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지난 2월 8일(현지 기준) 영국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브릿 어워드가 개최되었습니다. 올해로 42회를 맞이한 브릿 어워드에서는 Adele(아델)이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노래" 등 주요 부분을 석권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해내었는데요. 그 외에도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리 아일리시, 에드 시런 등이 브릿 어워드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신인상의 주인공은 Little Simz에게 돌아갔는데요. 음악 경력만 약 10년 차인 Little Simz가 어떻게 신인상을 거머쥐게 되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Gentral Cee, Griff, Joy Crookes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신인상의 주인공이 된 Little Simz(리틀 심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994년생인 Little Simz(리틀 심즈)는 나이지리아계 영국 래퍼이자 배우로, 2010년에 방영된 BBC의 어린이 시리즈 "Spirit Warriors"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E4 채널의 "Youngers" 시리즈에 출연하기도 했죠.
그녀는 어린 나이에 배우로 활동하면서도 "Bars Simzson"이란 예명으로 'Stratosphere', 'XY,Zed' 등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면서 음악적 재능을 뽐내어 왔는데요. 대학에서 음악 기술을 공부하는 동안 [E.D.G.E], [Age 101 : Drop] 시리즈 등 EP를 발표하며 배우가 아닌 래퍼로서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발표한 EP들은 Kendrick Lamar, Tinie Tempah 등 유명 힙합 뮤지션들의 샤라웃을 받으며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인정받았고, 덕분에 BBC DJ인 Gilles Peterson이 선정한 "Worldwide Awards"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2015년 9월 마침내 데뷔 앨범 [A Curious Tale of Trials + Persons]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음악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죠.
Little Simz의 첫 앨범 [A Curious Tale of Trials + Persons]를 발매하기까지 그녀의 상황은 쉽지 않았습니다. Simz가 레이블과의 계약을 희망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거절을 당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개인 레이블인 "AGE 101 Music"을 설립했고, 런던의 한 스튜디오에서 무료로 곡들을 녹음하여 [A Curious Tale of Trials + Persons]를 완성하게 됩니다. 자본의 손이 닿지 않은 이 앨범은 여성이자 이민자로 자신이 겪어온 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쏟아내고 있는데요. 'Person'부터 'Gratitude (feat. The Hics)', 'Dead Body' 등 Simz의 독창적인 비트와 랩핑을 담은 곡들은 그녀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리스너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기에 충분했으며, 앨범은 UK Hip Hop/R&B 앨범차트 20위를 기록하게 되죠.
[A Curious Tale Of Trials + Persons]
Little Simz의 음악세계에서 [GREY Area]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서 발표한 [A Curious Tale of Trials + Persons]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 [Stillness in Wonderland]를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켜온 Simz는 2019년 [GREY Area]를 발표하게 되는데요. 현실 속 젊은이들의 문제를 담고 있는 이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발전된 사운드와 스타일, 특히 영국 힙합으로 불리는 "Grime (그라임)"을 기반으로 네오소울, 딥펑크 등을 뒤섞은 음악을 선보이며 앨범은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죠. [GREY Area]는 UK Hip Hop/R&B 앨범차트 1위에 오르는 자체 기록을 세웠으며, "NME Awards 2020"에서 "최고의 영국 앨범" 부문을 수상, "Mercury Prize (머큐리 상)" 후보에도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게 됩니다. tmi를 덧붙이자면, 얼마전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홀리뱅 무대에 등장해 많은 관심을 모았던 'Venom'이 바로 [GREY Area]의 수록곡이랍니다.
그리고 작년 9월 Little Simz에게 브릿 어워드 신인상 트로피를 안겨준 바로 그 앨범,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가 공개됩니다. 앨범명처럼 앨범은 자신의 내향적인 모습과 래퍼로서의 모습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을 주제로 담고 있는데요. 1번 트랙이자, 앨범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Introvert'부터 안겨주는 인상이 매우 강렬하죠. 사회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곡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비롯한 다채로운 사운드와 Simz의 찰진 랩핑이 더해져 귀를 매료시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존재를 드러내는 'Woman',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 I Love You, I Hate You', 소원해진 가족과의 이야기를 담은 'Little Q, Pt. 2' 등 Simz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은 곡들로 앨범이 채워져 있죠. 'Introvert'처럼 강렬한 곡들부터 'How Did You Get Here'처럼 부드럽고 절제된 곡까지 다양한 사운드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의 매력입니다. 전체적으로 한층 깊어지고 발전된 Simz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죠.
앨범은 UK Hip Hop/R&B 앨범차트 1위는 물론, UK 앨범차트 4위까지 오르며 전작 [GREY Area]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영국을 넘어 미국 빌보드 Top Album Sales 차트와 Independent Albums 차트에 각각 33위, 45위에 오르며 인기를 실감케했죠. Simz는 이렇게 자신의 최고작이라 불렸던 [GREY Area]를 뛰어넘어 또 하나의 명작을 탄생시킨 셈입니다.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일부 팬들은 이렇게 긴 경력을 지닌 Little Simz가 신인상을 수상한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왔기 때문이죠. 이는 메이저 레이블이 아닌 독립 레이블을 통해 음악 활동을 하고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증명하는 사례로도 보이는데요. (Simz가 2020년 "AWAL Recordings"와 계약을 맺긴 하였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이번 수상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녀가 모든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여성 아티스트, 이민자 아티스트로서 주는 의미가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어디에서 왔는지, 배경, 인종에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라며 말한 수상소감에서도 느낄 수 있죠. 이번 수상으로 Little Simz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요. 신인이 아닌 신인상의 주인공, Little Simz의 음악에 모두가 주목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죠?
사진 출처ㅣ빌보드 공식사이트, @LittleSimz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