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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n 13. 2022

2022년 스크린에서 만나는 7080 해외 음악

해외 뮤직 트렌드

한 철 유행하다 사그라질 것 같았던 레트로 열풍이 몇 해가 지나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식지 않는 필름 카메라의 유행,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복구, 그 시절 포켓몬빵의 재출시까지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사랑받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중 음악계의 이야기도 빠질 수가 없죠. 턴테이블과 LP, 카세트테이프, 아이팟 등 아날로그의 상징들이 시대의 부흥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제는 이런 현상을 '뉴트로 (New + Retro)' 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죠. 이는 단순히 옛 산물을 복구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닌,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OTT 콘텐츠에서도 이런 현상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응답하라 1988' 등 옛 음악을 차용한 작품이 크게 흥행했으며, 해외에서도 이처럼 기성세대와 MZ세대를 모두 사로잡은 작품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바로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와 '토르: 러브 앤 썬더' 입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기묘한 이야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미국 인디애나 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을 담은 이 작품은, 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만큼 당대를 풍미했던 미국 대중문화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에서는 The Who의 'Baba O' Riley'를 비롯해 Madonna의 'Material Girl', 'Angel', REO Speedwagon의 'Can't Fight This Feeling' 등 1980년대 히트곡이 대거 삽입되어있습니다. 단순히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시즌 3의 아주 중요한 장면에서 Limahl의 'Never Ending Story'를 사용한 사실을 미루어보아, 단순 배경음악 그 이상의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죠.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의 주제곡으로 쓰인 이 곡은, 해당 영화의 내용과 '기묘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함께 어우러져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는데요. 이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후로 Limahl의 'Never Ending Story'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Limahl - Never Ending Story


지난 5월 27일, 3년 만에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생겼습니다. 1985년에 발매된 Kate Bush의 'Running Up That Hill'이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에 삽입되어 각종 음악 차트에서 역주행하게 된 것입니다. 이 음악은 '기묘한 이야기' 속 맥스의 에피소드와 얽혀 여러 차례 등장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에 쓰여 시청자들에게 이 음악을 완전히 각인시켰죠. 본래의 의미는 여성과 남성의 반대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큰 어려움이 따르겠다는 것이지만,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에서는 위기에 처한 맥스의 서사와 연결되어 본래의 의미를 확장했죠. 이는 본래 음악의 의미를 재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의미를 창출했다는 의의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Running Up That Hill'은 아이튠즈 차트 1위를 거머쥐고, 스트리밍 횟수가 7,800% 정도 상승했는데요. 현재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8위를, 글로벌 200 차트에서는 3위를 기록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Kate Bush는 본래 본인의 음악을 영화나 드라마에 사용하는 것을 잘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Kate Bush가 '기묘한 이야기'의 팬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며, 그녀가 직접 'Running Up That Hill'이 쓰일 장면의 대본과 영상을 검토한 후 사용을 허락했다고 하네요. Kate Bush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4'가 공개된 후, 그 작품에서 'Running Up That Hill'이 틀어진 덕분에 이 음악이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고 밝히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발매한 지 37년이 지난 음악이 전 세계 차트를 휩쓸고 있는 현상이 흥미롭습니다. 늘 작품 속 상황과 찰떡인 음악을 연출하기로 정평 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이기 때문에 이번 Kate Bush의 음악 차트 석권 현상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가오는 7월에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의 두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음악이 '기묘한 이야기'에서 재생될지, 어떤 반응을 이끌고 올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Stranger Things: Soundtrack from the Netflix Series, Season 4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pt.1)


토르: 러브 앤 썬더

개봉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토르: 러브 앤 썬더'입니다. 본인의 덩치만큼 큰 망치를 휘두르면서도 결코 위협적이지만은 않은, 사랑스러운 히어로 토르의 새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요. 개봉을 앞두고 지난 4월 공개된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예고편이 음악 팬들 사이에서 소소한 화제가 되었던 사실, 혹시 아셨나요?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예고편에서는 미국의 록 밴드 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이 쓰였습니다. 헤비메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곡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은, 1980년대에 발표된 음악 중 가장 높은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음악입니다. (현재는 13억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Guns N' Roses - 'Sweet Child O' Mine'


모든 걸 찢어버릴 듯한 헤비메탈과 야성미(?) 넘치는 토르의 조합이 꽤 이색적으로 느껴지는데요. 특히 'Sweet Child O' Mine'이라는 뜻이 달콤한 내 연인, 내 사랑이라는 뜻이기에 제인과의 재회를 그리는 이번 토르의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의견도 다수입니다. 또는 이전에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겪었던 아픔을 뒤로하고, 다시 새롭게 써 내려가는 토르의 이야기와도 닮아있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토르' 시리즈에서 옛 음악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에 개봉한 '토르: 라그나로크'의 전투 장면 중에서는 영국의 록 밴드 Red Zeplin의 'Immigrant Song'이 쓰인 적이 있었죠. 이 곡은 실제로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두고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에 '신들의 망치', '발할라' 등이 언급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토르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었죠. 이에 따라 마블 팬들 사이에서는 '마블 시리즈 중 BGM과 가장 찰떡이었던 장면'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Red Zeplin - 'Immigrant Song'


'토르' 시리즈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마블 유니버스 영화에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그 시절 유명했던 음악을 찰떡같이 삽입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그 진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제일 잘 느낄 수 있는데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리더 스타로드가 옛 음악이 든 카세트테이프를 손에서 놓지 않는 설정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는 정말 많은 옛 음악들이 삽입되었지만, 단연 최고는 바로 오프닝 장면에 나온 Redbone의 'Come and Get Your Love'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스타로드가 헤드셋을 끼고 'Come and Get Your Love'에 맞춰 춤을 추는 그 장면은, 역대 마블 시리즈 중 최고의 오프닝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광활한 우주 안에서 흥에 취해 춤을 추는 스타로드의 모습에서, 그의 유쾌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죠. 자칫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는 우주인이라는 캐릭터를 대중음악 코드로 묶어 친근하게 표현한 점이 돋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이후 스타로드의 카세트테이프는 공식 굿즈로도 발매되었습니다.)


Redbone - Come and Get Your Love


7080 명곡이 2020년대에 이르러 다시 사랑받는 현상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음악이라는 대중예술의 산물이 정말 대중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응답하라 1988'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삽입된 7080 명곡들이 국내 차트에 장기간 머물러있었던 것처럼요. 이처럼 많은 작품 속에서 옛 음악을 오늘날에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게 해 주는 것은, 단순히 특정 세대만을 공략하려는 것이 아닌, 모든 세대를 아울러 웃게 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느껴집니다. 이렇게 가족들이 한데 모여 웃을 수 있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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