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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네 명의 '비틀'이 걸어간 그곳, 바로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로 향하는 횡단보도입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원래 이름은 'EMI 스튜디오'였습니다. 하지만 이 앞 횡단보도에서 사진을 찍은 The Beatles의 [Abbey Road] 이미지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자, 이 스튜디오는 이듬해 '애비 로드 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꿔버렸죠. 물론 전설로 남을 밴드가 녹음한, 동명의 마지막 앨범을 기리는 의미 역시 있었습니다.
각설하고, 최근 음악 팬들 사이에서 이 스튜디오가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Paul McCartney의 딸 Mary McCartney가 이 스튜디오를 주제로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애비 로드: 전설을 품은 스튜디오 (If This Walls could Sing)'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올 1월 6일부터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는 The Beatles의 앨범들 외에도, 다른 명반도 수없이 배출한 전설의 스튜디오입니다. Jacqueline du Pre나 Daniel Barenboim 같은 클래식 아티스트분만 아니라 Pink Floyd와 Kate Bush 같은 대중음악사에서 전설의 영역으로 넘어간 아티스트들, 그리고 Radiohead와 Oasis부터 Lady GaGa와 Adele, 그리고 '스타워즈'의 작곡가 John Williams까지. 시대를 초월해 사랑 받는 아티스트들이 모두 이 스튜디오에서 역사에 남을 음반들을 만들어냈습니다.
Mary McCartney는 Paul McCartney의 딸인 만큼, 어린시절부터 이 스튜디오에서 실제로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자랐다. 하지만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이런 호기심을 시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스튜디오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당연하게도 당대의 음악가들입니다. Paul McCartney와 Ringo Starr, Jimmy Page와 Elton John, Roger Waters, David Gilmour 등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리빙레전드들이 인터뷰를 통해 이 스튜디오와 관련된 추억들을 하나하나 쏟아냅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대해 가장 방대한 썰을 푸는 사람은 역시 이 스튜디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감독(딸)과도 각별한 사이인 Paul McCartney입니다. 그는 애비 로드가 단순한 음악을 녹음하는 공간을 넘어, 스튜디오의 특성에서 봤을 때 어떻게 그들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인터뷰를 통해 알려줍니다.
이 스튜디오가 The Beatles에게는 왜 집과 같을 수밖에 없었는지, 스튜디오와 관련한 앨범들의 비화,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즉흥적으로 선택된 악기들의 이야기 등등, The Beatles의 팬이라면 어디서도 듣기 어려웠던 이야기들이 즐비합니다. 때문에 The Beatles를 특별히 애정하는 팬이라면 분명 시청의 가치가 있습니다.
뮤지션들의 추억이나 비하인드뿐만이 아니라,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역사까지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은 이 필름이 추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970년대 말의 스튜디오 운영 위기부터 그를 극복하는 대목은 누군가가 음악을 위해 '버티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애비로드 스튜디오는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 그 자체인 곳입니다. 때문에 또 다른 리빙 레전드 Nile Rodgers는 이 공간에 영적인 의미부여까지 하는데, 영상을 보다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인상이 들기까지 합니다. 영미권 음악계 최고의 순간들 대부분이 이 스튜디오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죠.
'애비 로드: 전설을 품은 스튜디오 (If This Walls could Sing)'는 언제나 음악에 갈증을 느끼는 음악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일 겁니다. 설 연휴 기간, 볼만한 음악영화를 찾고 있다면 원픽으로 추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