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인사이드 #힙합
Bryson Tiller는 데뷔 앨범 [T R A P S O U L]을 통해 트랩 기반의 프로덕션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 몽환적인 보컬 운용 등을 선보이면서 평단과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앨범은 슬리퍼 히트를 기록해 미국에서만 3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건 물론, 현재까지도 빌보드 앨범 차트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덕분에 많은 음악 팬들은 "Trap Soul"을 하나의 장르처럼 인식하게 되었고, 비슷한 계열의 아티스트들이 이로 묶여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이렇듯 Bryson Tiller는 단 한 장의 앨범으로 2010년대 힙합/알앤비 신에 많은 파급력을 일으켰던 존재다. 그런 Bryson Tiller가 5년 전 발표한 [T R A P S O U L]의 디럭스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최근 그가 싱글을 발매하며 컴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디럭스 앨범은 그의 새 앨범을 위한 전초전으로 느껴진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Bryson Tiller가 발매한 디럭스 앨범과 싱글을 살펴보자.
글ㅣ힙합엘이
Rambo (Last Blood)
'Rambo (Last Blood)'는 [T R A P S O U L]의 수록곡 'Rambo' 리믹스 버전이다. 얼핏 봐도 알겠지만, 곡의 제목은 2019년에 공개된 영화 Rambo 시리즈의 타이틀에서 따 온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Rambo는 기관총을 난사하는 마초적인 이미지로 유명하다. Bryson Tiller는 Rambo의 이런 이미지를 활용해 본인의 성공을 헐뜯는 이들에게 일침을 날리고 자신의 부를 자랑한다.
피처링에 참여한 The Weeknd 역시 팝 음악계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뒤 얻게 된 부와 명성을 트랙에서 자랑한다. 트랙의 프로듀서인 Syk Sense는 OVO Sounds의 40에 영감을 받아 트랩 기반의 프로덕션에 건반을 얹어 텐션감 가득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Bryson Tiller와 The Weeknd는 공간감 있는 비트에 걸맞게 마치 랩을 하듯 매력적인 보컬의 강약조절을 선보인다. 이렇듯 'Rambo (Last Blood)'는 2010년대의 힙합/알앤비 음악에 거대한 파급력을 일으킨 둘의 조합을 볼 수 있어 반가운 트랙이다. 여담이지만, 곡은 본래 2016년 The Weeknd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일찍이 공개되기도 했다.
Bryson Tiller - Rambo (Last Blood) (Feat. The Weeknd)
Just Another Interlude
[T R A P S O U L]의 음악은 빽빽하고도 강한 이미지를 지닌 이전의 트랩과 차별화를 두고 있었다. Bryson Tiller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는 미니멀한 트랩 리듬 위에서 능수능란하고도 관능적인 보컬 플로우를 구사했다. 여기에다가 그의 가사는 마초성이 드러나면서도 감성을 엿볼 수 있어 기성의 아티스트들과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앨범은 클럽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탁월한 분위기를 자랑했으며,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점차 얻어 슬리퍼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Just Another Interlude'는 이런 Bryson Tiller의 음악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그는 미니멀한 트랩 사운드에 맞춰 현재 연인과의 관계를 풀어낸다. 시종일관 텐션감을 잃지 않는 보컬은 프로덕션의 무드를 한 층 더 극대화한다. 곡의 프로듀서로는 J-Louis가 참여했다. 그는 Bryson Tiller의 투어 DJ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T R A P S O U L]에서 'Overtime'을 비롯한 여러 곡을 만들기도 했다.
Bryson Tiller - Just Another Interlude
Self Righteous
Bryson Tiller는 2집 [True to Self]를 발매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름의 허슬력을 과시한 아티스트였다. 그는 1집을 발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운드클라우드에 미공개 곡을 올리면서 팬들에게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이 중에서도 'Self Righteous'는 정규 1집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게 의아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던 곡이다.
사실 곡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원래 이 곡은 Chris Brown을 위해 만들었던 트랙이었다. 하지만, Chris Brown은 'Self Righteous' 대신 'Proof'라는 트랙을 선택해 [Royalty]에 수록했고, 결국 남게 된 트랙은 Bryson Tiller의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된 것이다. 트랙에서 Bryson Tiller는 일 때문에 소홀했던 사랑하는 연인에게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표하며 관계를 다시 되돌리려 노력한다. 청자들은 곡에 담긴 미끈한 멜로디 메이킹과 여운을 남기는 보컬 퍼포먼스 덕분에 Bryson Tiller의 음악적 재능을 실감할 수 있을 거다.
Bryson Tiller - Self Righteous
Bryson Tiller - Outro (Thank You)
Always Forever
Bryson Tiller는 2집 [True to Self]에서 더 다양한 장르를 끌어안으며 본인의 음악 세계를 넓히고자 했다. 이 덕분에 [True to Self]는 Bryson Tiller 나름의 음악적 시도를 엿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Bryson Tiller 고유의 매력과 멋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이후 그는 앨범보다는 투어 활동에 집중하며 절치부심했고, 간간히 싱글만을 공개하며 팬들의 마음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싱글로 발매된 'Always Forever'는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될 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Bryson Tiller만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어 반가운 트랙이다. 곡은 [T R A P S O U L]의 음악처럼 시종일관 몽환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는 건 물론이며, Bryson Tiller의 보컬은 이전처럼 세련미와 날 것의 매력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트랙에서 그는 마음을 빼앗아 갔음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 이성에게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토로한다. 이펙터를 다소 먹인 목소리는 애절한 그의 감정을 사운드로 그려낸다.
Bryson Tiller - Always Forever
Inhale
Bryson Tiller는 어릴 적 본인에게 영감을 준 음악을 샘플링해 재해석하는 데도 능한 아티스트다. 특히 그 매력은 90년대 알앤비를 샘플링할 때 잘 드러나는데, 그의 보컬은 원곡의 무드와 어우러져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싱글로 공개된 'Inhale'이 그렇다. 일단 트랙의 프로듀서로는 Sonder의 Dapt가 참여했다. Dapt는 주로 90년대 알앤비를 샘플링해 공허한 분위기의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프로듀서다.
트랙에서 그는 SWV의 'All Night Long'과 Mary J. Blige의 'Not Gon' Cry'을 샘플링해 프로덕션에 얹는다. 두 트랙은 90년대 알앤비 OST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Waiting to Exhale]에 수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All Night Long'은 트랙 전반에 흘러나와 곡의 서글프고도 공허한 분위기를 그려내는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 밖에도 크레딧에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트랙의 인트로와 아웃트로에는 Sonder와 깊은 연을 맺고 있는 Brent Faiyaz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