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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아이돌에서 파격의 아이콘으로, 그리고 진지한 한 명의 '아티스트'로 조명받기까지. 현재 음악계에서 Miley Cyrus만큼 변칙적인 커리어를 가진 가수는 없을 겁니다. 물론,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곳곳에서 돌출하는 디스코그래피 역시 그의 캐릭터만큼이나 복잡하지요.
[Endless Summer Vacation]은 지금까지 Miley Cyrus가 해왔던 모든 것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합니다. 앨범에는 그의 정체성인 컨트리 보컬이, 꾸준히 탐구해온 록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어지럽히는 사이키델릭 기타가, 모처럼 정적인 팝 발라드가 모두 들어있습니다.
사운드뿐만이 아닙니다. 'Flowers'로 알 수 있듯, Miley는 이번 앨범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첫머리에 앞세웠습니다. [Endless Summer Vacation]의 외연과 내연에는 모두 Miley Cyrus, 그 자신이 중심에 있습니다.
Miley Cyrus [Endless Summer Vacation]
하지만 앨범 전체를 봤을 때는 뒤로 갈수록 통일감이 떨어진다는 리스너들의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이번 앨범이 트랙 절반을 기점으로 콘셉트가 바뀌고, 이전까지 일관되었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Miley Cyrus는 이번 앨범을 AM과 PM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그가 직접 밝힌 두 콘셉트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게 AM은 활기와 에너지가 있고,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아침이에요. 새 날(new day)이죠. 그리고 밤 시간은 내밀하고, 알맹이가 있고(seediness), 때가 묻었지만 동시에 매혹적으로 느껴져요. 아시다시피 밤은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시간이고, 회복을 하거나 밖에 나가 야생의 측면(wild side)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죠. L.A.의 밤은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있어요. 문제가 표면으로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게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공식적으로 명확한 구분점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AM은 'Flowers'부터 'You'까지의 구간을, PM은 'Handstand'부터 'Flowers (Demo)'까지의 구간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앨범을 정주행하면, 이 구간마다 음악적인 특징이 꽤 많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의 다섯 개의 트랙들은 하나의 앨범에서 듣기에 결이 크게 다르지 않은 록 기반 넘버들을 구성했다면, 이후부터의 구간은 보다 실험적이고 비정형적인 트랙들이 담겼습니다. 여기부터는 한껏 왜곡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있고('Handstand'), 돌출하는 신스팝이 있으며('Violet Chemistry'), 트랩 비트가 있을 뿐만 아니라('Muddy Feet'), 레게 리듬에('Island') 서정적인 발라드까지 있지요('Wonder Woman'). 앨범 단위의 청취에서 통일감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때문에, 앨범을 감상할 때는 먼저 앨범 안에 두가지 콘셉트가 있음을 인지하고 접근하는 것이 앨범의 온전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앨범 커버의 느낌으로 대표되는 AM의 무드, 그리고 해가 저문 L.A.의 밤거리를 상상하게 하는 PM의 무드. 각각의 분위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Miley Cyrus가 의도했던 감상 포인트가 아닐까요?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있으니, 유수의 매체들마다 본 앨범을 말하며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는 겁니다. 바로 Miley Cyrus의 '보컬'입니다. 원래도 노래를 잘 했지만, 이제는 어떤 경지에 오른 것 같습니다. 특히 'Wonder Woman'에서 들리는 극에서부터 극으로 달리는 포컬 퍼포먼스는 가수로서의 Miley의 성장 또한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하네요.
대중적인 반응을 보면 'Flowers'로 시작된 '스타를 향한 가십'이 이번 앨범을 통해 비로소 '음악적인 설득'으로 잘 전환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Miley Cyrus의 방법이 옳았습니다. 방식이 달라졌을 뿐, 과거에도 지금도 Miley Cyrus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는 거였습니다. 이렇게 다시 Miley Cyrus의 시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