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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n 19. 2020

K-Pop 탑 싱글 5 : 2020년 2분기

국내 뮤직 트렌드

변덕스러운 날씨를 넘나들었던 봄을 지나 여름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K-Pop계에서도 각자의 스타일과 매력을 지닌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피어나는 꽃과 무성해지는 이파리들처럼 수많은 곡을 내놓았다. 1분기 못지않게 멋진 트랙들이 우후죽순 등장한 2020년 2분기, 그중에서도 뇌리에 확연하게 남은 다섯 개의 트랙들을 다시 한번 꼽아 보았다. 소개 순서는 발매일 순이다.


글ㅣ정구원 (웹진웨이브 편집장)


# 핫펠트 (HA:TFELT) 'Life Sucks'

처절한 노래. 'Life Sucks'는 이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한 마디에 그치는 건 이 곡이 가진 강력한 힘을 절반도 설명하지 못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언젠가 네가 말했었지 / 믿지 않으면 저주받으리라 / 네가 맞았어 난 저주받았지 / 네 피가 내 혈관 속에 흐르고 있으니까"라는 피맺힌 가사를 노래하는 핫펠트의 목소리에서, 나는 비극으로 얼룩진 격정이 아닌 얼음보다 차가운 분노를 느낀다. 현악기로 채워진 서늘한 프로덕션 속에서, 핫펠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감정을 좋은 노래라는 매개체 속에 응축시켜 담아낸다. 이 노래의 모든 순간은 명확한 방향성과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으며, 듣는 이에게 섣부른 연민 대신 핫펠트라는 사람이 누구이며 무엇을 들려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노래가 어떻게 삶을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뚜렷한 답을 제시한다.


'Life Sucks'           

'Satellite (Feat. ASH ISLAND)'

'Sweet Sensation (Feat. SOLE)'


# 청하 'Stay Tonight'

부인할 수 없는 사실부터 밝히고 넘어가자. 청하는 이미 훌륭하기 그지없는 작업물들을 한가득 선보인 뮤지션이다. 그렇지만 'Stay Tonight'을 듣고 있으면 지금까지 청하가 보여줬던 것이 준비운동 정도가 아니었나 하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여유를 싹 뺀 날카로움과 정교함으로 가득하면서도 특유의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퍼포먼스는 고전적인 디스코의 감각과 현대적인 질감의 딥 하우스 비트를 결합시킨 음악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특히 프리코러스와 코러스 사이의 낙차는 올해 들었던 K-Pop 싱글 중 가장 짜릿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Stay Tonight'는 청하가 더 높은 곳을 향하려 한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그 야심을 납득할 수밖에 없는 결과물로 귀와 눈 앞에 들이민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첫 정규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다.


'Stay'

'여기 적어줘 (Feat. pH-1)'

'Be Yourself'


# 오마이걸 'Dolphin'

K-Pop, 특히 타이틀곡은 거의 언제나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것이 K-Pop 고유의 미감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귀를 꽉꽉 채우는 소리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질 때도 있다. 'Dolphin'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아마 그런 숨구멍 같은 매력 덕분인 것이 아닐까? K-Pop, 혹은 팝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전형성을 살짝 벗어난 전개와 구성으로 신선함을 만들어내는 오마이걸의 강점을 그대로 살린 채(비트가 꼬이는 순간에 주목하자) 겹겹이 쌓인 소리의 층을 상당 부분 덜어낸 'Dolphin'의 사운드는 팝에서의 미니멀리즘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즐겁고 아기자기한 재미로 가득 차 있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안아들고 불쑥 나타나는 오마이걸다운 트랙이다.


'Dolphin'

'살짝 설렜어 (Nonstop)'

'꽃차 (Flower Tea)'


# TWICE 'OXYGEN'

종종 그런 앨범을 만나보게 된다. 앨범 내의 어떤 곡을 "가장 좋다"고 말했을 때, 그것이 "우열"의 문제라기보단 "취향 차이"의 문제로 귀결되는 앨범. 그만큼 곡 사이의 편차가 거의 없는 고른 완성도를 자랑하는 앨범. TWICE의 아홉 번째 EP [MORE & MORE]도 여기에 해당한다. 'FANCY'와 'Feel Special' 이후의 TWICE표 여름 노래는 이런 거라고 외치는 듯한 'MORE & MORE'도, TWICE에게서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뜨거운 비장미를 한껏 품은 댄스홀 팝 넘버 'FIREWORK'도, 그 밖의 다른 곡들도, 이 레코드(를 넘어서 어쩌면 이번 분기) 내에서 가장 멋진 노래라고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니까 이 리스트에 'OXYGEN'을 올린 것은 "공기보다 너 I really really really really want"란 노랫말과 함께 스타카토를 힘껏 박차는 베이스라인에, 다른 차원에서 경주를 벌이듯이 달리는 목소리와 신시사이저의 이중주에 유달리 매혹되었기 때문이라 이해해 주시라. 작년의 약진이 한순간의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을 TWICE는 확연히 증명하고 있다.


'OXYGEN'

'MORE & MORE'

'FIREWORK'


# 우주소녀 'BUTTERFLY'

'BUTTERFLY'를 듣는 이가 이전까지의 우주소녀 타이틀 트랙과 무언가 다른 감각을 느꼈다면, 그것은 이 곡이 상대적으로 "정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바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데뷔곡 'MoMoMo (모모모)'부터 피아노, 현악기, 신시사이저, 트랩 비트 등의 온갖 소리가 꽉꽉 들어찼던 'La La Love', 온갖 변주를 끼워 넣으며 화려하게 부풀어 오른 클라이맥스를 자랑하는 '이루리'와 비교하면 처음으로 별들의 전쟁과 함께한 'BUTTERFLY'의 구성은 철저하게 멤버들의 보컬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선택과 집중이, 열세 개의 겹쳐진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울림과 조화가 "화려하진 않아도 자유로워"라는 가사와 맞물리며 하나의 점으로 힘을 응축시킬 때, 'BUTTERFLY'는 과거의 우주소녀와는 다른 힘을 가지고 듣는 이의 마음을 돌파한다. 우주소녀란 이름을 청자의 기억 속에 새롭게 새겨 넣을 힘 있는 곡.


'BUTTERFLY'

'Pantomime'

'불꽃놀이'


이들 다섯 곡 이외에도 2020년 2분기는 공원소녀, 뉴이스트, Stray Kids 등의 그룹부터 솔라, 유빈, 백현 등의 솔로 멤버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의 인상깊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래에 소개한 2020년 2분기의 아이돌 트랙 중 놓친 노래가 있다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GOT7 'NOT BY THE MOON'

솔라 '뱉어 (Spit it out)'

NOIR 'Lucifer'

공원소녀 'BAZOOKA!'

BVNDIT 'JUNGLE'

woo!ah! '우아! (woo!ah!)'

뉴이스트 'I'm in Trouble'

유빈 '넵넵 (ME TIME)'

온리원오브 'angel'

백현 'Candy'

WayV 'Turn Back Time (超時空 回)'

Stray Kids '神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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