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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Feb 18. 2020

3인 3색의 한국 트랩 대잔치

장르 인사이드 #힙합

트랩 사운드는 세계적인 유행을 넘어, 한국 힙합의 주류로도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10년대의 한국 힙합 아티스트들은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트랩 작품을 선보여 왔다. 올겨울 역시 많은 국내 트래퍼들이 힙합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이 중에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본인만의 음악과 캐릭터를 녹여낸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음악가들이 있다. 이들의 작품은 힙합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트래퍼들이 정규 앨범을 발표했을까? 순서는 발매일 기준이다.


글ㅣ힙합엘이


Lil tachi

Lil tachi는 "고등래퍼", "쇼미더머니"와 같은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빠르게 쌓아온 트래퍼다. 그는 부평을 근거지로 뭉친 크루인 탈주닌자클랜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이미 두 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했고,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정규 앨범까지 빠르게 선보였다. 그렇게 공개된 [Boombap Mixtape 2]는 재미있게도 앨범의 타이틀과는 달리 정규 앨범이며, 붐뱁이 아닌 트랩 사운드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요즘 래퍼들이 그러하듯 일종의 플레이리스트 식으로 앨범이 구성되어 있으니 사운드적 흐름보다는 입맛에 따라 자유롭게 골라 듣는 것을 권한다.

플레이리스트 형식의 앨범은 음악가의 매력이 얼마나 트랙 곳곳에 베어져 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Lil tachi의 랩 퍼포먼스는 앨범 내내 듣는 즐거움을 한껏 안겨준다. 또한, 앨범에는 뉴웨이브 힙합뿐 아니라 2010년대 서던 힙합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 역시 수록되어 있다. Lil tachi는 트랙에 맞게 자유자재로 플로우를 뒤바꾸며 듣는 이에게 청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sippin like thw wayne'에선 능수능란한 랩과 훅을, 'god of trap'에서는 무게감 있는 그의 랩을 들을 수 있다. 이렇듯 [Boombap Mixtape 2]는 넘치는 패기와 함께 탁월한 랩 메이킹 감각을 확인할 수 있어 Lil tachi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Lil tachi - sippin like thw wayne

Lil tachi - god of trap


Lil tachi  [Boombap Mixtape] 바로 듣기 >>




UNEDUCATED KID

UNEDUCATED KID는 2010년대 후반 한국 힙합의 가사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래퍼다. 그는 SNS를 통해 철저한 계산 하에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선보였고, 마치 외국 힙합 음악을 그대로 번역한 듯한 음악 스타일로 컬트적 인기를 끌어왔다. 이후 그는 두 장의 EP에서도 확고한 컨셉을 이어갔고, 이내 국내 힙합 신의 뜨거운 화두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UNEDUCATED KID는 올티와의 디스전 이후 점차 캐릭터의 생명력을 잃기 시작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는 작품으로 자기 자신의 음악성과 가치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최근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선택받은 소년 : The Chosen One]은 어떨까? UNEDUCATED KID는 자신의 성공 서사에 초점에 맞춰 앨범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앨범의 인트로인 'Rockstar!'를 통해 상당한 인기를 얻은 현재 위치를 드러내고, 'Drop Top'에서도 역시 외제차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성공 신화를 과시한다. 이후 'Past'에서는 재개발 구역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올라온 본인의 서사를 풀어놓기도 한다. 하나의 플로우로 벌스를 채워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경쾌한 훅 메이킹과 싱잉 랩 덕분에 중독성이 느껴진다. '룰루랄라', 'Winnin'가 그렇다. 하지만 이전보다 평이한 가사로 채워져 있는 만큼 귀에 남는 구절이 얼마 없어 아쉽다. 많은 이가 그의 앨범을 들을 때 기대했던 게 무엇인지에 대해 UNEDUCATED KID 자신도 고민을 해야 할 거 같다.


UNEDUCATED KID - Rockstar!

UNEDUCATED KID - Drop Top

UNEDUCATED KID - Past (Feat. Paul Blanco)

UNEDUCATED KID - 룰루랄라 (Lululala)

UNEDUCATED KID – Winnin


UNEDUCATED KID [선택받은 소년 : The Chosen One] 바로 듣기 >>




Yammo

Yammo는 빅딜스쿼즈를 거쳐 도끼, 더콰이엇, 수퍼비를 비롯한 최전선의 트래퍼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프로듀서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더불어 꾸준히 솔로 작품을 선보이며 세련된 사운드 소스 선택이 돋보이는 음악을 구사해 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는 2월 초 첫 정규 앨범 [Please Wipe My Versace Tears Away Without Gloves]를 발표했다. 우선 앨범의 참여진이 눈길을 끈다. 지난 해 데뷔 앨범을 발표해 음악 팬들의 시선을 끌어왔던 국외 래퍼 Guapdad 4000, 한국 트랩 씬의 현재를 이끄는 unofficialboyy, BILL STAX 등이 피처링을 맡아 Yammo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프로덕션 역시 세련미와 함께 독특한 바이브를 자랑한다. 대표적으로는 'Empty My Soul'이 있다. 곡은 벌스에 따라 사운드 소스와 효과가 더해지는데, 특히 후반부에는 기타 사운드와 함께 목소리가 침전되며 공감각적인 심상과 몰입감을 안겨준다. 이펙터를 활용한 Yammo의 싱잉랩 퍼포먼스는 'Ringing', 'Voices Of A Distant Star'등에서 트랙의 무드를 더욱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Michael Jackson Virgo'인데, 한국 트랩 씬의 신진 세력인 GGM 레코즈의 GGM Babygoat가 참여해 비트와 혼연일체 된 싱잉랩을 들려주기도 한다. 단단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데다가 멋진 참여진이 한데 함께한 만큼 필청을 권유해보는 작품.


Yammo - Empty My Soul (Feat. BILL STAX, yagancamp)

Yammo – Ringing

Yammo – Voices of a Distant Star

Yammo - Michael Jackson Virgo (Feat. GGM Baby Goat)


Yammo [Please Wipe My Versace Tears Away Without Gloves] 바로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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