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어느새 2022년 2월도 끝이 났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고 벌써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는데요. 그 사이 슈퍼볼, 동계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가득했습니다. 음악계에도 페스티벌, 브릿 어워드 등 다양한 소식들이 쏟아졌는데요. 하지만 그 안에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타계한 뮤지션들의 소식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곁을 떠난 두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지난 22일 밴드 Screaming Trees와 Queens of the Stone Age, The Gutter Twins의 전 보컬리스트였던 Mark Lanegan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올해는 그가 만 57세가 되던 해였죠. Lanegan은 1984년 밴드 Screaming Trees로 데뷔 후 바리톤의 거친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그 시절 Screaming Trees는 사이키델릭 음악과 하드 록이 결합된 [Sweet Oblivion], [Dust] 등을 탄생시키며 현재 그런지(Grunge)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답니다. Lanegan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무려 12장의 음반을 발매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Nirvana의 Kurt Cobain이 백보컬로 참여한 'Down in the Dark'이 담긴 데뷔 앨범 [The Winding Sheet], Queens of the Stone Age의 PJ Harvey와 Josh Homme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Bubblegum] 등이 대표적이죠. 비록 솔로로서 상업적인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그의 음악성은 많은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아왔답니다. 그의 마지막 앨범인 [Straight Songs of Sorrow]까지 말이죠.
Mark Lanegan는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는데, 그의 회고록에는 어린 시절부터 겪은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 재활원 생활 등이 담겨있죠. 친구 Cobain의 사망 이후 Lanegan은 더 깊이 마약에 빠지게 되었으며, 여러 번의 재활을 거쳐야만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2021년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일시적으로 귀머거리가 되었으며, 혼수상태를 겪는 등 심각한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확진 경험을 담은 책, "Devil in a Coma"를 발표하기도 했죠. 그렇게 Lanegan은 또 한 번의 삶을 시작하는 듯했으나, 그의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SNS에는 많은 뮤지션들과 그의 팬들이 추모의 글을 올리며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는데요. 가디언지는 그를 두고 "그 세대의 가장 영혼이 풍부한 가수 중 한 명"이라며 그가 보여주었던 음악성을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그의 삶은 짧았지만,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발자취는 꽤 길게 남을 듯 보입니다.
Mark Lanegan [The Winding Sheet]
"펑크의 대모"라 불리는 미국의 뮤지션 Betty Davis(Betty Mabry)의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1960년대 당시 모델로 활동하던 Betty는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며 많은 뮤지션들과 접촉하게 되는데요. 그러던 중 트럼펫 연주자이자 재즈의 전설인 Miles Davis의 뮤즈로 활동하다 그에게 많은 음악적 영감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1973년 발매된 그녀의 첫 앨범 [Betty Davis]에 수록된 모든 곡은 Betty가 직접 작곡과 편곡에 참여한 곡들입니다. 펑크를 기반으로 무거운 기타 사운드가 뒤섞여있는 Betty의 음악은 그녀의 보컬과 뒤섞여 풍부한 표현력을 뿜어내죠. 특히 흑인 여성으로서 대담하게 드러낸 곡의 메시지는 자유로운 그녀 자신의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Betty는 이후 74년과 75년에 각각 앨범 [They Say I'm Different]와 [Nasty Gal]을 발표하며 자신의 음악을 더 가감 없이 세상에 공개합니다. 하지만 70년대 사회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Betty의 모습이 다양성으로만 받아들여질 순 없었습니다. 무대 위 자유로운 그녀의 모습과, 솔직한 가사는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미국에서는 TV 출연이 금지되었고 종교 단체와 NAACP의 압력으로 그녀의 노래는 라디오에서 조차 등장할 수 없게 되죠. 그렇게 Betty의 음악은 짧고 강한 인상을 뒤로한 채 대중들에게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2월 9일, 그녀가 77세의 나이에 암으로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Betty의 안타까운 소식으로 그녀의 음악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Lenny Kravitz와 Prince가 Betty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Prince는 그녀의 음악이 곧 자신이 목표하는 바라고 언급한 적도 있죠. 현재 팬들은 Betty의 음악이 시대를 앞서 나간 음악이라 칭하며, 펑크계에 있어 그녀의 음악을 하나의 브랜드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뮤지션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죠. 그리고 이것이 그녀가 짧은 음악 생활에도 "대모"란 타이틀을 얻게 된 이유일 것입니다.
사진 출처ㅣ@marklanegan 트위터, @LennyKravitz 트위터, Betty Davis photographed in New York in 1969 - Anthony Barboza/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