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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Feb 18. 2020

아이돌 팝과 한국대중음악상

국내 뮤직 트렌드

2020년으로 17회를 맞는 한국대중음악상의 후보가 발표되었다. 종합 분야를 살펴보면, 방탄소년단이 올해의 음악인 부문 및 올해의 노래 부문('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후보로, 올해의 신인 후보로 ITZY가 올라갔다. 장르 영역에서 방탄소년단과 ITZY는 최우수 팝 노래 부문에도 후보로 올랐고, 그 외에 최우수 팝 음반의 후보로 태연의 [PURPOSE]가, 최우수 팝 노래의 후보로 (여자)아이들의 'LION'이 오르기도 했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의 아이돌 팝이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하는 방식은 20년이 되어가는 긴 시간 동안 조금씩 바뀌어왔다. 그중 2015년 이전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아이돌 음악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에 올라온 김윤하 평론가의 글인 아이돌 음악 팬을 위한 한국대중음악상 공략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년까지 아이돌 팝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겪었던 온갖 희노애락과 함께 적어도 주목할 만하다 꼽혔던 아이돌 팝 음악들의 특징이 어떤지를 짚는 글이다.


글에서는 2008년 원더걸스의 'Tell Me'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아이돌 음악이 후보에 등장하던 2009년에서 2013년까지를 "한대음 후보군으로 본 대한민국의 아이돌 음악의 전성기"라 보고 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아이돌 팝의 위치는 그동안 어떻게 바뀌었고, 다양한 아이돌 팝 중 어떤 작품들이 한국대중음악상에 등장했을까?


글ㅣ나원영


# 떠도는 장르 분야 속에서 자리를 만들기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는 아이돌 팝을 어떠한 장르 분야에 위치시키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5회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댄스&일렉트로닉 분야가 만들어졌을 때, 원더걸스의 [The Wonder Years]와 'Tell Me'가 후보에 올랐고, 그 이후로 장르 분야에서의 아이돌 팝은 오랫동안 댄스&일렉트로닉 분야와 팝 분야 사이에서 이리저리 오갔다.


7회 때는 'Ring Ding Dong'이나 '소원을 말해봐', '미스터'가 최우수 팝 노래 부문의 후보로, 'Abracadabra', 'Gee', 'Honey'가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의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소녀시대나 카라처럼 분명히 전자 음악을 기반으로 한 댄스 팝을 선보인 아이돌들의 각기 다른 곡들이 팝과 댄스&일렉트로닉에 동시에 들어가 있듯이, 그 기준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f(x)가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 아이유와 원더걸스, 빅뱅이 팝 부문 후보로 오른 13회 이후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계속해서 두 장르의 음반/노래 부문에 이름이 올라갔던 아이돌 팝이 14회부터는 팝 부문 후보로만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관습대로였다면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의 후보로 올라도 무방했을 Red Velvet의 'Russian Roulette'나 TWICE의 'Cheer Up' 같은 곡들이 "팝" 부문의 후보로 올랐고, 이후 전자음악의 색채가 강한 다른 곡들도 최우수 팝 분야에만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류법은 올해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원더걸스 - Tell me (Sampling From `Two Of Hearts`)

브라운아이드걸스 - Abracadabra

f(x) - 4 Walls

TWICE (트와이스) - CHEER UP




# 11회에서 15회로, 2013년과 2017년의 경우

기본적으로, 아이돌 팝이 5회 한국대중음악상 이후로 수상은 못하더라도 후보에 아예 올라오지 못한 해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돌 후보가 있다'를 넘어, 눈에 띌 정도로 아이돌 후보의 강세가 두드러진 해도 분명히 있었다. 그 경향이 가장 확연했던 회차는 김윤하 비평가가 "전성기"라고 꼽았던 2013년의 음악을 되돌아본 11회였다.


커리어의 거의 모든 음반들이 후보로 뽑혔던 f(x)가 [Pink Tape]로 SHINee의 [The Misconceptions of Us]와 함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 후보에 올랐고,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에서는 f(x)의 '첫 사랑니'를 비롯해 EXO의 '으르렁', 4MINUTE의 '이름이 뭐예요',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후보로 올라왔다. 아기자기한 정교함의 만족스러운 쾌락, 2013년의 밀리언셀러, 영리한 변신으로 만든 차이, 중독적이고 단순한 역발상의 충격 등, 각 후보들은 각자의 매력을 통해 후보의 자리를 확보했다. 바로 다음 회인 12회 시상식에서는 모든 부문을 통틀어서 인피니트의 [Season 2]와 핫펠트의 'Ain't Nobody', 소유와 정기고의 '썸'만이 후보로 올라온 것을 보면, 11회의 경우가 특히나 독보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하거나 어쩌면 더 많은 비율로 아이돌 팝 음반과 노래가 한국대중음악상의 후보로 올랐던 때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15회 시상식에서였다. 2017년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에서, 이진아의 [Random]을 제외하자면 팝 부문의 모든 후보군이 아이돌 팝의 영역으로 채워졌다.


아이유는 [Palette]와 '밤편지'로, 방탄소년단은 [LOVE YOURSELF 承 'HER']과 'DNA'로, Red Velvet은 [The Perfect Velvet]과 '빨간 맛'으로 각각 음반/노래 부문에서 후보가 되었고, 그 외에도 음반 부문에서는 태연과 태민이, 노래 부문에서는 NCT 127과 선미가 각각 후보로 올랐다. 아이돌 팝으로써의 순도가 높은 작품, 다양한 장르의 활용을 통해 '앨범의 미학'을 드러낸 작품, 곡 자체에서 훌륭한 성취를 이뤄낸 작품 등 후보에 오른 아이돌 팝이 선정된 이유 또한 충분히 다채로웠다.


EXO - 으르렁 (Growl)

Red Velvet (레드벨벳) - 빨간 맛 (Red Flavor)

아이유 - 팔레트 (Feat. G-DRAGON)




# 한국대중음악상이 주목한 아이돌 팝들

5회 이전처럼 아예 후보로조차 오르지 못한 시절에서부터 11회와 15회처럼 후보작이 넘쳐나는 경우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팝에 대한 한국대중음악상의 관심은 조금씩 더해졌고, 특히 수상에 있어서도 몇몇 작품들이 적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5회의 'Tell Me'를 시발점으로 하여, 7회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과 노래 부문을 휩쓴 브라운아이드걸스,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f(x)의 'Electric Shock' 등 여성 아이돌들이 노래 부문의 수상작으로서 강세를 보였다. 이어 원더걸스는 14회 시상식에서 7년 만에 'Why So Lonely'로 최우수 팝 노래 부문을 다시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소개했던 15회 시상식에서는 아이유의 [Palette]와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팝 분야에서 음반과 노래로 각각 수상작이 됐고, 방탄소년단은 16회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팝 노래 부문을 수상하면서 3관왕을 기록했다.

다만 김윤하 비평가가 4년 전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을 위한 "공략" 포인트로 짚은 지점들 -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히트 곡, 가능하면 직접 쓰는 편이 나은 "싱어송라이팅" 실력, 높은 퀄리티와 확실한 개성의 장인정신, 선택과 집중으로 쌓은 솔로 커리어 등 - 은 현재의 한국대중음악상에서도 여전히 아이돌 팝이 상을 받기 위한 현재 진행형 조건으로 보인다. 작가주의적인 음반 단위의 결과물에 방점을 찍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전체적인 경향성은 이를 완벽히 따라가지는 않는 아이돌 팝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이러한 기준을 따르지 않음에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돌 팝이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의 수상만이 특정 작품의 '음악성'을 인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시상식의 승인과 인정, 포섭 없이도 아이돌 팝이 그 자체로의 다양한 가치를 발산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고, 더불어 그러한 다양한 가치를 좀 더 면밀하게 살필 수 있는 시선을 한국대중음악상이 앞으로 갖게 되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더걸스 - Why So Lonely

방탄소년단 - FAKE LOVE

ITZY (있지) - 달라달라

(여자)아이들 - 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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