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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팬들의 워너비 스타, Olivia Rodrigo가 새 싱글을 발표했습니다. 'Vampire'는 올해 9월 8일 발매를 예정하고 있는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 [GUTS]의 선공개 싱글입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이 곡은 꽤나 특이하게 들립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가수가 자신의 경험을 부르는 노래이지만, 노래가 좀처럼 '요즘 노래'처럼 들리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vampire'에는 요즘 노래들의 필승 공식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발라드 풍으로 잔잔하게 시작할 뿐만 아니라 첫 소절이 등장하는 것도 15초가 지나서인데요. 잠깐 듣고 아니다 싶으면 스킵해버리는 요즘 리스너들에게 Olivia Rodrigo는 틱톡용 노래도 플레이리스트용 노래도 아닌, 고전적 느낌 물씬 풍기는 곡을 들고 온 것입니다.
이쯤에서 기억해봅니다. Olivia Rodrigo가 원래부터 정공법을 구사하던 음악가였다는 것을요. 돌이켜보면 [SOUR]의 대성공 역시 마케팅적 방법론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신 앨범에는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동안 그녀가 좋아했던 장르음악들이 멋지게 뒤섞여 있었죠. 여러 음악 전문지들과 시상식들의 찬사, 그에 비례하는 꾸준한 대중적 인기는 그래서 가능했습니다.
이제, 다시 'vampire'를 바라봅니다. 이 곡은 곡이 진행될수록 구성이 다층적으로 변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잔잔한 발라드로 시작하지만, 세 번의 구간 전환을 지나며 점점 로킹하게 변하고, 보컬도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마지막 구간에 와서는 거의 질주하는 구성을 보여주는데요. 이런 구성 자체도 오묘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치달아 가던 악기들이 모두 멈추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욱 강한 'Bloodsucker, Famefucker'라는 가사를 배치하며 극적인 장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화자가 곡의 대상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더욱 배가되는 효과도 생겼는데요. 매우 영리한 가사 선택과 배치로 보입니다.
이 곡에서 Rodrigo는 지난 연인을 '최소한의 마음이라는 것도 없어서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인물로 상정하고 신랄하게 비난을 가합니다.
Rodrigo는 이전 앨범, [SOUR]에서도 자신의 구남친을 저격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때문에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다르지만, 곡이 쓰인 계기와 서사적인 부분은 과거와 결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때문에 '이번에도 전남친이 소재냐'면서 볼멘 소리를 하는 반응도 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신의 이야기이고, 정식 앨범 공개 전부터 충분히 팝계 호사가들의 귀를 잡아챌 수 있는 주제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을 뽐냈다고 볼 여지 역시 충분합니다. 게다가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쪽 의견이 더욱 강하지 않을까 싶고요.
'6개월 간의 고문'이라는 가사, '네 또래 여자들은 보다 잘 알고 있지'라는 가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곡의 대상은 'Rodrigo와 6개월 가량 만난 연상의 남자'로 특정이 가능합니다. 팬들은 이를 Rodrigo의 구남친인 영화 제작자 Adam Faze, 또는 그와 열애설이 있었던 DJ Zack Bia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진실은 Rodrigo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음악적으로도, 또 보컬적으로도 확실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GUTS]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는 듯 보입니다. 이전 [SOUR]로 보여준 팔딱대던 에너지에 이어, 또 한 번 웰메이드 앨범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봅니다. 'vampire'로 보건대, [SOUR] 이상의 앨범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고요.
*다시 한 번, [GUTS]는 오는 9월 8일 발매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