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여자' 되기를 불사하겠다는 의지

Ariana Grande [Dangerous Woman] (2016)

by Melon

화려하다.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가 하나 있다면 "이게 바로 메이저 팝"이라는 충만한 자신감이라고 정의해도 될 정도다. 뭐랄까.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는 우리 시대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같은 존재다. 흑인 음악 기반에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차트를 쥐락펴락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단, 조건이 하나 붙는다. [Butterfly](1997) 이후의 머라이어 캐리, 그러니까 힙합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했던 머라이어 캐리 쪽에 보다 가깝다는 거다.


글ㅣ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사진 출처ㅣ@arianagrande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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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대마다 당대를 호령했던 (여자) 가수가 있었다. 남녀 구분하는 게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 설명해보도록 한다. 우리는 대중음악계가 철저하게 "남성 위주의 비즈니스"였음을 알고 있다.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운동장의 기울어진 정도가 극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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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변한 건 1990년대가 개막하면서부터였다. 메이저, 인디 가릴 것 없이 여성 뮤지션의 약진이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여성의 목소리가 비로소, 조금이나마 팝 비즈니스의 중심에 가 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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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리하여 현재의 팝 계는 어떤 지형도를 그리고 있는 중인가. 성적 주도권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태도로 설파하는 카디 비(Cardi B)의 'WAP'이 1위에 올라있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7주 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석권하면서 우리 시대의 예술가 중 한 명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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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리아나 그란데가 있다. 스스로를 "위험한 여자"라고 정의하는 앨범의 타이틀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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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여자라는 건 자기 입장 갖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뜻해요. 자기 자신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직하게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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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를 형상화하려면 아무래도 강렬한 이미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바로 간판인 'Dangerous Woman'에서 록 비트를 바탕에 둔 이유다. 비트 세기로는 'Greedy'도 만만치 않다. 장르적으로는 흥겨운 디스코 팝인데 관악 섹션을 유독 강조해 몸을 저절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저 유명한 'Uptown Funk' 못지않다. 더불어 노랫말도 곱씹어 봐야 한다. 간단하게, 이 곡의 주제는 "자기 욕망에 솔직하자"는 거다. 카디 비의 'WAP'에 비하자면 순한 맛이지만 어쨌든 큰 틀에서 유사한 노래라고 정리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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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내 최고라 할 'Side to Side'를 빼놓을 수 없다. 레게를 기반으로 휘청대듯 진행되는 이 곡의 매력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디스코그라피를 통틀어서도 최상위권이다. 과연 그렇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가창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라드는 물론이요 출렁이는 리듬 위에서도 능란한 호흡으로 곡을 장악할 수 있는 재능 덩어리다. 리듬을 갖고 노는 모습이 마치 노련한 서퍼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참고로 이 곡, 유튜브 같은데 있는 가사 해석을 꼭 보길 바란다. 제목만 설명하면 곡이 휘청대듯 이 곡 속 주인공도 "갈지자로 휘청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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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도 좋은 곡들이 여럿이다. 그 중 메이시 그레이(Macy Gray)의 목소리로 이별 뒤의 여운을 표현한 알앤비 발라드 'Sometimes'와 음반 내에서 가장 풍성한 결을 지닌 곡이라 할 'I Don't Care'가 빼어나다. 한데 'I Don't Care'는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곡에서 아리아나 그란데는 "더 이상 상관 않겠다"는 구절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게 뒀어. 그런데 내가 나일 수 없다면 그런 충고 따위 아무 의미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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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리아나 그란데는 단순히 가창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아니 설명해서는 안될 가수다. 그는 이를테면 전천후다. 전통적인 알앤비에 뿌리를 둔 곡이든 현대적인 비트로 운용되는 곡이든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소화할 줄 안다. 기본적으로 흡입력이 탁월한 보컬리스트다. 어디 이뿐인가. 발화하는 노랫말은 사랑스럽다가도 도발적인 자세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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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소명은 무엇보다 "나를 지킨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한 여자" 되기를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아리아나 그란데 세계의 근간을 이룬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현재까지 최고작은 아마도 [Thank U, Next](2019)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뒤로 하고 이 앨범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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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na Grande [Dangerous Woma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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