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Hi-Fi 이야기
일반적으로 앨범을 제작할 때에는 곡을 쓰고, 편곡을 하고, 녹음을 합니다. 리듬악기(드럼, 베이스 기타)를 먼저 녹음하고 그 다음에 멜로디 악기(기타, 피아노 등등)를 녹음한 다음, 그렇게 만들어진 반주를 들으면서 코러스와 보컬 녹음을 하죠. 여기에 보컬을 제외한 반주 음악을 흔히 MR이라고 부릅니다만 정식 용어는 아닙니다.
글ㅣ한지훈 (오디오 칼럼니스트)
이에 비해 라이브 앨범은 말 그대로 라이브, 즉 공연 실황을 녹음한 앨범입니다. 라이브 앨범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제작 방식이 바뀌었는데요. 아주 오래전 녹음은 무대 위에 마이크를 여러 대 설치하고 그 마이크에 포집되는 소리를 그대로 녹음했습니다. 물론 각 개별 악기별로 마이크를 설치할 수 없는 클래식 대편성 관현악곡이나 합창의 경우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녹음을 하고 있죠.
그에 비해 요즘 대부분의 라이브 앨범은 공연 실황을 녹음하는 것은 맞지만 각 악기별로 마이크를 따로 설치하여 한꺼번에 연주를 할 뿐, 일반적인 스튜디오 녹음방식처럼 믹싱/마스터링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라이브 앨범의 장점은 뭘까요?
앨범 제작자나 앨범을 기다리는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 앨범 제작 기간이 짧습니다. 이는 녹음 기간이 짧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죠. 또한 앨범 제작비용도 많이 떨어지고요.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를 빌릴 때에는 "프로"라는 단위를 씁니다. 보통 3시간 30분을 한 프로라고 하는데요. 가끔 뉴스 기사를 보면 가수가 인터뷰하면서 "이번 앨범 녹음을 위해 120프로의 시간을 썼습니다."뭐 그런 기사를 볼 수 있을 겁니다. 120프로라고 하면 420시간(3.5*120) 시간이고, 한 프로에 40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나오죠. 여기에 사운드 엔지니어 비용이 추가되고, 세션 비용역시 추가되니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요. 그렇기에 A급 세션맨이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S급 세션맨은 빨리 녹음을 끝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 거죠.
또 다른 장점으로는 공연 시의 현장감입니다. 재즈 음악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Louis Armstrong 정도이지 않을까요? 'What A Wonderful World'를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 Louis Armstrong은 가수와 트럼펫 연주자로 유명하기도 했지만 만담으로도 그를 당할 가수가 없었는데요. 라이브 앨범에는 스튜디오 앨범에선 느낄 수 없는 이런 현장감을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가 있습니다.
1. Louis Armstrong - Mack The Knife
2. Louis Armstrong - Louis Armstrong On King George Vi
3. Louis Armstrong - Mahogany Hall Stomp
또한 스튜디오 앨범에서는 볼 수 없는 즉흥 연주나 스캣 등도 들을 수 있고요. 아래에 링크한 곡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이 곡을 듣게 되면 왜 이 사람이 미국에선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지를 알 수 있죠.
1. Various Artists - Autumn Leaves (featuring Phil Woods and The Alex Riel Trio)
비단 재즈만 그런 건 아닙니다. Buddy Guy와 그의 영혼의 단짝인 Junior Wells가 함께 한 이 앨범 역시 라이브 녹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현장감이 살아 숨쉬는 앨범이죠.
1. Buddy Guy & Junior Wells - Seeds Of Reed
2. Buddy Guy & Junior Wells - That`s All Right
3. Buddy Guy & Junior Wells - Medley:
4. Buddy Guy & Junior Wells - Hoochie Coochie Man
5. Buddy Guy & Junior Wells - What I`d Say (It`s All Right)
손에 꼽을 수 있는 라이브 앨범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그 뮤지션의 진짜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달까요? 예를 들어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의 쌍두마차인 Judas Priest와 Iron Maiden의 정규 앨범만 듣는다면 그 팀들이 얼마나 잘하는 팀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전성기 시절 라이브 앨범을 듣는다면 정말 "우와"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연주가 뛰어납니다. 아니 정규 앨범 이상이죠. 특히 Judas Priest의 'The Sentinel'이나 Iron Maiden의 선곡한 곡들은 정말 스튜디오 앨범 이상의 엄청난 연주가 살아있습니다. 그중에서도 1집 수록곡인 'Prowler'는 이 곡이 이렇게 좋은 곡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고요.
1. Judas Priest - The Sentinel
3. Iron Maiden - Fear Of The Dark (Live)
4. Iron Maiden - The Number Of The Beast
하지만 마지막에 꼽은 장점은 가수 입장에선 단점이 되기도 하죠. 물론 녹음 기술의 발달로 라이브 앨범도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튜디오 앨범보다는 그 범위가 좁기 때문에 제 실력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Metallica를 헤비메탈의 신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이 그들의 라이브 연주를 듣고 "신 정도까지는 아니었구나." 생각하거나(물론 공연의 몰입도는 지금도 최고입니다. 그들의 서울 공연 영상을 보시면 Metallica가 왜 Metallica인지 알게 되죠) 그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던 몇몇 글램 메탈 그룹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된 이유에는 그들의 라이브 실력과 그 라이브 실력이 그대로 들어나는 라이브 앨범이 일조를 했죠.
또한 아무리 녹음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스튜디오 앨범에 비해서는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튜디오 녹음은 원하는 소리만 포집해서 녹음할 수 있지만 라이브 앨범은 주변의 잡음, 이를테면 기침소리나 "안다 박수(클래식 공연에서 연주의 끝을 안다는 듯이 연주가 끝나자마자 치는 박수. 보통 클래식 연주에서는 연주가 끝나도 조금 정적이 흐른 후에 박수를 치는 게 예의입니다. 필자 주)" 등의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마련이죠. 물론 연주자보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ECM이나 GRP도 있지만, 그건 그들이 대단한 것이지 모두 그렇게 녹음을 하는 건 아닙니다.
이 이외에도 스튜디오 라이브 방식이 있는데요.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지만 각 악기별로 따로 녹음을 하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 내에서 모든 악기가 라이브 방식으로 녹음을 하는 것이죠. 하드록의 역사에 남을, 아니 인류의 역사에 남을 명반인 Deep Purple의 [Machine Head] 앨범이 바로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