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뮤직 트렌드
푸릇푸릇한 새싹의 기운이 돋아나는 요즘입니다.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며드는 5월, 끝 봄의 chilling한 바이브가 소프트한 R&B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유독 이 시기에 꼭꼭 숨겨두었던 R&B 플레이리스트를 꺼내 듣는데요. 그런 제 마음을 알아준 건지, 올해 끝봄은 유독 여성 R&B 아티스트들의 신곡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Kehlani, Mahalia, Ella Mai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오늘은 이 세 아티스트들이 갖고 온 신곡에 대해서 같이 알아볼까요?
댄스부터 보컬 실력까지 겸비한 만능 아티스트 Kehlani. 그녀는 지난 4월 29일, 신보 [blue water road]를 발매했습니다. 13개의 트랙이 담겨있는 이번 앨범에서도 Kehlani 보컬의 진수를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이번에도 화려한 인스트루멘탈보다, 목소리 그 자체로 음악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크게 줍니다. 덕분에 평단에서는 영혼이 담긴 음악이라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죠.
Kehalni는 어떤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해도 찰떡 궁합을 보여주는 걸로 유명합니다. Charlie Puth와 함께 했던 'Done For Me'나, Cardi B와 호흡을 맞춘 'Ring' 등이 그 예인데요. 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를 통해 더 확실한 시너지를 낸다는 사실을 이번 앨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Justin Biber와 함께 한 'up at night'에서는 상대로 인해 잠에 들지 못하는 모습을, Syd와는 'get me started'에서 이별을 바라보는 커플의 모습을 담아냈죠. 피처링 아티스트와의 환상적인 호흡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사랑의 설렘과 이별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담은 각각의 두 트랙이 하나의 앨범 안에서 어우러진다는 점에서도 그녀의 음악적 재량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harlie Puth - Done For Me (Feat. Kehlani)
Cardi B – Ring (Feat. Kehlani)
Kehlani - up at night (Feat. justin biber)
Kehlani - get me started (Feat. syd)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Kehalni. 그녀에게 딸의 존재는 누군가의 보호자로서의 큰 책임감을 지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랑의 무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는 존재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이번 앨범 [blue water road]고요. 어린 시절 양육자의 부재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던 Kehlani는 가정을 일찍 이루고 싶었다는 소망이 있었다고 하죠. 그 소망을 이룬 덕분인지, 지금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그녀입니다. 아이를 양육하며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통찰하게 된 kehlani에게, 앞으로도 평화만이 깃들길 바랍니다.
영국의 배우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Mahalia가 싱글 'In The Club'을 발표했습니다. 'Letter To Ur Ex', 'Whatever Simon Says'에 이어서 올해 세 번째 싱글입니다. 2월 17일 'Letter To Ur Ex'를 기점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싱글을 내는 셈인데요. 'Letter To Ur Ex'에게는 내 남자에게 전화하지 말라는 내용을, 'Whatever Simon Says'에서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In The Club'은 성공한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선적인 친구에게 선을 긋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벌써 올해 세 번째 싱글을 발표한 것도, 심지어 각각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도 참 경이로운 일입니다.
지난 달에 발표한 'In The Club'은 텁텁한 여름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묵직하게 내려앉지만 찝찝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는 곡이죠. 개인적으로는 Mahalia가 제일 강수를 두는 무드의 음악이 아닐까 싶네요. 'I Wish I Missed My Ex'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Mahalia - I Wish I Missed My Ex
Mahalia도 이 음악이 발매되기를 오래전부터 기다렸으며, 이 음악이 발표된 후에는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In The Club'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그녀는 팬들의 코멘트를 모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그 기쁨을 나누기도 했죠. 데뷔 이래로 꾸준히 높은 수준의 음악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Mahalia. 이로써 그녀가 '믿고 듣는 아티스트'의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9 빌보드뮤직어워드에서 Top R&B Artist를 수상한 Ella Mai. 그녀 또한 두 번째 정규 앨범 [Heart On My Sleeve]를 발표했습니다. 데뷔 앨범 [Ella Mai] 이후로 4년 만에 내놓는 앨범인데요. 워낙 오랜만에 발표하는 앨범인지라, 발매도 전부터 팬들의 기대가 자자했습니다. 1월에 발표했던 'DFMU'의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890만 뷰를 돌파한 것으로 그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죠.
몇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나온 앨범인 만큼, Ella Mai 역시 새 앨범 공개를 유달리 기대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꾸준히 컴백에 대한 스포일러를 공개해 왔으며, 앨범 발표 당시 자신이 이 앨범에 쏟아부은 정성이 남다르기 때문에 이번 활동이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녀가 정성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듯, 이번 [Heart On My Sleeve]에서는 그녀의 데뷔 앨범 [Ella Mai] 못지않은 촘촘한 감정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힙함과 세심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트랙들이 인상적이죠. 한층 다채로워진 스펙트럼 또한 눈에 띕니다. 'How', 'Leave You Alone'처럼 감각적인 비트가 인상적인 R&B는 물론이고, 단 한 대의 피아노로 풍부한 감성을 표현한 'Hide'까지 모두 한 앨범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앨범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팬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Ella Mai – How (Feat. Roddy Ricch)
오늘날 여성 R&B씬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 아티스트. 그녀들의 잇따른 신곡 소식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 R&B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꾸준히 본인만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세 아티스트 덕분에, 머지않아 R&B씬의 황금기가 찾아올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듭니다. 오늘은 세 아티스트들이 들고 온 새로운 음악들과 함께, 시원한 봄바람을 맞아보는 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