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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미국에서 동성 간, 인종 간 결혼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안인 '결혼존중법'의 서명식이 치러졌습니다. 지난 두 달에 걸쳐 미국의 연방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책상까지 오르게 된 것인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일부가 아닌 모두를 위한 평등, 자유와 정의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날'이라고 말하며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을 마치자마자 백악관 마당에서는 Lady Gaga의 'Born This Way'가 흘러나왔는데요. Lady Gaga의 메가 히트곡인 이 음악은 2011년 동명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공개되어 발매 이후 LGBTQIA+ 사회 연대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며,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던 트랙입니다. 음악으로 평화, 사랑, 평등을 주로 이야기하는 Lady Gaga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자신다움'을 이야기하는 음악이죠. 이 음악이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된 이후에는 곳곳의 퀴어 퍼레이드에서 흘러나오기도 했고요.
Lady Gaga가 'Born This Way'의 10주년을 맞이해 게시한 인스타그램의 내용에 따르면, 'Born This Way'는 흑인 종교 운동가이자 동성애자, 그리고 가수였던 Carl Bean의 1977년 작 'I Was Born This Way'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Carl Bean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의 초기작은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인 시기에 선보였다. 그가 수십 년간의 끊임없는 사랑과 용기, 그리고 노래할 이유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Carl Bean – I Was Born This Way
이날 결혼존중법의 서명식에는 Sam Smith와 Cyndi Lauper가 축하 무대를 펼쳤는데요. 먼저 Sam Smith는 지난 2019년 본인을 논 바이너리로 표명한 바 있죠. 이후 최근에는 트랜스젠더 솔로 아티스트인 Kim Petras와 손을 잡고 발표한 'Unholy'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었고요. 자신의 활동 영역을 꾸준히 늘려가는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본인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Stay With Me'를 불렀습니다.
그는 'Stay With Me'의 가사 중 'This ain't love, it's clear to see' (이건 분명 사랑은 아니에요)라는 구절을 'This is love, it's clear to see' (이건 분명히 사랑이에요)로 바꾸어 불러 소소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공연 이후,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는 '이 역사적인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가사를 바꾸고 싶은 영감을 느꼈다'며, 결혼존중법의 승인은 'LGBTQ, 논 바이너리, 트렌스젠더 사회의 보호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성별, 인종, 민족성, 성 지향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랑이 축하받는 세상을 구축하는 첫걸음이길 바란다'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1980년대 팝의 아이콘인 Cyndi Lauper는 'True Colors'를 선보였습니다. 'True Colors'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자신의 고유한 색을 당당하게 드러내라는 의미를 가져 LGBTQIA+ 커뮤니티에서 많은 지지를 얻은 음악입니다. Cyndi Lauper는 이 음악을 발표한 이후 'True Colors' 투어를 펼치며 LGBTQIA+ 사회의 인권 캠페인 및 인권 운동을 펼치고, 드랙 퀸 캐릭터가 등장하는 뮤지컬 '킹키 부츠'의 작곡가로서 활약하는 등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꾸준히 앞장서 온 아티스트죠.
이날 Cyndi는 결혼존중법 서명을 축하하며 짧은 연설 또한 준비했는데요. 그는 결혼존중법이 통과되기까지 전력을 다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은 제 친구들, 여러분이 아는 많은 이들, 가끔은 당신의 이웃들도, 모두 (법으로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밤은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미국인들은 이제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그들의 아이들이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이 법안을 만드는 것에 힘써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이에게 축복을 내려달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50개 주에서 32개의 주가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결혼존중법이 최종적으로 승인됨에 따라 다른 주에서 진행한 결혼이더라도 미국 전역에서는 성별, 인종, 민족 등의 이유로 결혼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모든 주 정부가 동성혼 부부에게도 결혼 허가증을 발급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끝에 발효된 법안인 만큼, 앞으로 미국 사회에서는 해당 법안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페이지가 써질지 궁금해지네요. 이상, 혼인의 역사에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은 미국의 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