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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역사: Drake & Kanye West

해외 뮤직 트렌드

by Melon

Drake가 신곡 'Search & Rescue'에서 Kanye West를 도발했습니다. 곡 안에 Kanye의 전처, 킴 카다시안의 육성을 넣은 것인데요. 그것도 무려, 킴 카다시안과 그의 어머니 크리스 제너가 'Kanye West와의 이혼을 주제로 주고 받는 대화'를 갖다 넣었습니다. 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킴 카다시안) 'I didn't come this far, just to come this far and not be happy. (이 지경까지 와본 적이 없어요. 그냥 여기까지 오니까 행복하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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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져 있다시피 킴 카다시안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Kanye에게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게다가 조롱의 뉘앙스도 담긴 만큼, 이전 같으면 Kanye West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도의 분노를 표출할 법도 한데요.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수많은 사고를 친 Kanye에게는 더 이상 자기 생각을 남길 계정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Drake 'Search & Rescue'


2010년: 선의의 라이벌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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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ke와 Kanye West는 꽤나 각별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2010년 전후까지만 해도 Drake의 노래에 Kanye가 힘을 보태주고, 서로 응원을 보내는 등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는데요. 공식적인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선의의 라이벌'이라고 말하는 관계였습니다.


Kanye West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참여한 Drake의 2010년작 'Best I Ever Had', 그리고 Kanye West가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Find Your Love'는 둘 사이가 원만했던 시절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Drake 'Best I Ever Had'

Drake 'Find Your Love'


2018년: 갈등의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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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과 긴장이 혼재하던 둘 사이가 극적으로 안 좋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다른 아티스트를 함께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래퍼 Pusha T이지요.


Pusha T가 자신의 앨범 [DAYTONA]를 발표했을 때 화제가 된 것은 Pusha T의 Drake 디스였습니다. 여기서 그는 Drake의 대필 의혹을 저격하는 것은 물론, '가족을 건드리는' 강도 높은 디스를 하기도 했는데요. (이전까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Drake가 포르노 배우와의 관계에서 가진, 숨겨진 아들을 언급해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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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ke는 Pusha T가 자신의 숨겨둔 아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하다가, Kanye West가 Pusha T에게 말해준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Kanye West는 이를 부정했지만, 한 번 의심으로 틀어진 사이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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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Drake가 피처링한 French Montana의 'No Stylist'라는 미공개 트랙이 유출됐을 때, Drake는 'I told her don’t wear no 350s ’round me(난 그녀에게 내 앞에서 350 신지 말라고 했어.)'라는 벌스를 통해 Kanye West를 향한 불만을 에둘러 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350은 Kanye West가 디자인에 참여한 아디다스의 이지부스트 350 모델을 말합니다.


French Montana 'No Stylist (feat. Drake)'


'In My Feelings'의 Kiki는 킴 카다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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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도 반격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Drake가 [Scorpion](2018)을 발표했을 때, 이번에는 'In My Feelings'의 'Kiki do you love me(키키 날 사랑하니?)'라는 가사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Kanye West가 이 가사의 Kiki가 킴 카다시안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Kanye West는 킴 카다시안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and you were married to Rihanna, I wouldn’t make no song called RiRi. So when you’re like, ‘Oh, I don’t know where it comes from.’ You’re too smart for that, bro. You know where it came from. (만약 너(Drake)가 Rihanna와 결혼했다면 난 결코 RiRi라고 부르는 노래는 만들지 않을 거야. 너는 '(KiKi라는 이름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르겠어'라고 얼버무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넌 그걸 모르기엔 너무 똑똑해. 너 그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


Drake 'In My Feelings'


2021년: 최악의 갈등기와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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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는 Kanye West가 [Donda]를 발매하자, 바로 며칠 후 Drake가 [Certified Lover Boy]를 발매하며 스트리밍 전쟁을 벌인 역사도 있습니다. 이 신경전의 과정에서, Kanye West는 Drake의 집주소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박제하며 범죄의 표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최악의 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둘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더니, 급기야 합동 콘서트를 열며 화해 소식을 알렸는데요. 그러나 이내 Kanye가 자신은 유대인을 혐오하며, 나치를 지지하고 히틀러를 옹호한다는 막무가내 발언을 터트리면서 다시 둘의 관계는 소원해진 바 있습니다. (*Drake는 유대인 문화에서 자란 유대계 혈통의 아티스트입니다.)


Kanye West 'Jail'

Drake 'Way 2 Sexy (Feat. Future & Young Thug)'


2023년: 다시 갈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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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2023년, Drake가 발표한 'Search & Rescue'는 멀어진 현재의 둘 사이의 관계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올 2월에 이미 '우아한 은퇴를 고려 중'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는 Drake이기 때문에, 우아하지 않은 방식으로 곡을 발표한 이상 그의 은퇴는 요원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자주 으르렁거리는 둘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준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서로에게 누구보다 필요한 둘일지도 모릅니다. 10년이 넘는 애증의 역사를 보며, 또 이번의 'Search & Rescue' 를 들으며. 이제는 저격과 갈등보다는 서로를 향한 존중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마 저 혼자만의 상상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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