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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Mar 03. 2020

봄소식과 함께 돌아온 세 명의 해외 힙합 아티스트

장르 인사이드 #힙합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해 유난히 길게 느껴진 올해의 2월. 많은 이들이 건강에 신경 쓰며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해외 아티스트들이 예고해 온 작품을 들고 나오며 음악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음반을 들으며 움츠려진 심신을 위로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기사에서는 2월 마지막 주에 발표된 세 장의 해외 힙합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글ㅣ힙합엘이


 Lil Baby

많은 Lil 래퍼들이 메인스트림 차트를 지배한 현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애틀랜타의 Lil Baby는 한 번의 하이프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색을 증명한 래퍼다. 그는 첫 정규앨범 [Harder Than Ever]를 비롯해 Gunna와 함께한 합작 믹스테입 [Drip Harder]를 통해 빌보드차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더불어 Young Thug이 공언했듯 그는 애틀랜타의 Trap 사운드를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맛있게 발음을 흩트림과 동시에 멜로디를 섞어낸 멈블랩이란 스타일을 안착시켰다.

두 번째 정규앨범 [My Turn]은 Lil Baby의 향상된 랩 퍼포먼스와 함께 폭넓은 그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Woah'에서 오토튠을 먹인 목소리로 멜로디를 섞으며 자유자재로 플로우를 전개해 나간다. 또한, 'Emotionally Scarred와 'Can't Explain'에서는 거친 거리의 삶을 살았던 시절부터 지금 자신이 있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더불어 'Consistent'에서는 종교적 믿음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에서 벗어난 모습을 묘사한다.

참여진과의 조합도 앨범의 듣는 재미를 더해준다. 애틀랜타의 Trap 사운드를 대표하는 Gunna와 Young Thug을 비롯해 멈블랩의 중심에 있는 Lil Uzi Vert와 Future, 남부 힙합의 OG로 거듭나고 있는 Lil Wayne 등이 각 트랙에 참여해 Lil Baby의 앨범 속 이야기에 힘을 보탠다. 이 밖에도 Lil Baby는 클럽튠 'Gang Signs'와 라디오 친화적인 트랙 'Catch The Sun'을 통해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복된 사운드가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 Lil Baby의 눈부신 재능이 돋보이는 앨범.


 Lil Baby [My Turn]




 Young Nudy

Young Nudy는 21 Savage의 사촌이자 트랩 사운드를 대표하는 애틀란타 Zone 6 출신의 트래퍼이다. 그는 꾸준히 믹스테입을 통해 갱 문화에 기반한 가사를 선보이며 트랩 음악에 대한 남다른 조예를 보여주었던 음악가이기도 하다. 힙합 팬들에게는 오랜 콜라보메이트인 Pi'erreBourne과의 프로젝트 앨범 [Sli'merre]를 통해 눈도장을 찍었으며, 이후 J. Cole의 Dreamville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해 Grammy Awards의 "Best Ra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새롭게 발표한 [Anyways]는 어두운 유머와 풍자로 가득 차 있으며, 언더그라운드 시절의 감성을 여전히 머금은 Young Nudy의 랩이 담겨 있다. 그는 'No Go'에서 너저분한 가사로 이성에 대한 이야기를 읊어대고, 'A Nudy Story'에서는 어린 시절 가족과함께 처음으로 경험했던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놓는다. 이 밖에도 'Deeper Than Rap'에서는 랩스타로서도 어쩔 수 없는죽음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Anyways]는 역시 탁월한 Young Nudy의 비트 초이스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Young Nudy는 20Rocket, COUPE를 비롯한 여러 프로듀서의 비트에서 변화무쌍한 플로우로 벌스를 가득 채워 나간다. 그는'No Comprende'와 같이 베이스가 헤비한 비트에서도, 묘한 신스음이 가득한 'GTA Lyfestyle'에서도 폼을 잃지 않으며 앨범 내내 청각적 쾌감을 가득 준다. 덕분에 앨범은 앨범의 연결성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특유의 추임새로 인해 중독성을 남긴다.


 Young Nudy [Anyways]




 G Herbo

2000년대 말, 시카고의 빈민가에서는 Drill이라는 음악이 등장했다. Drill 래퍼들은 시카고 거리의 삶을 폭력적인 가사로 묘사함은 물론, 직접 제작한 저예산의 뮤직비디오를 SNS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중에서도 G Herbo는 당시 Lil Herb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갱단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투박한 플로우로 풀어놓았고, 덕분에 Drake의 샤라웃을 받는 등 음악 계의 이목을 끌어왔던 래퍼다.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G Herbo는 폭력으로 얼룩진 삶에서 비롯된 정신적 고통을 주제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덕분에 앨범은 좀 더 감성적인 그의 면모가 드러난다. BJ the Chicago Kid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Gangstas Cry'에서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Juice WRLD를 비롯한 래퍼들이 함께한 'PTSD'에서는 각자 어릴 적 받았던 정신적 충격과 함께 현재에도 앓고 있는 정신병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다.

G Herbo는 앨범 내내 투박하고도 단조로운 랩을 뱉어내지만, 여러 참여진들과 조화를 이루며 음악적 단점을 극복해낸다. 대표적으로는 뉴욕의 Crooner Rap을 대표하는 A Boogie Wit Da Hoodie가 함께 한 'Glass in the Face'와 풍성한 멜로디의 싱잉 랩을 구사하는 Polo G가 참여한 'Lawyer Fees'가 그렇다. 이 밖에도 Jacquees가 참여한 'Shooter'를 통해서도 예상치 못한 남자의 순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러모로 한 층 성숙해진 G Herbo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운 작품이다.


 G Herbo [P.T.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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