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on Jun 03. 2021

DMX가 사망 전 완성한 앨범, [Exodus]

핫이슈 클리핑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알지만, 앨범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성경을 언급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앨범 제목의 "엑소더스"는 성경의 "출애굽기"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출(出)"은 나가다, "애굽"은 이집트를 뜻합니다. 즉 "이집트를 떠나는 것을 적은 기록"이라는 뜻으로, 기원전의 선지자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여정이 담겨있지요. 하도 인용이 많이 된 덕분에, 이제는 민족이나 집단의 "대이동"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DMX는 사망 전, 어마어마한 피처링진과 함께 [Exodus]라는 이름의 앨범을 남겼습니다. 커버이미지를 보면 DMX의 목에 "Exodus 1:7"라는 글자가 보이는데요. 그것이 뜻하는 대로 출애굽기 1장 7절을 펼치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습니다. <strong>"이스라엘 자손은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strong>


DMX [Exodus]


지난 달 약물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DMX의 사후앨범이 나왔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망 전에 앨범을 완성했고 여름 발매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하니, [Exodus]는 사망으로 인해 조금 일찍 세상에 나온 셈입니다.


이것이 그가 죽기 전 완성된 앨범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DMX 스스로도 이번 앨범은 오래도록 기억될 명반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작정을 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특급 참여진을 대동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Exodus]는 그와 오래 합을 맞춘 프로듀서 Swizz Beatz를 필두로, 누구 하나 꼬집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앨범에는 DMX 특유의 껄렁하고 으르렁대는 날 것의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딱 1990년말과 2000년대 초, 그가 날아다니던 시대를 소환하는 그 감성인데요. 여기에 다른 아티스트들의 랩과 싱잉이 더해지며 보다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펼쳐 보인다는 게 이번 앨범의 포인트입니다. DMX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게스트들에게도 꽤나 자리를 많이 내어준 것으로도 들리죠.


트랙리스트에서 바로 눈에 띄는 곡이 있다면, 그것은 'Bath Salts'일 겁니다. 피처링이 무려 JAY-Z와 Nas인데요. 랩의 달인들답게, 앨범에서 가장 꾸밈이 없는 비트 위에서 성공을 주제로 초반부터 묵직한 존재감을 남깁니다. 원래대로였다면, 두 래퍼는 DMX의 복귀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을 겁니다.


이어지는 'Dogs Out'에서의 Lil Wayne의 스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Baha Men의 'Who Let The Dog's Out' 가사를 비틀어서 자기만의 라임으로 랩을 풀어놓는 모습은 Lil Wayne의 천재성을 또 한 번 입증하는 트랙으로 들리지요.


하지만 앨범에서 가장 와 닿는 트랙이자 앨범의 주제를 꿰뚫는 트랙이라면, 후반부의 'Letter To My Son (Call Your Father)'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DMX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장남인 Xavier Simmons에게 진심 어린 용서와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중 압권은 초반에 나옵니다. "너희는 내 아이들, 내 심장이야/ 그리고 너(Xavier)는 형제자매가 좀 많지/… / 너가 장남이고, 널 가장 오래 알고 지냈어/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서, 다른 아이들을 적게 사랑하진 않아 (Y'all my kids, y'all my heart/ And you got more brothers and sisters/… / You thе oldest, I've known you longer/ But I don't love thеm less, had to get that off my chest)"


그는 생전 아홉 명의 여자들에게서 열 다섯 명의(…) 자식을 낳았습니다. 물론 그 중 대부분이 혼외자식이기 때문에 사생활 측면에서 많은 비난을 받아왔지요. 이 곡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미안함과 사죄가 담겨있습니다. 


가정을 지키지 않고 약에 취해있던 때에 대한 미안함도 담겨있습니다. "내가 약을 하는 걸 어떻게 생각했었을지 모르겠구나 / 그래도 너에게는 약을 하지 않도록 충분한 교훈이 됐을 거야 (And I don't know what you thought about my use of drugs/ But it taught you enough to not use them drugs)"


곡의 텍스트를 들여다 보면, 앨범 커버의 "Exodus 1:7"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아마도 DMX는, 자신이 남긴 핏줄들에게 (모처럼 컴백하는 앨범에서) 공개적인 메시지를 담아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지금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힙합적인 제스처로 담아내려던 것은 아니었을지.


사고뭉치로 살던 DMX가 좀 더 어른다운 어른으로 변모하려는 사이, 신은 그의 숨을 거두어 갔습니다. 우리는 그가 남긴 앨범을 듣고, 그가 살아있었다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추측하며 아쉬워할 수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Exodus]는 그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앨범입니다. 지면을 빌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열치열, 여름에 듣는 발라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