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영미권 음악시장에서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GAYLE입니다. 그가 발표한 'abcdefu'는 영국과 아일랜드 차트 정상을 점령하고, 이어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도 10위권 안으로 들어오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GAYLE, 그리고 그의 히트곡 'abcdefu'입니다.
우선 GAYLE은 "가일"이 아닌 "게일"이라고 읽습니다. 그는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내슈빌에서 자란 싱어송라이터입니다. 2004년생으로, 생일이 지나지 않아 아직 17세 밖에 안 된 가수인데요. 놀라운 점은 이 어린 나이에 메이저 레이블 중 하나인 애틀란틱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다는 겁니다.
GAYLE은 14세 때 내슈빌에서 열린 작곡 팝업 이벤트에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서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이자 음악 퍼블리싱 회사의 소유주인 Kara DioGuardi의 눈에 띄었고, 그를 통해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DioGuardi에 따르면, 당시 GAYLE은 14세 소녀답지 않은 존재감과 침착함을 갖고 있었다고 하네요.
우리 모두 알고 있듯, 유행은 돌고 돕니다. 작년 Olivia Rodrigo가 'good 4 u'를 히트시키며 (2000년대 Avril Lavigne으로 대표되는) 틴팝, 내지는 팝 펑크의 흐름이 돌아오는가 싶더니, GAYLE의 'abcdefu'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이 흐름에 쐐기를 박은 모습입니다.
펑크가 그 기조인 만큼, 'abcdefu' 역시 심플한 코드워크로 진행이 됩니다. 단순함의 미덕만 담아낸 것이 아닌 대중성까지 챙긴 "팝 펑크" 트랙이기 때문에 한 번만 듣고도 흥얼거릴 수 있는 중독성 또한 갖고 있는데요. 과거 이 장르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곡을 처음 듣더라도 반가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합니다.
물론 귀에 착 붙는 멜로디라인도 물론 매력이겠습니다만, 이 곡이 (특히 현지의 10대 사이에서) 유행한 것은 바로 전남친을 대놓고 저격하는, 통렬한 가사 때문입니다. 곡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너네 엄마, 너 친구들, 너 차, 너 직업까지 너랑 관계된 건 다 엿먹어. 그런데 너네 강아지만 빼고."
GAYLE은 핵심 메시지인 "F word"를 "abcde…"라는 진부한 알파벳 속에 영리하게 결합시켜 놓았는데요. 강아지만 저격 대상에서 빼는 인간미(?)는 물론, 이런 직관적인 가사 센스 덕분에 'abcdefu'는 이별 후 감정에 공감하는 10대들의 BGM이 되어주었습니다. 틱톡에서도 굉장한 참여가 이어진 것은 물론입니다.
(*후렴구를 "ㄱㄴㄷㄹㅁㅄ"으로 초월번역한 너튜브 영상도 있으니, 무릎을 탁 치는 뉘앙스로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면 "쏘플" 채널을 찾아보세요!)
'abcdefu'의 전남친 저격 가사는 GAYLE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GAYLE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전남친이 이 노래를 들었을까요?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라는 질문에 "다 차단해서 모르겠는데요?ㅋㅋ"라고 이 노래의 주인공다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전남친의 집으로 쳐들어가 난장판을 벌인다는 내용의 뮤직비디오 역시 실제 전남친의 집을 거의 그대로 구현해내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GAYLE에 따르면,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실제로 그의 집에 침입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콘셉트의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그가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는 아티스트들 중에는 의외의 명단이 있습니다. 동시대 가수들이자 선배인 Billie Eilish나 Delacey는 이해가 가는 이름들이지만, 한참이나 과거의 재즈 싱어인 Ella Fitzgerald와 Aretha Franklin까지도 그가 영향 받았다는 아티스트 리스트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 수업에서 Ella Fitzgerald에 대해 배우고, 어머니 덕분에 Aretha Franklin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존재가 그가 10대 이전 음악의 꿈을 꾸게 만든,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하네요.
물론 이 계열(전남친 저격송)의 원조급인 'You Oughta Know'의 주인공, Alanis Morissette 역시 그가 영향 받은 아티스트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GAYLE이 영향 받은 아티스트들이 궁금하다면 아래 곡들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Alanis Morissette - You Oughta Know
Billie Eilish - Happier Than Ever
현재 이 곡은 영국 오피셜차트 1위에 이어 빌보드 싱글차트에서도 10위권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차트에서도 100위권 안쪽에서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영미권에서의 인기가 글로벌하게 사이즈업 해가는 것을 보면, 앞으로 'abcdefu'의 인기는 더 오래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