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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n Jun 26. 2023

XXX텐타시온 사망 5주년 'I'm Not Human'

해외 뮤직 트렌드

Special | Lil Uzi Vert와 XXXTENTACION의 사후 협업


XXXTENTACION의 채널에 최근 새 노래 하나가 떴습니다. Lil Uzi Vert가 함께한 'I'm Not Human'이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곡 발매일인 6월 18일은 그가 강도 살인을 당한 사망일이기도 합니다. 즉, 이 곡은 그의 사망 5주기에 나온 싱글입니다.


XXXTENTACION, Lil Uzi Vert 'I'm Not Human (Feat. Lil Uzi Vert)'


원래 이 곡은 XXXTENTACION의 스물 다섯 번째 생일이었던 2023년 1월 23일에 유튜브와 사운드 클라우드에 처음 공개된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개 이틀 만에 별다른 이유 없이 채널에서 삭제된 바 있는데요. 이유가 나중에서야 공개됐습니다.


원래 버전의 곡에, TENTACION이 Slipknot의 'Snuff'라는 곡의 가사를 부른 벌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샘플 클리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곡을 공개했기 때문에 법적인 이유로 삭제가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Slipknot 'Snuff'


원곡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XXXTENTACION 음원의 권리사 측에서는 원작자인 Slipknot에게 샘플 클리어를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안타깝게도 Slipknot 측에서 이를 허락하지 않은 듯합니다. 때문에 'I'm Not Human'은 원곡 버전과 다른 버전의 싱글로 나와야 했습니다. 'Snuff'의 가사를 읊조리던 부분이 빠졌으며, 곡의 길이도 조금 더 짧아졌지요. 


'I'm Not Human'은 Lil Uzi Vert와 XXXTENTACION의 공식적인 첫 컬래버이기도 합니다. XXXTENTACION 사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사후 작업물에 참여해 왔지만, Lil Uzi Vert만큼은 그의 사망 후 사후 협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Vert는 사후 작업에 신중한 것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저도 물론 그와 작업하기를 바라요. 하지만 그런 건 좀 이상해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중략) 저는 그가 여기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만약 사후 작업이 그가 바라는 비전이 아니라면 어떡하죠? 특히 함께 해서 결과물이 더 안 좋다면요. 다 잘못되어버리면 어떻게 해요?'

 

이런 조심스런 생각을 바꿔준 것은 XXXTENTACION의 오랜 프로듀서인 John Cunningham이었습니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Vert를 만났고, 진솔한 대화를 나눈 후 2018년 5월 이후 손 대지 않았던 해당 트랙을 들려주었다고 하는데요. 그에 따르면, 몇 년간 Vert와 나누었던 모든 음악적 아이디어가 모두 이것을 위한 대화였던 것 같았다고 합니다. 두 아티스트의 역사적인 컬래버는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XXXTENTACION이 살아있을 때 Lil Uzi Vert는 그를 유일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노래가 차트를 오르면 X의 노래도 올랐고, 자신의 노래가 차트에서 내려가면 X의 노래도 내려갔다'고 하지요. 생각해보면 힙합 외의 장르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따온다는 것 역시 두 아티스트의 공통점이었으니, 이 점만으로도 라이벌이라고 할 만 합니다. 


따라서 이 협업은 동료이자 경쟁자 관계였던 두 래퍼의 협업이라고 봐도 좋을 겁니다. XXXTENTACION이 살아 생전 본인의 의지를 통해 이 협업을 이뤘다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어쨌든 이 조합은 그의 사후에야 가능했습니다.

 

'I'm Not Human'은 XXXTENTACION의 장기였던 이모 랩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공기마저 감옥처럼 느껴진다는 원본 버전의 벌스를 기억한다면 그의 죄의식, 그리고 그로부터 생겨난 고통들을 노래한다고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이번 버전은 해당 부분이 잘려 나갔기 때문에 좀 더 해석의 범위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Lil Uzi Vert가 XXXTENTACION의 목소리와 크게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이 무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자가 만든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각자 벌스의 개성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은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 써서 듣지 않는다면 Vert의 파트를 다시 찾아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가 사망한지 5년이 지난 지금도 XXXTENTACION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실시간으로 그를 추모하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사망한 후 지속적으로 회자된다는 것은 남아있는 팬들이 그만큼 그를 그리워한다는 뜻일 겁니다. 'I'm Not Human'은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모처럼 단비가 되어줄 트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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