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D/A 컨버터와 네트워크 플레이어 고르는 법

흥미진진한 Hi Fi 이야기

by Melon

오디오 책을 내고 오디오와 음악에 관한 글을 연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스피커는 스피커 자체의 성향보다는 그 스피커와 어울리는 앰프의 조합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스피커의 성향은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떤 앰프를 연결했느냐, 스피커가 세팅된 공간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재생하는 음악의 장르는 어떤 장르인가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피커는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분명한 오디오 기기입니다.


글ㅣ한지훈(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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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탄노이 스피커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든 BTS의 'Black Swan'을 듣든 탄노이 스피커에서는 탄노이 스피커의 소리가 나고, 이는 1940년대에 만들어진 탄노이 스피커든 지금 만들고 있는 탄노이 스피커든 오디오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습니다.


앰프 역시 각 브랜드별로 아이덴티티가 있고 헤리테지가 있습니다. 아직도 마크 레빈슨의 기기는 소리는 약간 가는 편이지만 극한의 해상도를 추구하고, 현존하는 최고가 브랜드 중의 하나인 FM 어쿠스틱스의 앰프는 소리를 상당히 예쁘게 만듭니다. 제프 롤랜드의 앰프는 무색무취 그 자체이며, 에어의 앰프는 맑고 투명하면서도 배음이 많아 공간을 채우는 하이엔드의 정의 같은 소리를 만듭니다. 국내 브랜드인 KTS 오디오의 기기는 다른 그 어떤 브랜드의 앰프도 따라올 수 없는 극강의 가성비를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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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앰프는 앰프 그 자체의 성향보다는 스피커를 어떻게 구동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각 스피커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내주는 앰프의 출력은 각기 다르고, 이 역시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앰프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피커와의 조합이죠. 그리고 스피커와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앰프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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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6L6이라는 출력관은 4극관, 그중에서도 빔관이고 EL34라는 출력관은 전형적인 5극관이지만 이 둘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심지어는 진공관 소켓도 공유하며, 출력이나 소리의 성향도 비슷해서 웬만한 오디오 전문가라도 소리만 듣고는 이 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빈티지 진공관 프리앰프에서 초단관으로 주로 사용되었던 12AU7, 12AX7, 12AT7은 12AT7 정도나 유리관 길이가 다른 두 진공관보다 조금 더 길어 구분할 수 있지만 이것도 오디오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람이나 아는 것이고 12AU7과 12AX7은 전문가들조차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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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구별하기 쉽지 않은 것은 소스 기기입니다. 스피커나 앰프는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비싼 제품은 비싸 보입니다. 초고가 하이엔드 브랜드인 FM 어쿠스틱스나 골드문트 제품의 경우 볼륨 노브를 만지는 느낌이나 돌리는 느낌만으로도 "이 앰프는 최소한 억 단위는 되겠구나."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턴테이블은 2천만 원짜리 제품이나 2백만 원짜리 제품이나 생김새는 비슷합니다. 심지어 소스 기기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린(Linn) 사의 턴테이블은 플래그쉽 모델이나 엔트리 모델이나 생김새는 똑같습니다. 그렇지만 턴테이블보다도 더 구별하기 어려운 것은 D/A 컨버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입니다. 그렇기에 제품 선택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기기 역시 D/A 컨버터와 네트워크 플레이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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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D/A 컨버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각 브랜드별로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분명합니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소스 기기 제조업체인 CH 프리시전의 제품은 턴테이블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그래서 지금부터 100년 전 기기인 웨스턴 일렉트릭의 제품에 연결해도 어색함이 없는 자연스러운 소리가 가장 큰 장점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소스 기기 제조업체인 에소테릭은 최첨단의 하이테크 기술로 엄청난 스펙이 장점입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소스 기기 제조업체인 dCS의 제품은 댄스부터 데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소리를 들려주며, 요즘 하이엔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스웨덴의 비투스는 앞에서 언급한 초고가 하이엔드 제품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결코 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1억 원이 넘는 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뜻입니다. 필자 주) 떨어지지 않는 성능으로 유명하며, 플레이백 디자인의 경우 DSD 포맷 표준화를 이끌었던 안드레아스 코흐(Andreas Koch)가 설립한 회사로 현존 최강의 스펙과 특히 스트리밍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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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다면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의 매장에 가서 플래그쉽 모델을 구입하면 됩니다. 하지만 오디오에 관심이 없는 분이 매장에 가서 가격표를 본다면 가격표에 오타가 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쌉니다. 비싼 CD 플레이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모델인 E클래스에서 가장 비싼 모델을 고르고, 그 모델에 넣을 수 있는 옵션을 모두 넣은 가격보다도 비싸고, 하이엔드 네트워크 플레이어 역시 E클래스를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문제는 오디오뿐만이 아니라 모든 하이엔드 제품이 그렇듯이 제품의 가성비는 밑이 1보다 큰 로그함수의 그래프를 그립니다. 즉 50만 원짜리 제품과 500만 원짜리 제품은 누가 들어도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5천만 원짜리 제품과 1억 원이 넘는 제품의 소리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품을 고르는 노하우가 필요하고 이제부터 이 글에서 제가 독자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에게 맞는 D/A 컨버터와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고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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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수치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D/A 컨버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최첨단의 DAC 칩으로 성능이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전원부의 구성, 회로의 설계, 부품의 배치에 따른 노이즈의 유입량 등이 훨씬 더 소리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실제로 헤비메탈이나 하드밥 등의 강한 소리가 필요한 장르의 음악에는 PCM의 경우 384㎑까지, 그리고 DSD의 경우 11.2㎒까지 업샘플링이 되는 최첨단의 D/A 컨버터보다 출시된 지 30년이 지난 와디아 프로 같은 제품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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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브랜드 가치입니다. 대부분의 오디오는 비슷한 가격이라면 A등급의 플래그쉽 모델보다 S등급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이 좋습니다. 첫 번째 이유에서 이야기한 회로의 설계 능력이나 전원부의 구성 같은 부분에서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제가 모 국내 업체의 D/A 컨버터 개발에 컨설팅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요.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보고 이 회사는 "전자제품"을 만들던 회사이지 "오디오"를 만들던 회사는 아니라는 걸 한 눈에 알았습니다. 출력 버퍼로 쓰이는 진공관과 트랜스포머가 너무 가까이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트랜스포머에서 나오는 노이즈 때문에 좋은 소리를 기대할 수 없죠. 그리고 이런 노하우는 오디오 제품의 경우 회사의 등급, 브랜드의 등급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감가상각 때문입니다. 오디오가 한두 푼 하는 물건도 아니고 특히나 D/A 컨버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면 평생 가지고 갈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팔 때의 중고 시세도 고려해야 하는데 비슷한 가격대라면 더 높은 등급의 브랜드 제품이 감가상각이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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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어떤 용도로 쓸 것이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지하철을 탈 때에는 에어팟 프로나 Ztella라는 작은 D/A 컨버터에 20만 원대의 저렴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본격적인 리뷰를 위해서는 마이텍 맨해튼 II라는 D/A 컨버터에 젠하이저 HD800 헤드폰으로 모니터링을 합니다. 즉 업무용과 일생생활용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D/A 컨버터라도 들고 다니기 불편하면 지하철에선 무용지물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용도로 쓸 것이냐를 잘 생각해보고 고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을 전해드리자면 대략 1~2년 된 중고 제품이 가성비가 좋습니다. D/A 컨버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하루가 다르게 새 제품이 나오는 기기이지만 실제로 성능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 정도 된 중고 제품이라면 이미 가격은 많이 떨어져 있고요. 그렇기에 남이 쓰던 물건은 절대 못 쓰는 분이 아니라면 출시된 지 1~2년 된 제품을 찾아보는 것도 한 가지 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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