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진정한 새해는, 1월 1일도, 설날도 아닌 3월 2일부터 찾아온다고 하죠? 그럼, 다시 한번 "새해"를 열어준 3월의 첫째 주, 어떤 숨겨진 명곡이 도착했을지 히든 트랙 시작합니다!
사진 출처| @lunalilunalilunali @zendaya @labrinth @kamalnw 인스타그램, Jacob Banks 페이스북
Luna Li [Duality]
Luna li(Hannah Bussiere Kim)는 한국계 캐나다 싱어송라이터로, 음악 학교를 운영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면서 하프, 건반, 베이스, 드럼 등 다양한 악기들을 습득했다고 해요. 재능있는 멀티 연주자의 면모는 2020년,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를 주목 받게 하는데요. 한 영상 안에서 여러 악기를 연주하며 행복한 그루브를 타는 모습이 SNS에서 바이럴을 타면서 Luna li라는 이름을 크게 알리게 됩니다.
하지만 Luna li는 그 이전인 2017년부터 몽환적인 드림팝을 비롯 여러 싱글을 발매하며 꾸준히 인디 신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였습니다. 대학에 진학,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는 것을 생각했지만 인디 신에 매력을 느끼고 학교를 나오게 됐다고 하죠. 그렇게 클래식과 팝을 오가는 독창적인 사운드로 평단과 팬들의 기대를 받던 그가, 지난 4일, 드디어 데뷔 앨범을 공개했습니다!
총 13개의 트랙으로 채운 이번 앨범 제목은 [Duality]. "이중성"을 뜻하는 Duality라는 제목처럼, 이번 앨범은 "클래식"과, "모던 락/팝" 양자의 색을 몸에 지닌 그의 면면이 조화를 이루면서 장르를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섬세한 하프 트랙인 'Magic'과, 업템포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Star Stuff'가 바로 그 예로, 구조적으로도 면밀하게 짜여 있는데요. 무엇보다 "Duality"라는 앨범 제목은, 자연스럽게 그의 "한국계 캐나다인"이라는 정체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국과 캐나다라는 두 문화,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중의 정체성" 말이죠.
"저는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캐나다인이죠. 그래서, 나를 있게 한 두 문화 사이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실제로 그는 토론토 락 신 활동을 시작할 때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다양한 롤 모델을 찾기 어려웠으며,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고 인터뷰를 통해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서도 beabadoobee를 비롯, 꾸준히 아시아계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집니다.
더 나아가, luna li는 한국계 캐나다인이라는 정체성이 특별한 것이며,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이러한 이중적 정체성이 곧 자신의 음악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Duality] 앨범 속) 이 많은 곡들은 약간은 행복하고, 약간은 슬프며, 약간은 신나고, 약간은 불안이 감돌고 있죠. (...) 무엇도 하나로 정의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중성(Duality)이라는 단어는, 세상에서 내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저를 설명하는 데 적절하게 느껴져요. (두 가지의 정체성을 가진) 삶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저에게 말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성년기에 들어갈 때 그러한 것처럼."
아시아계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며 자신만의 팝을 만들고 있는 luna li. 그의 풍부한 세계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시죠.
Luna Li / What You're Thinking
Zendaya, Dominic Fike 'Elliot’s Song (From 'Euphoria' An HBO Original Series)'
이스라엘 드라마를 각색한, 화제의 미국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 HBO)를 아시나요? 지난 2월 27일 막을 내린 유포리아 시즌2는 화제성과 달리 시청률은 큰 반향이 없던 시즌 1에 비해, 높은 시청 수를 기록, 그리고 트위터에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트윗된 쇼로 기록되며(미국 기준) "왕좌의 게임"에 이은 HBO의 역대 히트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런 유포리아 시즌2 OST가 지난 4일 공식 발매됐네요!
특히 유포리아는 배우들의 화장법과, 전사까지 속속들이 화제가 되었지만, 삽입곡부터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까지, 음악 또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The Weeknd, Sia와도 협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Labrinth가 스코어 작곡가를 맡은 점을 떠올린다면 이 인기가 이해 되실 듯 합니다.
이번 OST 앨범에는 삽입곡 뿐만 아니라, 가스펠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실제 촬영장에서 Labrinth가 라이브로 불러 호평 받은 'I'm Tired', 시즌 피날레를 장식한 곡 'Elliot’s Song' 등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들도 수록돼있는데요. 유의미한 점은 'I'm Tired'와 'Elliot’s Song'은 Labrinth와 함께 주연을 맡은 Zendaya가 곡 라이팅에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또, 'Elliot’s Song'은 본래 극 중 Elliot 역의 Dominic Fike의 솔로곡이었으나 음원에는 Zendaya의 보컬이 들어가면서 더욱 담담하고 아름다운 곡으로 완성됐습니다.
유포리아는 10대들의 성, 마약, 사랑에 관한 문제를 담은 드라마인데요. 때문에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더라도, 극의 감정선을 살린 OST들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기에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Zendaya를 비롯, 배우들의 음악적 표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들어보세요!
Dominic Fike, Zendaya / Elliot's Song (From "Euphoria" An HBO Original Series)
Jacob Banks 'Just When I Thought'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Jacob Banks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새로운 세대의 R&B 뮤지션이자 연주자입니다. 2012년 MOBO, Adidas 음악 콩쿠르를 비롯 여러 시상식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 4월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Monologue]로 가요계에 등장했는데요.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 탓인지 그의 곡은 HBO 드라마 "왕자의 게임", 게임 "FIFA 15", 또 CF 등에 삽입되며 미디어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목소리가 서사인 탓)
나이지리아라는 뿌리와, 유년기를 담은 데뷔 앨범 [Village](2018년) 이후 싱글과 피처링 곡을 내놓던 그가 또 한 번 싱글곡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신곡 'Just When I Thought'는 지난 2년 간 무기력한 감정을 부정하기도, 또 인정하기도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데요. 갓 나온 신곡이라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웅장한 도입부를 시작, 곡을 매혹적으로 끌고 가는 Jacob Banks의 음색과, 코러스. 그리고 중후반부 전환이 유기적으로 다가오네요. 목소리가 서사인 Jacob Banks이 궁금하다면 놓치지 마세요!
Jacob Banks / Just When I Thought
Kamal. 'nowhere to hide'
'homebody' 'blue' 등 감성적인 팝곡으로, 국내 플레이리스트에도 자주 소환되는 kamal.의 신곡 소식입니다. 이번 신곡 'nowhere to hide' 역시 kamal. 특유의 촉촉한 감성과 현대인이 공감할 만한 주제가 녹아 있는 곡인데요. 그에 따르면, 이번 곡은 공허함을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려고 하는 시도와, 동시에 그 행위가 얼마나 무의미한지에 관한 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쓸쓸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기타 선율로 시작해, 부드럽게 다가오는 kamal.의 목소리가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이제 열 아홉인 kamal.의 감성은 신곡 'nowhere to hide'를 비롯 보편적인 감성을 두드리면서도 젊은 세대의 감각이 녹아 있는 듯한데요. 실제로 리릭 비디오는, 2분 51초라는 곡 재생 시간 동안 별도의 서사도 인물도 없이 "불멍"하기 좋은 모닥불 영상을 보여줍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모닥불 영상이 아닌, 마트에서 쓰는 카트 안에서 나무를 태우고 있는, 틴에이지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죠. "힐링"을 연출하면서도 10대의 도발성이 느껴지는 트렌디함이 흥미롭습니다. 베드룸팝 신예로 시작해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듀서로 도약 중인 kamal.의 신곡으로 한 낮의 나른함을 녹여보세요!
이렇게 Luna Li부터 Kamal.까지 만나보았습니다. 다시 시작된 3월, 모두 봄맞이 준비 잘 하시길 바라며 그럼 저는 다음 주에 새로운 곡들과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