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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y 31. 2021

알수록 잘 들린다, Olivia Rodrigo 신보

핫이슈 클리핑

'벼락스타'라는 누명

미국에서는 지금, 정규 앨범을 발표한 Olivia Rodrigo가 굉장한 화제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앞서 'drivers license'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8주 1위를 하는 등 엄청난 흥행을 거둔 탓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 갑작스런 인기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꽤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성공이 미국 한정이 아닌 전세계적인 성공이었기 때문에 더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고요.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가 가수 활동에 앞서, 디즈니 채널에서 배우로서 1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디즈니는 10대 이하와 10대들을 포괄하는 세대의 놀이터입니다. 지금, Olivia Rodrigo의 성공을 의심하는 시선은 상당수 잦아들었습니다. 


Olivia Rodrigo의 팬베이스가 MZ세대 중에서도 어린 10대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여도 높은 10대 여성 팬덤이 Olivia Rodrigo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어주고, 이 곡이 당시 디즈니 채널에서 일어났던 실제 배우들의 삼각관계라는 타블로이드성 기사들이 화제를 더하며 'drivers license'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제는 2집 앨범 [SOUR]가 나왔으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할 차례이겠지요? 아래에서부터는 이번 앨범과 관련한 몇 가지 감상 포인트를 잡아드립니다. 해당 부분에 초점을 맞춰 [SOUR]을 들어보신다면, 앨범의 전체 윤곽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Olivia Rodrigo [SOUR]



첫 곡 'brutal'로 밝히는 속내

자고 일어났더니 전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drivers license'의 대성공으로 인해 10대 소녀의 인생은 180도 바뀌어버렸습니다. 성공에 대한 동경, 혹은 벼락스타나 원히트원더라는 조롱을 한 몸에 받으며 작은 행동 하나들도 뉴스에 오르내렸죠.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10대에게는 꽤나 가혹한 대가였습니다.


첫 곡 'brutal'을 들으면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면서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지를 디테일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풀어내는 화법도 10대답기 때문에, 진솔하고 "나이다운 매력"을 가진 Olivia Rodrigo를 만나볼 수 있기도 합니다. 안쓰러운 동시에 사랑스럽고 할까요? 곡에서 가장 와 닿는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7세 인생에 진절머리가 나네/ 내 10대의 꿈은 대체 어디 있지? / 만약 누군가 한 번만 더 "젊음을 즐겨"라고 말한다면/ 난 차라리 울어버릴 거야 (And I'm so sick of seventeen/ Where's my fucking teenage dream/ If someone tells me one more time/ 'Enjoy your youth' I'm gonna cry)"



'이별 후 감정 변화'의 서사

'drivers license'와 'deja vu', 'good 4 u'로 이어지는 싱글 3연타의 정서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Olivia의 노래들은 "구남친 저격"에 그 무게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 "Sour"는 신맛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분함, 실망, 화, 낙담" 등의 기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왜 앨범 제목이 [SOUR]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앨범에서는 이 정서가 2번 트랙 'traitor'부터 8번 트랙 'happier'까지 서사구조 안에서 이어진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환승 이별을 당한 후 감정의 변화"라는 한정적인 주제에서 나름의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인데요. 'good 4 u'에서는 변한 그에게 조롱으로 일관하지만, 'Happier'에서의 메시지는 결국 "난 네가 행복하길 바라"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다만 더 행복해지지만 마"라는 소심한 단서가 붙지만요.


<strong>이별 후 감정의 들쭉날쭉한 변화를 치밀하게 앨범으로 담아냈다는 것</strong>, [SOUR]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장르적 도전: 1990년대와의 연계성

'drivers license'가 인기를 얻을 때만 해도, 국내에서의 주된 반응은 "이 노래가 왜…?"였습니다. 그냥 평범한 발라드 같은데 왜 1위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상당했지요. 이는 멜론에서 앨범 내 댓글을 공감순으로 읽어봐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미권은 "발라드"에 대한 인식이 다릅니다. 현재 음악시장의 메인은 단연 힙합이고, 힙합이 자리하기 전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일렉트로/댄스 음악이 시장의 메인이었습니다. 1990년대는 컨템퍼러리 R&B가 미국시장을 지배했던 때이고요. 한 마디로, 영미권 음악시장에서 "이별을 노래하는 슬픈 발라드"는 메인스트림과 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최근 틱톡 세대의 성장과 맞물리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요.


어쨌든, 모처럼 기승전결이 있는 발라드를 차트로 부른 Olivia Rodrigo이기 때문에, 앨범 역시 심심할 것 같다는 예상은 'good 4 u'부터 박살이 났습니다. 이 곡이 경쾌한 팝 록 스타일을 갖춘 데다, 사운드적으로는 1990년대의 들끓는 그런지 사운드를 녹여냈기 때문이지요. 이는 'brutal'의 노이지한 기타 톤에서도 나타납니다. 


Olivia 스스로도 1990년대 얼터너티브 사운드에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한 만큼, 앨범은 곳곳에서 1990년대의 요소들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메시지와 사운드 양쪽에서, 저처럼 올드한 팝팬 분들 중에는 아마 Alanis Morissette의 'You Oughta Know'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싶네요. 



Taylor Swift와의 연관성

Olivia는 자신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Taylor Swift의 팬"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처럼 음악으로 유명해지기 전, 인스타그램에서 Taylor의 노래도 부른 적이 있고, 'drivers license'가 차트에 진입한 이후에는 자신의 곡이 Taylor Swift의 노래와 한 차트에 있는 것이 감격스럽다는 게시글을 올린 적도 있지요. 


이번 앨범 크레딧을 보면 '1 step forward, 3 steps back' 작곡자에 Taylor Swift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Taylor Swift의 [reputation] 수록곡 'New Year’s Day'를 참고한 곡이기 때문입니다. 두 곡을 연달아 들어보면, 키는 바뀌었지만 진행은 유사하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Taylor Swift의 영향력을 숨기지 않는 Olivia로서는 이 곡이 Taylor에게 바치는 선물이기도 할 겁니다.


Taylor Swift – New Year’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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