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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02. 2020

Lyle Mays(1953~2020)와 이별하며(2부)

장르 인사이드 #재즈

 앨범 [Still Life]와 함께 재시동을 건 Pat Metheny Group(이하 PMG)의 활동은 Lyle Mays 개인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86년 솔로 앨범 [Lyle Mays]에 이어 PMG의 활동 재개 이후 Lyle은 자신의 번째 솔로 앨범 [Street Dreams]를 '88년에 발표하게 됩니다.


 이 앨범을 통해 Lyle은 PMG의 연장 선상에 있는 음악에서부터(그의 곡 'August'는 PMG의 'James'를 살짝 떠올리게 합니다) 평소가 그가 들려줄 기회가 없었던 빅밴드 사운드('Possible Straight')의 곡까지 폭넓은 그의 음악을 담고 있었습니다.


연이어 발표된 PMG의 [Letter from Home]에서 Lyle은 건반 연주와 더불어 Pat과 함께 곡을 쓰면서 이 그룹의 오케스트라 스타일의 사운드를 더 발전시켜 나갑니다. 앨범 [Still Life]에 이어서 [Letter from Home]은 "빌보드" 재즈앨범 순위 1위, 그래미 재즈퓨전 연주상을 연속으로 획득하면서 이 밴드의 전성기를 구가해 나갔습니다.


 Lyle Mays - August

 Lyle Mays - Possible Straight

 Pat Metheny - Beat 70

 Pat Metheny - Are We There Yet

 

  당시 PMG은 세계에서 투어 일정이 가장 빽빽하게 짜여 있는 밴드 중 하나였습니다. 이 그룹의 음악 속에서 늘 나타나는 이국적인 풍경들, 동시에 고향에 대한 향수는 모두 끊임없는 긴 투어 속에서 얻어진 Pat과 Lyle의 악상들이었습니다.


 PMG가 1993년에 발표한 라이브 앨범 [The Road To You]는 그러한 투어를 결산했던 음반으로, 여기에는 '8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PMG의 음악들이 다수 담겨 있었습니다. 아울러 라이브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Half Life of Absolution'에서 Lyle은 작곡뿐만이 아니라 중반부의 활기찬 피아노 솔로를 통해 라이브 밴드로서 PMG의 면모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 투어를 끝으로 다시 PMG가 잠정적 휴식에 들어가자 Lyle은 평소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을 녹음하게 됩니다. 그것은 전통적인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리더로서의 모습으로 그는 역시 그의 가장 가까운 동료 Marc Johnson(베이스)과 그가 존경했던 Bill Evans, Keith Jarrett 트리오 출신의 명 드러머 Jack DeJohnette을 초대해 피아노 트리오 편성의 앨범 [Fictionary]를 '93년에 발표합니다.  

 

이 앨범에서 그는 'Bill Evans'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즈 피아노의 거장에 대한 그의 존경을 표했고 이어지는 타이틀 곡 'Fictionary'를 선배 피아니스트 Chick Corea에게 헌정하기도 했습니다. Chick Corea가 그랬듯이 Lyle Mays는 Bill Evans의 섬세한 터치, 베이스, 드럼과의 섬세한 교감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어법을 자유롭고 넓게 확장한 재즈 피아노의 표현주의자였습니다.


 Pat Metheny - First Circle

 Pat Metheny - Half Life Of Absolution

 Lyle Mays - Bill Evans

 Lyle Mays - Fictionary


 PMG는 '95년 앨범 [We Live Here]를 통해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동료 베이시스트 Steve Rodby와 더불어 Lyle은 이 밴드에서 20년 넘게 연주한 밴드의 중추였고 그 역할은 전혀 변함이 없었습니다. 역시 PMG의 전성기를 이어간 이 앨범은 대부분의 곡이 Pat과 Lyle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Episode D'azur'는 Lyle의 단독 작품으로, [We Live Here]는 그 어느 앨범보다 Lyle의 역할이 컸던 작품이었습니다.

 

이듬해의 PMG의 앨범 [Quartet]은 앨범 제목처럼 객원 연주자들 없이 핵심 멤버인 Pat, Lyle, Steve 그리고 드러머 Paul Wertico만이 연주한 사중주 앨범으로, 이 앨범에서도 Lyle은 'Double Blind'를 포함한 세 곡의 독립 작품을 앨범을 위해 선사했고 여전히 풍성한 건반 사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객원 연주자들과 함께 PMG의 본 모습으로 돌아온 '97년 작 [Imaginary Day]에서 역시 Lyle은 Pat과 함께 대부분의 곡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PMG의 음악은 이제 다른 재즈밴드들의 음악과는 한참 거리를 둔 음악으로 변모했는데 연주자들의 즉흥성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재즈밴드의 앙상블과는 달리 마치 정교한 악보를 앞에 둔 오케스트라 음악에 가까웠고 여기에는 음악에 대한 Pat의 꼼꼼한 장악 그리고 이를 구현해 낼 수 있는 Lyle의 건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 앨범을 끝으로 PMG는 다시 무려 5년간의 공백에 들어갑니다.


 Pat Metheny - Episode D`azur

 Pat Metheny - Something To Remind You

 Pat Metheny - Double Blind

 Pat Metheny - Language Of Time

 Pat Metheny - The Heat Of The Day

 Pat Metheny - Across The Sky


결성 이후로 세 번의 휴식기를 가졌던 PMG은 5년의 공백을 깨고 '02년 앨범 [Speaking of Now]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합니다. 현재까지도 Pat과 함께하고 있는 Antonio Sanchez(드럼), 그리고 Cuong Vu(트럼펫, 퍼커션, 보컬), Richard Bona(베이스, 보컬) 등 21세기의 대표적 멤버들이 이 앨범부터 합류했지만 Pat, Lyle, Steve로 이뤄진 PMG의 핵심은 여전히 밴드의 중추를 이루고 있었고 특히 Lyle은 Pat과 함께 앨범의 대부분을 작곡합니다.


[Imaginary Day]에서 암시를 준 대로 PMG의 음악은 보다 복잡해지고 아울러 조직화된 모습을 보였는데 그럼에도 그 안에서 멤버들의 출중한 솔로는 'Proof'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들은 여전히 재즈 연주자란 사실을 증거처럼 보여주었습니다.

'05년 앨범 [The Way Up] PMG가 지향했던 음악의 극점을 들려주었습니다. 전체 연주시간 약 68분에 이르는 앨범은 도입부 'Opening'을 포함해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서 밴드는 즉흥연주와 새롭게 등장하는 주제들을 조금의 빈틈도 없이 연주해 나갑니다. 음악은 마치 거대한 교향곡처럼 하나의 지점을 향해 흘러갔고 그 음악은 약 30년 동안 함께 음악을 만들어 온 Pat과 Lyle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Pat Metheny - Proof

 Pat Metheny - Wherever You Go

 Pat Metheny - The Way Up: Part 3


 앨범 [The Way Up]의 마지막 3부에서처럼 그 정점으로 향하는 길은 말고도 험한 길이었습니다. 음악은 우리의 음악적 쾌감, 영혼의 정화를 위해 존재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뇌와 노고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음악이 10분 정도 흘렀을 때 마치 숨 가뿐 호흡 이후처럼 적막이 흐르고 그 뒤를 채우는 평화로운 멜로디는 이제 PMG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처럼 느껴집니다. 이 앨범 이후 Pat은 PMG를 해산하고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밴드로 새로운 음악을 추구해 나갑니다.


그래서 [The Way Up]은 Pat과 Lyle의 마지막 녹음이었고 더 나아가 이는 Lyle 생애의 마지막 녹음이었습니다. PMG가 마지막 활동을 시작하기 전 Lyle은 2000년에 그의 마지막 솔로 앨범을 오로지 혼자서 자신의 건반으로만 녹음했습니다.


Pat Metheny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한 추모글을 통해 "Lyle은 Weather Report의 Joe Zawinul를 제외하면 재즈밴드에서 건반의 역할을 확장한 전례가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었습니다. 그는 소편성의 밴드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극소수의 연주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편곡자이자 키보디스트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독주자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지막 솔로 앨범을 이렇듯 홀로, 고독하게 녹음하고는 자신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어투로 미리 작별 인사를 건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평범하고 둔한 우리는 뒤늦게 깨닫습니다. PMG의 탁월한 음악에는 Pat Metheny 뿐만이 아니라 Lyle Mays를 비롯한 탁월했던 밴드 동료들의 음악이었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것이 모든 밴드 음악의 본질이자 재즈의 중요한 핵심이란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PMG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Lyle의 모습을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편히 쉬세요, Lyle.


 Lyle Mays - Procession

 Lyle Mays - Long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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