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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er Power'와 'My Universe'로 음악 팬들의 가슴에 몇 차례 불을 지폈던 그 밴드, Coldplay의 새 앨범이 공개됐습니다. 예상대로 반응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 주제는 "[Music Of The Spheres]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이야기들"입니다.
Coldplay [Music Of The Spheres]
앨범의 제목은 Coldplay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Music Of The Spheres"는 "천체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천체의 움직임이 음악의 한 형태가 된다"는 중세의 개념입니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천체가 운행할 때 음악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개념이죠.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피타고라스가 믿었던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이 수로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했던 철학자였습니다. 그에게는 음악 또한 수학의 일부였으며, 우주 역시 수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믿었던 세계였습니다.
그렇습니다. Coldplay의 이번 앨범은 "우주"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세인들이 믿었던 것처럼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음악"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며, 차용한 콘셉트가 우주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 합니다. 콘셉트를 설명 드리자면…
[Music Of The Spheres]는 9개의 행성과 3개의 위성, 그리고 별과 성운이 있는 가상의 행성계 "The Spheres"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별은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앨범의 12개 트랙은 "The Spheres"의 행성과 위성들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는 앨범 커버로도 이미지화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노래들과 연결되는 별의 이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Neon Moon I = '⦵(Music of the Spheres)'
Kaotica = 'Higher Power'
Echo = 'Humankind'
Kubik = '*✧(Alien Choir)'
Calypso = 'Let Somebody Go'
Supersolis = '♡(Human Heart)'
Ultra = 'People of the Pride'
Floris = 'Biutyful'
Neon Moon II = '❍(Music of the Spheres II)'
Epiphane = 'My Universe'
Infinity Station = '∞(Infinity Sign)'
Coloratura = 'Coloratura'
Coldplay는 전체 앨범 공개에 앞서 선공개 싱글을 발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는데요. 이 또한 가히 우주급이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 중인 우주비행사에게 가장 먼저 곡을 들려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하고, 가상의 라디오 방송국을 세워 가상의 외계문자를 선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니까, Coldplay가 이번 앨범에서 우주를 테마로 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앨범 발매 전부터 알려진 정보였습니다. 그렇다면 Coldplay가 우주에서 영감 받은 음악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Humankind'의 화자는 지구인이기보다는 외계인(!)으로서의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앨범의 세계관을 통해 유추해봤을 때 그는 The Spheres의 한 행성에 살고 있으며, 이 행성에서는 음악이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My Universe'의 공식 뮤직비디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자는 이런 음악이 금지된 세상에서 (Coldplay가 이번 프로모션에서 설립한 가상의 라디오 방송국인) Alien Radio를 계기로 다른 세계의 음악을 접하게 된 듯 보입니다. 그런 설렘이 벅차는 느낌으로 표현된 것이 바로 'Humankind'의 선율과 리듬인 것이죠.
앨범에서 가장 우주적이지 않은 곡이 있다면, 그것은 'Let Somebody Go'일 겁니다. 이 곡에서는 Chris Martin과 Selena Gomez가 교대로 벌스를 주고 받으며 연인의 상실로 인한 슬픔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이 곡이 완전히 우주적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곡의 맨 마지막 가사가 다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strong>"하지만 넌 여전히 나와 함께 있어, 난 알아/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거야, 난 알아 (But you’re still with me now I know/ You’re still with me now, I know)"</strong>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그를 보낸다고 해도, 아주 멀리서 본다면 우리는 우주의 점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SF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이 생에서 떠나 보낸 사람도 그럴지도 모르죠. 'Let Somebody Go'는 이별에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Coldplay식의 위로입니다.
'People of the Pride'의 핵심 멜로디는 원래 10년도 더 전, 그러니까 [Viva La Vida] 시절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이 곡은 'The Man Who Swears'라는 데모트랙으로 공개된 바 있는데, 여기에 Max Martin의 현대적인 편곡을 더해 새 이름으로 나온 것이죠.
Chris Martin에 따르면, 이 곡은 전체적으로 Black Lives Matter 운동과 Gay Pride 행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조하는 Chris Martin은, NME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곡에 (인류보편을 위한) 정치적 의미가 들어있음을 당당히 밝혔습니다.
'❍(Music of the Spheres II'는 아이들의 음성을 녹음해 뒤집어 재생한 백워드 마스킹 기법이 쓰였습니다. 이를 역으로 재생하면, "everyone is an alien somewhere, remember, spheres, of the, music, welcome to, ladies and gentlemen"이라는 단어들이 순서대로 등장하는데요. 이를 역순으로 배합하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Music of the Spheres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억하세요. 여러분 모두 어딘가에서는 외계인이라는 것을요. (Ladies and gentlemen, welcome to Music of the Spheres. Remember, Everyone Is an Alien Somewhere.)" 'Humankind'에서 외계인의 관점과 인류의 관점이 공존했던 이유, 이 대목에서 풀렸습니다.
\'∞ (Infinity Sign)'\는 원래 Coldplay를 지지하는 남미 팬들을 위해 만들었던 곡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백보컬을 들어보면, 축구 중계방송에서 매번 나오는 "올레 올레 올레 올레~"에 더해 "위 아 더 챔스"가 아닌 "Coldplay~ Coldplay~"를 연호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죠. 굉장히 스포티한 멜로디와 리듬으로 시작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서정적으로 변화하는 멜로디 라인이 백미입니다.
Chris Martin의 언급에 따르면, 이 곡은 2018년 멕시코 대지진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헌정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곡 가사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Spiritus Sancti"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령의 은사"를 의미합니다.
결국 Coldplay가 우주를 콘셉트로 우리에게 펼쳐놓는 이야기들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 사람들을 향한 위로, 그리고 인류 화합의 염원들이 담겨 있습니다. Coldplay가 상상하는 우주는 이렇게나 온기가 가득합니다.
개인에서 세상으로 시선을 돌린 밴드는 이제 우주까지 그 시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보다 거대해진 음악세계이지만, 위에 펼쳐놓은 정보들을 토대로 앨범을 듣는다면 Coldplay의 우주에서 길을 잃을 걱정은 없을 겁니다. 멜로디 이상의 감동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