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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SUGA가
Agust D로 돌아왔습니다.
찐팬 분들이야 모르는 분들이 없겠지만,
라이트한 팬 분들은 왜 SUGA가
Agust D라는 이름을 쓰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오늘은 SUGA가 아닌
Agust D에 대해, 또 그의
최근 발매작인 [D-DAY]에 대해
조명해보려 합니다.
SUGA의 또 다른 자아, Agust D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은
잘 따라와주세요!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를 들으면,
맨 처음 '불타오르네'라는 내레이션에
경상도 사투리 어감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가사를 부른 SUGA는
경상북도 대구 태생입니다.
Agust D의 알파벳을 뒤집으면
D tsuga가 되는데요. 이것의 띄어쓰기와
대소문자를 재배열해 보면
DT(Daegu Town) SUGA가 됩니다.
힙합 아티스트들이 으레
자신의 출신지를 강조하는 것처럼,
Agust D는 SUGA의
출신지에 대한 애착이 담긴
이름이라 보시면 틀림이 없습니다.
SUGA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 안에서
아이돌 래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Agust D는 '아이돌 딱지를 떼고'
보다 자유로운 생각을 드러내는
제 2의 자아로 보시면
(우선 큰 틀에서는) 들어맞습니다.
이번 [D-DAY]의 수록곡 중,
후배들을 위한 진심의 조언을 담은
'Snooze'에서도
'시* *같네 외쳐도 돼'라는
비속어 가사가 그대로 포함되어 있는데요.
지난 믹스테잎 [D-2]의
'어떻게 생각해?'라는 곡이나,
앞선 믹스테잎인 [Agust D]의
'give it to me'같은 곡에서도
돌직구 화법으로 자유로운
그만의 가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Agust D의 음악이 처음이라면,
Agust D라는 존재가 SUGA가
자신의 생각을 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솔직하게 풀어내기 위해 만든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접근하시는 편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앞 주제의 연장입니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SUGA는 팀 활동을 하는 도중,
왜 Agust D라는 이름으로
날 선 감정의 노래들까지 공개하며
자신의 활동을 해야 했던 걸까요?
SUGA는 아이돌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이미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즉, 그는 아이돌 SUGA로서의 자아도 있지만
그에 앞서 프로듀서와 래퍼로서의 자아를
먼저 확립했던 인물입니다.
두 자아가 전해주는 인상은
'상반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무척이나 다릅니다.
앞에서 보다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Agust D가 '아이돌 딱지를 떼고
좀 더 자유로워진 정체성'이라는 표현을 했는데요.
이를 조금 더 정확히 말해보면,
애초부터 어떤 의도를 갖고
아예 다른 두 설정을 부여해
캐릭터를 설계했다기 보다는,
'언행에 제약이 많은' 아이돌과
'언행에 제약이 적은' 프로듀서이자 래퍼,
두 자아를 오가는 과정에서 나온
SUGA의 가감 없는 생각들이
Agust D라는 캐릭터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보시면
더욱 잘 들어맞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Agust D로서의 활동은
SUGA에게는 어쩌면
SUGA로서의 활동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소해야만 하는,
감정과 생각들이었을 겁니다.
SUGA가 바쁜 팀 활동과
아이돌로서의 안정 속에서도
Agust D 활동을 놓지 않은 이유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Agust D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던
이제까지의 앨범들은 믹스테잎 형태였지만
이번 [D-DAY]는 정규앨범 형식으로
공개됐다는 사실입니다.
(*앞의 두 앨범은 무료공개 믹스테잎이었던 탓에
이전까지는 사운드 클라우드, 혹은
유튜브 등지에서나 들을 수 있었지만,
올해 4월부터 온라인에 풀리며
스트리밍이 가능해졌습니다.)
[Agust D]와 [D-2]가
SUGA가 만드는 큰 그림의 조각들이었다면,
[D-DAY]는 그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과도 같은 앨범입니다.
[D-DAY] 발매일 며칠 전
[Agust D]와 [D-2]가
온라인에 배포됐다는 점,
그리고 실제 앨범의 설명에도
'Agust D 트릴로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이라고 표현된 것을 보면,
[D-DAY]의 발매는 SUGA에게는
'한 프로젝트의 완성', 그리고
'자기 감정 해소의 끝'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Agust D]가 20대의 혼란과 불안을,
[D-2]가 보다 성숙한 사유와
탐구를 담은 앨범이었다면,
[D-DAY]는 서른이 된 SUGA의
'어른스러움'이 담긴 앨범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전까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카메라 앵글을 자기 내면으로 비췄던 Agust D가,
이제는 자기 자신보다는 밖의 사람들에게
렌즈를 비추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선배로서 후배 가수들을 향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진심 'Snooze',
그리고 악플러들에게 비판을 가하면서도
그들조차 그들의 세상에서 벗어나
잘 되기를 절실히 빌겠다는
'HUH?! (feat. j-hope)'의 가사는
한단계 성숙한 그의 인격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굳이 안 그래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위치에서
세상을 향해 솔직한 비판을 던진다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로를 건넨다는 것.
이를 모두 아우르는 키워드가 있다면,
저는 '좋은 어른'이라는 말을 고르고 싶습니다.
방탄소년단 팀으로의 활동보다는,
앞서 Agust D의 두 믹스테잎과
이번 앨범을 연결해서 들으면
그 사유의 흐름과 성장이
보다 눈에 띄게 보일 텐데요.
서른이 된 Agust D, SUGA, 민윤기는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넉넉한 품을 가진,
멋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자리에서부터
본받을 만한 어른으로 자라나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
또한 이전의 RM도, 지민도,
그리고 이번의 SUGA의 솔로도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그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앞으로도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를 들을 때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들으신다면,
앨범을 보다 큰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