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on Jul 05. 2021

해외 매체들이 꼽은 상반기 최고의 앨범들

핫이슈 클리핑

뭘 했나 싶은데 벌써 상반기가 다 지났습니다. 내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지만, 팝 음악계의 시계 역시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상반기에 나온 수많은 앨범 중, 언제나처럼 메타크리틱에서 통계를 기반으로 주요작들을 선정해 음악 팬들의 이목이 몰리고 있습니다.


메타크리틱(metacritic)은 유저들에게 각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통계를 제공하는 사이트입니다. 게임, 영화, TV프로그램, 음악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작품들을 평가한 비평가집단 및 유저들의 평을 한 눈에 볼 수 있죠. 


음악 영역에서는 올뮤직가이드, 롤링스톤, NME, 피치포크, 스핀 등 유수의 음악지들은 물론,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 같은 주요 일간지들의 평가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 미디어들이 주목한 상반기의 앨범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살펴볼까요? 생소한 앨범이 있을 수도, 예상한 앨범이 없을 수 있겠지만, 어느 경우든 "발견"의 계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4위 (공동) | Squid [Bright Green Field]

Squid는 현재 영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포스트 펑크 장르의 밴드입니다. 이번 [Bright Green Field]가 그들의 첫 정규앨범이지요. 첫 정규앨범부터 네임드 프로듀서인 Dan Carey와 작업했다는 것도 현지에서 이들의 화제성을 보여줍니다. (Dan Carey는 Franz Ferdinand의 [Blood] 프로듀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음악은 작금의 스트리밍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도 드는, 모처럼 만나는 머리 많이 쓴(?) 밴드음악입니다. 불협화음도 사용할 정도로 대중지향적인 음악이 아닙니다만, 이런 배타적인 애티튜드 자체도 높은 평을 얻는 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이네요. 영국의 매체 NME는 "밴드의 모든 포텐셜을 충족시키는 타협하지 않는 데뷔"라는 설명과 함께 앨범에 만점을 부여했습니다. 


Squid [Bright Green Field]



4위 (공동) | Tyler, The Creator [Call Me If You Get Lost]

Tyler, The Creator가 가진 창작력의 샘은 마르지 않는 듯합니다. 2019년의 [IGOR]도 역대급 앨범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올해에도 어마어마한 앨범을 드랍했네요. 


여느 때처럼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지만, 그 결이 매번 달라진다는 게 Tyler, The Creator의 천재성일 겁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재즈와 펑크(Funk), 소울 등 여러 장르를 복고적인 방식으로 콜라주하면서도 그를 굉장히 세련된 마감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메타크리틱 통계 상으로 전문가 평점은 물론 유저 스코어까지 모두 [Call Me If You Get Lost]가 이제껏 그가 가장 높게 평가 받은 앨범이라는 것입니다. 아직 앨범 발매 초반기라 추가되는 평들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앨범이 또 하나의 "물건"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갈리지 않을 것 같네요.


Tyler, The Creator [Call Me If You Get Lost]



4위 (공동) | For Those I Love [For Those I Love]

For Those I Love는 아일랜드 출신의 David Balfe라는 아티스트의 프로젝트 밴드입니다. 그는 Burnt Out이라는 아일랜드 펑크 밴드의 전 멤버였다고 하네요. 중심은 David Balfe가 잡고 있지만, Burnt Out의 멤버였던 Paul Curran도 앨범에 함께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만든 루프에서 랩을 들려주는데요. 신시사이저로 만든 꽤나 서정적인 선율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꼭 일렉장르에 선호를 두지 않더라도 듣기에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서정적인 사운드와 랩의 결합을 좋아한다면, 앞으로 For Those I Love의 음악을 주목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이 앨범 역시 NME에서 만점을 부여했습니다.


For Those I Love [For Those I Love]



4위 (공동) | The Weather Station [Ignorance]

이번에는 그 깐깐하다는 피치포크에서 90점을 부여한 앨범입니다. [Ignorance]는 캐나다의 포크 밴드, The Weather Station의 다섯 번째 정규작입니다. 모든 트랙은 Tamara Lindeman이 단독으로 작사, 작곡, 편곡했다고 하네요.


다양한 악기를 무드에 맞게 사용한다는 점도 매력이지만, 포크팝 장르의 앨범답게 [Ignorance]는 가사적인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첫 싱글인 'Robber'만 살펴봐도 자본주의의 지배구조를 "강도"로 은유했으며, 'Tried to tell you'에서는 관계에 있어 무너지는 사람,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관찰자(자신)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가사가 특징적입니다. 


음악은 감각적이지만, 언어를 몇 번 꼬아둔 만큼 콘텍스트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포크 기반 음악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The Weather Station [Ignorance]



4위 (공동) | Rhiannon Giddens [They're Calling Me Home]

멜론의 좋아요 수를 보면, 국내에서는 아직 이 앨범을 접한 분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나 조금만 서치를 해봐도 알겠지만, Rhiannon Giddens는 그래미를 비롯한 여러 굵직한 시상식 수상기록도 갖고 있는 "네임드" 뮤지션입니다. 포크와 블루그래스를 비롯한 과거의 음악들과 접점을 대고 있는,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확고한 음악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라고 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될 것 같네요.


[They're Calling Me Home]은 Rhiannon Giddens와 함께 이탈리아 출신의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 Francesco Turrisi가 힘을 보탠 앨범입니다. 이국적인 소리들과 함께, 영화의 엔딩 장면에나 쓰일 법한 에스닉한 느낌의 곡들이 돋보이는데요. 쉽게 접해볼 수 없는 독특한 음악임은 분명합니다. 독특하고 이국적인 선율에 이끌리는 리스너라면, 이 앨범은 또 하나의 발견이 되어줄 겁니다.


Rhiannon Giddens [They're Calling Me Home]



2위 (공동) | Wolf Alice [Blue Weekend]

앨범 전체에서 흡인력 있는 멜로디를 녹여낸 Wolf Alice의 최근작도 상위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Blue Weekend]는 6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앨범이지만, Wolf Alice의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밴드 최고의 앨범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빼어난 멜로디 감각, 그리고 어느 때보다 풍성한 소리들은 프로듀서 Markus Dravs와 함께한 시너지가 작용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Coldplay의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를 프로듀스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인상적인 결과물을 낸 만큼, 올해 연말에도 다수 어워드에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Wolf Alice [Blue Weekend]



2위 (공동) | Nick Cave, Warren Ellis [CARNAGE]

내놓는 앨범마다 천재 소리를 듣는 Nick Cave는 이번에도 명작을 냈습니다. [CARNAGE]는 Nick Cave, 그리고 Bad Seeds의 멤버이자 영화음악 작업으로 알려진 Warren Ellis가 함께 작업한 앨범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발이 묶여있는 동안 공동작업한 앨범이라고 하네요.


사운드적으로는 앰비언트적인 사운드가 특징입니다. 'White Elephant'에서 들리는, 어둠에서 희망으로 가는 듯한 반전의 소리나, 그로부터 이어지는 'Albuquerque'의 명상적인 우울함까지. 꼭 멈춰있는 지금의 세상과 호흡하는 듯한 앨범이네요. 전체적으로 정적이지만, 동시에 압도적인 에너지를 만나볼 수 있는 앨범입니다. 


Nick Cave, Warren Ellis [CARNAGE]



1위 | Ghetts [Conflict Of Interest]

1위는 영국 래퍼 Ghetts의 차지였습니다. 그는 복잡다단한 라임, 그리고 정확하면서도 조곤조곤한 발음의 플로우가 특징인 래퍼로, 2005년부터 다수의 믹스테잎으로 활동해왔지만 정규앨범으로 치면 이것이 불과 세 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Ghetts는 이전까지 대중보다는 "평론가들의 선택을 받아오던" 래퍼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하고, Ed Sheeran과 Emeli Sande 등 대중친화적 아티스트들의 폭넓은 지원을 받아내면서 상업적인 성공 역시 거두고 있습니다. [Conflict Of Interest]는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앨범차트 2위에 랭크되었습니다.


[Conflict Of Interest]은 힙합 장르의 앨범치고는 드물게 "유행을 따르지 않는" 앨범입니다. 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인 앨범으로, 화려하지도 않고 귀를 잡아채는 훅도 없지요. 하지만 이 앨범은 "단순한 힙합 이상의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악과 브라스 등, 다양한 음악적 소스를 활용해 편곡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 덕분입니다. 때문에 최근의 많은 힙합음악과는 결 자체가 다르게 들리지요. 


단적으로 매력을 볼 수 있는 트랙이 있으니, Skepta가 참여한 'IC3'입니다. 편곡의 묘미, 두 래퍼의 말도 안 되는 라임메이킹, 랩을 주고받으며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프로덕션 등, 수많은 매력포인트를 갖춘 트랙이라는 것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일단 듣고 나면, 앨범을 정주행할 수밖에 없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Ghetts [Conflict Of Interest]


※ 1위부터 20위까지의 전체 리스트는 메타크리틱 홈페이지(metacritic.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상하지 못했던 컬래버레이션 조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