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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l 26. 2021

"Måneskin이 뭔데? 'Beggin''이 뭔데?"

핫이슈 클리핑

빌보드 차트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라면, 최근 차트에서 숨가쁘게 역주행 중인 곡이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바로 Måneskin이라는 밴드의 'Beggin''이라는 곡입니다. 차트 진입 3주차에서 41위까지 올라왔는데요. 추세로 보면 차주에는 Top40 히트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2017년에 세상에 나온 이 노래가 왜 2021년에 역주행을 보이고 있을까요? 오늘은 화제의 밴드 Måneskin과 글로벌 히트를 기록 중인 'Beggin''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봅니다.


Måneskin – Beggin'




이탈리아 출신의 혼성 록 밴드

Måneskin은 영미권 출신의 밴드가 아닙니다. 빌보드 차트를 밟은 아티스트로는 이례적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혼성밴드죠. 멤버 세 명은 같은 지역 고등학교 출신으로, 지역 밴드 대회에 나가기 위해 드러머를 영입해 밴드를 결성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Måneskin이라는 이름은 덴마크어로 "월광"이라는 뜻입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있어 보이는 밴드이름을 정하다가 급조한 이름이라고 하네요. 


우여곡절 끝에 참여한 Felt Music Club & School이라는 이 조그마한 대회에서 Måneskin은 1위 트로피를 거머쥐게 됩니다. 물론, 아직은 이름 없는 밴드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버스킹을 전전하던 밴드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는데요. 그것은 바로…


'엑스 팩터 이탈리아' 준우승

또 다시 경연 대회였습니다. 경연대회이면서 프로그램이기도 한 "엑스 팩터 이탈리아" 열 한 번째 시즌에 참여한 이들은 그동안 다진 탄탄한 팀워크를 기반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보다 크게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합니다. 


여기에서 Måneskin은 Four Seasons의 'Beggin'', Franz Ferdinand의 'Take Me Out', Killers의 'Somebody Told Me'를 커버했는데요. 이들 중 일부를 엮어 자작곡 두 곡('Chosen', 'Recovery')과 함께 발표한 것이 우리가 듣고 있는 EP [Chosen]입니다. 그 중에서도 'Beggin''이 뒤늦은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죠.

 

Måneskin – Chosen

Måneskin – Somebody Told Me 

Måneskin – You Need Me, I Don't Need You


커버곡들이 메인인 이 앨범 외에 이들의 다른 앨범을 들어봐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만, Måneskin은 모처럼 직선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밴드입니다. 드럼의 쿵빡과 기타 리프 중심의 전개, 그리고 냅다 내지르는 야성적인 보컬은 최근 록 밴드가 절멸한 시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클래식한 하드록 밴드의 매력을 잘 보여줍니다.


프런트맨 Damiano David의 (젠더퀴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콘셉트의 무대매너도 이목을 끄는 요소입니다. 때문에 Måneskin을 처음 접하는 입장이라면 화끈한 음악에 한 번 놀라고, 비주얼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으니…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 지역의 수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급 음악 경연 대회이자 프로그램입니다. Måneskin은 바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게임 캐릭터의 성장서사 같죠? 중간보스 잡고, 메인보스 잡고…)


우승곡인 'Zitti E Buoni'를 들어보면, 밴드의 메시지가 좀 더 명확히 다가옵니다. 의역하면 "닥치고 가만히 있어"정도로 해석이 되는데요. 곡의 메시지는 "세대간의 몰이해에서 오는 반항심리"와 "개인마다의 개성 인정 요구"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희와 달라"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Måneskin – Zitti E Buoni


그리고 '틱톡'

하지만 이들이 유로비전의 주인공이 된 이후, 전 세계 리스너들을 홀린 곡은 의외로 'Zitti E Buoni'가 아닌 다른 곡이었습니다. 앞서 밝혔듯, 역주행하고 있는 곡은 'Beggin''이라는 곡이죠. 이탈리아어가 아닌 영어로 부른 곡이니만큼, 아마 언어적인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곡은 틱톡을 통해 유행하며 빠르게 전세계의 차트 정상을 꿰차기 시작했습니다. 유럽권 8개국(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그리스,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스위스)에서 주간차트 1위에 올랐으며,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상승을 거듭하며 밴드의 다른 곡인 'I WANNA BE YOUR SLAVE'와 함께 Top10 안으로 진입했지요. 


글을 쓰는 현재 시점에서,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는 41위까지 치고 올라왔는데요. 추세로 보면, 이후에는 보다 상위 순위로 진입할 것이 명백해 보입니다. 


Måneskin – I WANNA BE YOUR SLAVE


록 밴드의 서사

비록 "틱톡"을 통해 터지긴 했지만, 그동안 밴드가 쌓아온 성과들을 보면 이들 역시 "뜰 준비가 되어있었던" 밴드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Måneskin에게만큼은 특히 더 "틱톡빨"이라는 조롱조의 수식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에 기록을 더하기까지, 밴드는 이토록 장대한 서사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저 틱톡을 통해 기회가 왔고, 갖고 있던 포텐셜이 터진 것이겠지요.


"이탈리안 록 밴드"라는 남다른 정체성으로 전세계를 매혹시키고 있는 Måneskin. 남은 것은, 더 높이 올라가는 일뿐일 겁니다. Måneskin이라는 이름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 Beggin''을 통해 하나씩 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직은 어색할지 몰라도, 곧 익숙해져야 할 이름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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