, 바로 Emotional Oranges다. 


LA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듀오는 라이브 공연에서만 얼굴을 드러낼 뿐,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 커버 아트에서는 철저히 정체를 감춘 채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무드 있는 음악과 비밀스러운(?) 활동은 요즘 세대 리스너들과 힙스터의 취향을 함께 저격했고, 두 장의 EP는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9천만이 넘는 재생 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Emotional Orange의 EP 중에서 필청 트랙을 짚어보며 이들의 매력을 알아보도록 하자.


글ㅣ힙합엘이


Sundays

Emotional Oranges는 남녀 혼성 듀오다. 작품 전반에서 이들은 연인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각각 남녀의 입장으로 풀어낸다. 한국 팬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랙 'Sundays' 역시 그렇다. 이들은 일요일마다 좋은 시간을 보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가사를 통해 권태기에 빠진 연인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크레딧을 보면 트랙의 프로듀서에서 Azad Right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본인을 "A"라 일컫는 Emotional Oranges의 남성 멤버이다. 그는 감성적인 기타 사운드로 곡을 시작한 뒤 두꺼운 드럼 비트를 위에 얹어 트랙의 무드를 점점 더 심화해 나간다. 이렇듯 무드 있는 사운드와 함께 특정 상황을 각각 남녀의 입장에서 풀어낸 가사는 듀오의 확실한 장점이자 매력이다.


Emotional Oranges – Sundays

Emotional Oranges - Just Like You


West Coast Love

현재까지 Emotional Oranges는 두 개의 EP를 발표한 상태다. 두 장의 EP는 사랑이란 메인 테마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장르를 아우른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그래도 나름 차이점을 짚어보자면 [The Juice: Vol. II]의 경우에는 좀 더 90년대 힙합/R&B의 향취가 물씬 나는 편이다. 이는 둔탁한 사운드의 힙합 비트를 음악에 도입한 덕분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도 이들은 DJ Premier를 비롯한 힙합 프로듀서들의 곡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트랙으로는 'West Coast Love'를 들 수 있다. 트랙은 샘플링된 사운드 소스와 함께 골든 에라 시절의 힙합 음악을 듣는 듯한 비트가 인상적이다. 듀오는 A Tribe Called Quest의 'Can I Kick It'을 자연스레 가사에 인용하며 이전 시대에 대한 자신들의 애정을 드러낸다.


Emotional Oranges – West Coast Love

Emotional Oranges - Not Worth It


Your Best Friends Is Hater

Emotional Orange가 음악 팬들의 눈도장을 찍게 된 계기를 짚어보자면, 아무래도 Vevo의 라이브 클립인 DSCVR 출연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오렌지빛 조명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Your Best Friends Is Hater' 등을 불렀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영상이 퍼지면서 명성을 얻었다. 


곡에서 듀오는 랩과 노래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연인에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해당 트랙은 마디마다 반복되는 싱코페이션 리듬 때문에 Timbaland와 Darkchild로 대표되는 90년대 말에서 00년대 초의 R&B 음악들을 떠올리게 한다. 인터뷰에서 Azad Right은 이 트랙을 00년대 R&B의 인기 가수 Avant의 'Makin' Good Love'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원곡과 비교하여 감상한다면 더욱더 재미있을 거다.


Emotional Oranges – Your Best Friends Is Hater


Personal

Emotional Oranges는 등장 당시부터 음악 매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싱글을 선보였다. 비주얼 역시 마찬가지. 이들은 SNS에서 본인의 사진을 올리지 않고 Sade, Lauryn Hill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얼굴에 문구를 합성해 업로드했다. 


'Personal'은 첫 EP [The Juice: Vol. I]의 수록 곡임과 동시에 두 번째로 공개된 Emotional Oranges의 싱글이다. 해당 곡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감각적인 Nu-Disco 사운드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VHS 화질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네온사인과 강한 조명 아래에서 모델을 등장시켜 패션 필름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SNS 세대의 뮤지션들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컨셉추얼함. Emotional Orange는 훌륭한 모범사례라 할 수 있겠다.


Emotional Oranges – Personal

Emotional Oranges – Built That Way


Motion

Emotional Oranges의 두 멤버는 각각 Adele의 보컬 디렉터와 Drake의 녹음 엔지니어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다. 이들이 만난 건 재미있게도 당시 여성 보컬이 남자 멤버의 룸메이트와 연인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서로 친분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둘은 당시 공연과 클럽에서 선보일 30분짜리 셋을 작업하게 되었고,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자 팀을 이뤄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팀은 2017년부터 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엔지니어와 프로듀서들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곡을 작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의 첫 결과물인 'Motion'은 80년대 Post Disco 사운드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특히 여성 보컬의 파트를 듣다 보면 Sade의 이름을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리게 될 거다.


Emotional Oranges – Motion

Emotional Oranges – Corners Of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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