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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Dec 21. 2021

Mariah Carey, 스스로 만든 크리스마스의 기적

핫이슈 클리핑

캐럴 연금의 시즌이 왔습니다. 아, 물론 우리의 연금이 아니라 Mariah Carey 언니의 연금이지만요. 매년 이맘때면 거리에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고급스러운 Mariah Carey의 발성이 울려 퍼지고, 각종 매체는 저작권료 기사와 빌보드 차트 업데이트 소식을 분주하게 실어 나릅니다.


어떻게 1994년 탄생한 곡이 스트리밍 시대에까지 사랑받게 된 걸까요? 다양한 매체에서 저작권료에 대한 기사가 나오겠지만, 오늘은 음악을 경제의 관점으로 보는 시각을 살짝 거두고 순수한 목적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러니까, 단 하나의 곡이 어떻게 시간을 견디며 사랑받게 되었는지를요. 매년 "머라이어 캐리 멈춰!"를 외치던 분들도 어쩌면,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될지 모릅니다.



원치 않던 크리스마스 음반

Mariah Carey에게 장기 연금을 안겨준 황금 거위 같은 곡이지만, 당시 그는 이 곡이 실린 [Merry Christmas] 음반 발매를 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 제작 당시의 1994년으로 가봐야 하는데요.


1990년 데뷔한 Mariah Carey는 이미 스타였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정면으로 내건 1집부터 3집까지, 외부의 잡음은 있었지만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었죠. 든든한 지원병도 있었습니다. Mariah Carey는 1993년 소속사 사장인 Tommy Mottola와 결혼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다음 앨범을 구상할 때 생겼습니다.


사업가였던 남편 Tommy와 회사는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음반 발매를 원했지만, Mariah에게는 당황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당시만 해도 캐럴 음반은 한 물 간 스타들이 발표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편의 설득 끝에 Mariah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기적의 캐럴송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Mariah는 훌륭한 싱어인 동시에 송 라이터입니다. 데뷔 앨범 작곡에 모두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빌보드 싱글 차트 열아홉 곡의 넘버원 중 단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가 직접 창작에 참여했습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이하 'All I Want...')도 그가 공동 창작자와 함께 직접 작사, 작곡한 작품입니다.


겨울 시즌 발매를 위해 곡 작업에 들어갔을 때는,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Mariah는 한 여름에 창작에 몰입하기 위해 집안을 온통 크리스마스 풍으로 장식했다고 합니다. Mariah가 집을 이렇게 꾸민 데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는 캐럴 "음반"을 원하지 않았을 뿐, 크리스마스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풍족하지 않던 어린 시절, Mariah는 언제나 멋진 크리스마스를 꿈꿔왔지만 가족들은 늘 기대를 망쳐왔다고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말해왔습니다. 이후 자신만의 재능으로 성공을 한 그 시절의 소녀는,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민 방 안에서 그토록 원하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입에서 'I don't want a lot for Christmas'라는 구절이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전설의 시작이었습니다. Walter와 Mariah에 따르면, 이들의 코드와 곡 구성, 멜로디 작업에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전해지죠.


또 하나 유의미한 사실은, 애초에 레이블이 크리스마스 음반을 그에게 제안했을 때는 이미 나와있는 유명 캐럴을 불러보자는 대략적인 구상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Mariah가 직접 새로운 캐럴을 써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쉬운 길이 아니라 어려운 길을 선택했기에 창작 캐럴로서 연말마다 'All I Want…'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죠. 현시대 캐럴을 대표하는 곡은 누가 뭐래도 'All I Want…'입니다.


Mariah Carey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암흑기에 빛이 된 곡

넘치는 재능으로 언제나 반짝거릴 줄 알았지만, Mariah에게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1998년 Tommy와 헤어진 이후인 2000년대 초부터 영화와 앨범 흥행 실패 등 악재가 겹치게 된 Mariah. 그는 2000년대 중반 'It's Like That'의 흥행 전까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All I Want…'는 그의 건재함을 알리는 희망과도 같은 곡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연말이면 꾸준히 들려오던 곡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2003년 11월 개봉한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삽입되면서부터일 것 같네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러브 액츄얼리"는 지금도 연말이면 많은 이가 다시 찾는 크리스마스 영화입니다. 'All I want…'의 영화 버전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장면에서 배우 Olivia Olson이 청아한 목소리로 'All I Want…'을 불러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장면 때문에 당시 10대이던 Olivia Olson은 수많은 음반사들의 러브콜을 받았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뿐만 아니라,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가사 한 줄이 영화 대사로도 사용됐습니다. Mariah가 자신의 음악을 영화에 허락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두 전설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 셈입니다.


순수하게 음악에 집중해보자고 했지만, 그럼에도 'All I Want…'의 성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2012년 빌보드의 운영 규정이 바뀌어 옛 곡들이 순위에 재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All I Want…'. 이 곡이 2017년 싱글 차트 9위로 역주행한 데 이어 지난 2019년과 2020년 1위에 오른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성공 서사입니다.


특히 2019년, 발매 25년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 'All I Want…'는 Mariah를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위 타이틀을 보유한 아티스트로 만들어줬습니다. 특히 올해는 1,000만 장 이상 판매된 걸 인정받아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의 다이아몬드 인증을 받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음원으로는 최초의 기록입니다.


문화적 영향력도 빠질 수 없습니다. Justin Bieber, Ariana Grande, Fifth Harmony 등 많은 스타들이 'All I Want…'를 커버했고, 뮤직 비디오만 해도 4개이며, 이 곡에 영감을 받은 어린이 그림 동화책도 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왜 Mariah가 "크리스마스를 만든 사람"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네요.


Justin Bieber, Mariah Carey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SuperFestive!)

Fifth Harmony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결핍을 창작의 영감으로,
Mariah Carey가 만든 환상의 세계

발매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발표된 'All I Want…' 뮤직 비디오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Mariah는 백화점 쇼윈도로 보이는 곳에서 크리스마스 풍의 붉은 옷을 입고 마네킹처럼 서 있습니다. 비백인의 어린이가 그 앞을 지나가며 Mariah를 동경하듯 쳐다보고, 이윽고 어린이는 Mariah를 따라 아름다운 성과 달콤한 사탕이 있는 환상의 세계로 옮겨갑니다.


사견이지만, 저는 이 뮤직비디오의 스토리처럼 결국 'All I Want…'는 Mariah가 어린 시절의 자신과 세상에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앞서 말했듯 Mariah는 늘 크리스마스를 동경해왔지만 가난하고 억센 가족들이 그 환상을 망치는 것을 보며 자랐다고 고백해왔습니다. 또한 자서전을 통해서 그는 당시 느낀 비백인으로서의 고충을 언급해오기도 했죠. 그런데도 Mariah는 현실 앞에서 어린 시절 간직했던 환상을 버리지 않고 그때의 기대와 설렘, 사랑하는 이를 바라는 마음을 음악 안에 그대로 녹여 세상에 'All I Want…'를 내놓았습니다.


"저는 언제나 크리스마스가 완벽하길 바랐어요. 그리고 연말을 손꼽아 기다렸죠. 하지만 저에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년 이걸 망쳐버리는 가족이 있었어요. (…) 그때 저는 다짐했어요. 내가 자라면 저러지 말아야지. 매년 크리스마스를 완벽하게 만들 거야, 라고요." (Amazon Music 다큐멘터리 中)


어쩌면 수많은 밈들이 말하듯,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마저 설레게 하는 이 음악의 신비한 힘은, 이렇듯 어린 시절 무너지는 가정 안에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바라던 Mariah의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다사다난했던 2021년. 각자의 상황은 다르고, 크리스마스에 모두가 행복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사진 출처ㅣ@mariahcarey 인스타그램, 위키미디어, Mariah Carey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Unreleased Video Footage)/ official M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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