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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l 12. 2021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신보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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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ler, The Creator의 새 앨범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매번 수준 이상의 앨범을 쏟아내는 그인 만큼, [Call Me If You Get Lost]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평이 많은데요. 오늘은 음악 팬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Tyler, The Creator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앨범을 즐겁게 듣고 있다면 분명 얻어가는 내용이 있을 거예요. 


Tyler, The Creator [CALL ME IF YOU GET LOST]



1. 올해도 지킨 홀수 년의 법칙

2011년의 첫 정규작 [Goblin]부터 지금까지, Tyler, The Creator의 정규앨범은 매번 홀수 년마다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현지에서 "CALL ME IF YOU GET LOST"라는 텍스트의 옥외광고가 등장하며 그의 앨범 발매 소식을 알렸지요.


이것이 그의 예술적 강박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법칙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후 Tyler의 정규앨범은 2023년에 나올 것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2023년을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이번 앨범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순서이겠지요?



2. A$AP Rocky의 참여가 없는 앨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특이점은, Tyler의 절친이기도 한 A$AP Rocky의 참여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Tyler는 "A$AP Rocky가 5개월간 자신의 요청을 무시했다"는 입장을 전했는데요. 정확히는 'CORSO' 트랙에 그를 위해 비워둔 부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DJ Drama가 코멘트를 외치고, Tyler가 랩을 하지 않는 중간 부분에서 그에게 피처링을 제안했었다고 하네요. 이에 따르면 곡의 1분 18초~1분 37초 구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Tyler의 이 발언은 현지에서 최근 있던 소규모 공연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Tyler가 이 말을 할 때 격앙되어 있기보다는 어이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짓는 것을 보면, 둘 사이의 브로맨스에 금이 갔다기보다는 앨범을 준비하며 겪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3. '보들레르'로 설정한 페르소나

앨범에 대해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볼까요? [Call Me If You Get Lost]에서 그가 내세우는 자아는 "Tyler Baudelaire"입니다. 곡의 가사에서도 자주 등장하지만, 잘 보면 앨범 커버의 여권에도 Tyler Baudelaire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Tyler는 이번 앨범에서 청자들이 그를 "보들레르"로 인식하기를 바라는 듯 보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19세기의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저서 "악의 꽃"은 당시 종교와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중도덕 훼손죄"라는 죄목으로 기소될 만큼 당시의 문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서구 현대시의 시조격 작품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지요.


결국 Tyler가 내세우는 "보들레르"로서의 자아는 과거에 살았던 광기의 시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그의 힙합적 스웨그, 그리고 이를 콘셉트로 승화시키는 그의 예술관이 반영된 결과일 겁니다. 일부의 시각에서는 기행적 아티스트로 보일지 몰라도, 이후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천재로 자신이 기억되었으면 하는 나름의 바람이 담긴 작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때로는 이성적으로, 때로는 감정적으로

그렇다면 이 "보들레르" 콘셉트를 빌려 Tyler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앨범의 가사를 보다 보면, 이번 앨범은 (보들레르라는 콘셉트를 빌려서) 최근 Tyler의 내면적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방식은 이성적이기도, 때로는 감정적이기도 하지요.


가령 'MASSA'에서는 래퍼로서의 자기성장 스토리를 나름의 스웨그와 함께 밝히고 있고, 'MENIFESTO'에서는 지난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광기에 대한 Tyler 나름의 이성적인 시각을 보여주며, 'WILSHIRE'에서는 (자신의 성소수자 지향성을 포함하는) 열병 같았지만 실패로 끝난 자신의 삼각관계적 러브스토리를 숨막히는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는 모든 것이 Tyler가 지금 2021년을 살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겁니다. 항상 엉뚱해 보이고 수수께끼 같은 Tyler이지만, 가사를 찾아 들어보면 Tyler의 최근 생각이 어땠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Call Me If You Get Lost]는 소중한 앨범입니다.



5. '그를 만든 음악들', 그리고 '그가 만드는 음악들'

명백하게, 사운드적으로 이번 앨범은 소울과 재즈 등 그에게 영감이 되어준 과거의 소리들이 그 근간을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풀어내는 Tyler의 감성은 명백히 21세기의 최첨단을 달립니다. 신비주의보다는 GOLF WANG 브랜드로 자신을 드러내고, 갖은 기행으로 스스로 밈이 되기를 거부하지 않는 Tyler의 개성은 여타 네임드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그를 분명하게 구별 짓습니다.


이는 그가 과거부터 Nas의 [Illmatic]이 아닌, N.E.R.D의 [In Search of...]가 더 뛰어난 앨범이라고 말하는 등 확고한 소신을 가진 아티스트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극도로 과거적인 요소를 극도로 현대적인 문법으로 소화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지문을 완성해 나간다는 것, 디스코그래피를 연장할수록 분명해지는 Tyler의 음악적 색깔입니다. 



6. DJ Khaled를 향한 소심한 복수

2019년 [IGOR]가 나왔을 때 이를 영 불편하게 여긴 사람이 있으니, 바로 DJ Khaled입니다. 당시 그의 [Father Of Asahd]와 [IGOR]의 발매일이 겹쳐 둘은 불가피하게 차트에서 순위 경쟁을 해야 했는데요. 당시 1위로 올라선 것은 Tyler의 [IGOR]였지만, 이전 앨범들인 [Major Key]와 [Grateful]도 1위에 올렸던 DJ Khaled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고 합니다. 


당시 DJ Khaled는 "아무도 듣지 않는 Mysterious Shit이 차트 1위를 하는 게 기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 일이 있습니다. "넌 그래미 못 타"라는 9년 전 악플러의 트윗도 마음에 담아두는 Tyler가 이를 놓칠 리 없습니다. 이번 앨범이 1위에 오르자 Tyler는 "MYSTERIOUS MUSIC! HA!"라는 트윗을 올리며 당시 그를 무시했던 DJ Khaled에게 소심한 한 방을 먹였습니다. 



7. Tyler, 'The Creator'

결론적으로, Tyler는 이번 앨범을 통해 "The Creator"라는 자신의 이름을 또 한 번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이며, 그 개성을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예술로 승화시키는 아티스트임을, 우리는 이번 앨범을 통해 또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광기가 음악으로 발현될 때, 우리는 다른 누구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세계는 이토록 매력적이고, 또 매혹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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