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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Aug 31. 2020

10월, John Lennon이 온다

장르 인사이드 #POP

오랜만에 컬렉터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해줄 뉴스입니다. 오는 10월,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영원한 워킹 클래스 히어로, John Lennon의 솔로 커리어 박스세트가 새롭게 발매된다는 소식입니다. 박스세트의 이름은 [GIMME SOME TRUTH.]. 2010년에 나온 박스세트와 동일한 이름이지만 구성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앨범은 John Lennon의 80번째 생일인 10월 9일을 기점으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같은 이름의 박스세트가 2010년 Lennon의 탄생 70주년을 기점으로 나온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박스세트는 어떤 부분이 달라질 것인지 컬렉터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위 이미지상 왼쪽이 2010년반, 오른쪽이 2020년반입니다. 일단 커버이미지가 그 때보다 멋있어진 건 확실한 것 같고 이번에는 어떤 점에서 차별점을 두었을까요?


우선 이번 박스세트는 Lennon의 가족인 Ono Yoko (물론 이에 대해 반감을 가질 음악 팬들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팩트이기에 언급합니다.) 와 Sean Lennon이 대표 프로듀서로서 직접 곡을 골랐다고 합니다. 또한 빈티지 아날로그 장비를 통해,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마스터링 엔지니어 Alex Wharton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새로 마스터링 작업을 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만들어진 박스 세트는 디지털, LP, CD 에디션으로 다양하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 중 2CD로 만들어질 디럭스 에디션에는 124페이지 분량의 인터뷰 북과 함께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과 편지, 가사집, 테이프 박스 등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하니, 컬렉터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구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목으로 쓰인 "GIMME SOME TRUTH"는 그의 대표적인 명반 [Imagine] (1971) 에 수록된 곡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당시 베트남전을 부추기던 정치인들을 직설적으로 까는(!) 곡이었는데요. 당대 정치인들을 "위선자, 신경과민, 정신병자, 쇼비니스트, 정신분열증 환자, 편집증 환자, 변덕쟁이"로 지칭하며 노래로 줄 수 있는 무안은 있는 대로 다 준 바 있습니다. 무려 1971년의 곡이지만, 그 수위만 보면 최근의 여느 힙합 디스곡 못지 않지요.


John Lennon - Gimme Some Truth


박스세트에 어떤 곡들이 포함될지는 리스트 공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발매에 앞서 가장 먼저 'Instant Karma!'가 공개되었는데요. 


이 곡은 Lennon이 The Beatles를 완전하게 떠난 이후인1970년 2월 발표한 곡으로, 그보다 앞서 발표된 'Cold Turkey'와 함께 John의 솔로 커리어 시작점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두 곡 발표 이전까지는 두 밴드를 "겸직"하는 개념이었다면, 여기부터는 완전한 "독립"상태로 그 스탠스가 바뀐다고 보시면 얼추 들어맞습니다. 암암리에 해체 상태이던 The Beatles는 1970년 4월 10일 공식적으로 밴드가 해체됐음을 발표했습니다. 


곡을 부르는 Lennon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Imagine'의 그것처럼 부드럽지 않습니다. 울부짖고 갈라질지라도, 우리가 빛나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소리 높여 주지시키기 때문이지요. 또한, 소리의 결이 목욕탕에서 녹음을 한 듯 일반적인 곡들과는 다른 "울림"을 갖고 있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이는 당시 곡의 녹음을 맡은 프로듀서 Phil Spector의 영향이 큽니다.


Phil Spector는 60년대에 "Wall Of Sound"라는 레코딩 기법을 확립한 레코딩 프로듀서이며, 이는 각 소리의 소스들을 겹겹이 쌓아 보다 큰 울림을 주는 녹음기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0년 다시 세상에 나온 'Instant Karma!'는 이전 세트의 버전보다 보컬이 좀 더 앞으로 나와있지만, 역시 Phil Spector가 곡에 덧입힌 개성을 분명하게 갖고 있습니다.


John Lennon, Yoko Ono - Instant Karma! (We All Shine On) (Ultimate Mix)


박스세트와 관련한 두 곡만 소개했는데도 벌써 흥미롭지 않나요? 그 자체로도 문화현상이었던 The Beatles와 John Lennon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당대 문화현상과 주요 사건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치 역사서를 읽는 것처럼 말이죠. 단지 두 곡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인데 Lennon 특유의 급진적 사상, 베트남 전쟁, The Beatles의 해체부터 Phil Spector의 Wall of Sound 등 대중문화 역사의 중요한 키워드들이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수록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트랙은 'Mother'입니다. 이 곡은 그의 첫 솔로 커리어인 [Plastic Ono Band]의 첫 곡이자 Lennon 내면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그 어느 곡보다 Lennon 개인이 많이 투영된 곡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가족을 등진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개인적인 마음, 그리고 이를 통해 혼자 남은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했는데요. 후반부의 "Mama Don't Go, Daddy Come Home"이라는 절규가 새 마스터링을 통해 얼마만큼이나 더 절절하게 표현될 수 있을지가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John Lennon - Mother


그 빼어난 멜로디로 인해 종종 본래의 가사와 다르게 소비되곤 하는 'Imagine'의 주인공으로, 또 The Beatles의 빛나는 노래들을 만들어낸 작곡가이자 작사가로 "얕게" 기억되곤 하지만, John Lennon은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볼 게 많은 흥미로운 문화아이콘임에 분명합니다. 그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던 6070시대의 분위기, 그리고 지금까지도 살아 숨쉬는 신화적인 음악인의 성장서사는 물론 한 인간의 가장 개인적이고 나약한 부분,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새 박스세트가 과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음악 팬들에게 Lennon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창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봅니다. Lennon의 새로운 박스세트 [GIMME SOME TRUTH.]는 10월 9일 전세계에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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