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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Feb 24. 2020

브릿 어워드의 주인공, Lewis Capaldi

장르 인사이드 #POP

아마 몇 년 후 2020년의 그래미어워드를 기억한다면 본상 4관왕에 성공한 Billie Eilish만이 기억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브릿 어워드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주요부문에서 가장 많은 상을 가져간 이가 Lewis Capaldi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올해의 신인상"과 "올해의 노래"('Someone You Loved') 두 개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Capaldi가 영국령인 스코틀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자기 식구 감싸기"로 볼 여지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후보로 오른 이상 누구든 수상의 자격은 있으며, 더욱이 "영국의 시상식"인 브릿 어워드라면 Lewis Capaldi는 더욱 수상의 영예를 누릴 자격이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오늘은 Lewis Capaldi라는 젊은 뮤지션에 대해, 또 그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업무 특성상 빌보드와 해외 음악지들을 수시로 체크합니다. Lewis Capaldi를 처음 본 것 역시 외신을 통해서가 먼저였습니다. 때는 2019년 3월, 미국이나 영국이나 한창 Ariana Grande가 차트를 휩쓸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영국 오피셜 차트 정상에는 익숙지 않은 신인의 이름이 정상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잠깐, 누구시더라…?


게다가 1위곡인 'Someone You Loved'의 발매연도를 확인하니 2018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역주행 현상이었던 거죠. 그런데 조금 이상했습니다. 역주행에는 반드시 이렇다 할 계기가 있게 마련인데, 그런 일련의 요소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CF에 쓰여 알려졌다거나, 최근 유행하는 많은 곡들처럼 틱톡을 통해 알려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2018년 연초에 BBC가 주최하고 음악관계자들이 유망주를 뽑는 "Sound of 2018"에 그의 이름이 리스트로 오른 이력이 있을 뿐이었죠.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그가 이미 "Sound of 2018" 리스트에 오른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우리는 그냥 넘겨 짚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매년 이 투표를 통해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MIKA, Adele, Sam Smith, Ellie Goulding, Jessie J 등, 이 산업의 정점에 있는 이름들이 모두 이 리스트로부터 출발했지요. 보증수표 내지는 등용문 같은 행사로 이해하시면 거의 들어맞을 겁니다. Capaldi는 신인이지만 이미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던 신인인 셈입니다.

이렇게 음악계 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기까지, 그는 꽤나 고색창연한 루트를 밟았습니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리고, 유명한 프로듀서가 그를 발굴했으며, 정식 계약을 통해 EP를 발매하는 "정석 중의 정석" 코스를 밟았으니까요.


당시 그를 알아본 이는 Frank Ocean의 [channel ORANGE]를 작업한 이력이 있는 Malay라는 프로듀서였습니다. 해당 앨범을 통해 그래미어워드도 수상한 프로듀서이기도 하죠. 그를 시작으로 "2018년 꼭 보아야 할 아티스트"로 그를 선정한 VEVO부터 "Sound Of..."리스트를 선정한 BBC와 음악관계자들까지, 그의 재능을 알아보는 시선은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Lewis Capaldi는 이런 정석적인 과정을 통해 날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Lewis Capaldi에게 열광했던 걸까요?

Lewis Capaldi의 노래를 들으면 최근의 팝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분들이 보입니다. 먼저 그의 노래는 최근의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는 "전형적인" 발라드입니다. 누가 뭐래도 현재 차트에서 어필하기 가장 좋은 장르는 힙합입니다. 그래서 Ariana Grande나 Bruno Mars, Maroon 5 같은 차트흥행이 보장된 아티스트들까지 래퍼들과 함께 작업하거나, 힙합적인 요소들을 노래 안에 배치하는 것이죠. 헌데 Capaldi의 앨범에는 그 흔한 트랩비트 하나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Lewis Capaldi에게는 "유행하는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대를 사포로 갈아서 부르는 것 같은 허스키한 목소리도 특징입니다. 들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발성부터 음색 등 보컬의 결이 여타의 가수들과는 꽤나 다릅니다. 일련의 음악적인 교육이나 트레이닝을 통해 다듬어진 목소리라기보다는, 타고난 원초성을 간직한 보컬이라고 할까요? 특히 고음부에서 갈라지는 허스키함은 독특한 그만의 음악적 지문을 보여주고 있죠.

분명한 자기색과 고집을 가졌으며 이를 통해 성공한 아티스트이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이 성공을 통해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을 앓고 있기도 합니다. 가면 증후군이란 " 자신의 성공이 운으로 얻어졌다고 생각해 불안해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일례로 그의 표현에 따르면, 'Someone You Loved'는 좋은 멜로디를 얻기 위해 벽에다가 머리를 부딪혀가며 6달 동안 작곡한 노래입니다. 데뷔 EP부터 그의 이름이 점점 더 알려지자 강박적으로 곡을 쓴 것이 컸을 겁니다. 이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96년생 아티스트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브릿어워드라는 큰 시상식에서 수상의 결과를 얻었으니, 자신을 향한 심리적 검열은 아마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원히트원더" 가수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 발 한 발 내딛는다면, 앞으로 더욱 많은 것을 이루는 아티스트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냥 보면 "역주행"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근차근 자신의 것들을 쌓아가는 아티스트의 여정"이 보입니다. 역주행이라는 그늘에 가려졌지만,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착실하게 구축해 온 아티스트입니다. 그 과정은 은밀하고, 또 위대했습니다.


Lewis Capaldi - Grace

Lewis Capaldi – Bruises

Lewis Capaldi - Someone You Loved

Lewis Capaldi - Before You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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