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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1일, 미국의 싱어 Tony Bennett이 아흔 여섯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흔히 Frank Sinatra로 대표되는) 1940~50년대의 스탠다드 팝 시대가 낳은 마지막 스타였습니다.
Tony Bennett은 1926년 생입니다. 1936년부터 노래를 불러 2021년에 은퇴했으니, 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른 셈입니다. 더 놀라운 점이 있다면, 그 시간의 대부분을 메인스트림 음악 시장의 중심에서 버텨냈다는 점일 겁니다. 그는 은퇴 시점까지도 추억의 가수, 혹은 지나간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미국 의회도서관에서는 그를 가리켜 다음 문단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Tony Bennett은 특정 시대를 위한 예술가가 아니라 모든 시대를 위한 예술가입니다. (중략) 그는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70년 동안 새 앨범을 내고 차트에 진입시킨 소수의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미국 대중음악의 어느 누구도 Tony Bennett만큼 오랫동안 뛰어난 수준의 노래를 녹음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 함께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병원을 찾은 그는 알츠하이머 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이후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무대에 오를 수 없자 그는 점점 더 약해져 갔습니다. 이 시점에서, 매니저이자 그의 아들인 Danny는 아버지 Tony의 멋진 은퇴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Lady Gaga와 함께한 2021년 Tony Bennett의 마지막 공연은 그렇게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평소 음악 관련 영상을 즐겨 보는 분들이라면, 이용 중인 소셜미디어에서 '95년 인생 마지막 무대를 떠나는 가수'라는 제목의 영상이 알고리즘에 뜬 분이 계실 겁니다. 이것이 바로 2021년 8월의 은퇴 무대 영상으로, Tony Bennett이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Lady Gaga와 함께 자신의 생일에 열었던 공연입니다.
이 때의 공연이 명연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그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중에도 공연의 순간에는 굉장한 총기를 보여주었다는 점 때문일 겁니다. 마치 기억 속 찬란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노래를 제대로 소화했을 뿐 아니라 무대 제스처까지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병마는 그의 기억력을 앗아갔지만, 음악은 그의 장기기억 영역에, 또 그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던 것입니다.
이 공연의 실황은 아니지만, 같은 시기에 두 아티스트가 함께 녹음한 앨범도 있습니다. Tony Bennett과 Lady Gaga가 함께 만든 [Love For Sale]은 그래미 여섯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 'Best Traditional Pop Vocal Album' 부문에서 수상을 거두었습니다.
Tony Bennett, Lady Gaga [Love For Sale (Deluxe)]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Tony Bennett과 Lady Gaga는 2014년에 이미 재즈 컬래버레이션 앨범 [Cheek to Cheek](2014)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습니다. 이 앨범은 당시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Tony에게 최고령 1위 가수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바 있습니다.
Tony Bennett, Lady Gaga [Cheek To Cheek (Deluxe)]
다시 2021년의 공연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공연의 마지막 순간, Lady Gaga는 퇴장하려는 Tony의 에스코트를 자청하고, 손등에 키스를 하는 등 후배 가수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보였는데요. 이 순간을 함께하던 연주단원들은 Tony의 대표곡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힘찬 편곡으로 연주했습니다. 그가 자리를 떠나며 인사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Tony Bennett의 사망은 한줄기 명맥이 남아있던 1040-50년대 미국 스탠다드 팝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물론 Michael Buble나 Jamie Cullum 같은 후세대의 스탠더드팝/ 보컬재즈 가수들도 있지만, Tony Bennett은 그 원류의 시대 자체를 상징하는 유일한 생존자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사망 소식은 그 자체로 음악계의 한 기점으로 기록될 만 합니다.
또 하나의 알려지지 않은 명곡이 있습니다. 그가 90세의 생일을 기념해 2016년 공개한 라이브 앨범, [Tony Bennett Celebrates 90] 리스트 끝 쪽에 있는 'How Do You Keep The Music Playing?'에는 90세의 나이가 무색한 그의 절창이 담겨 있는데요. 곡 중 마지막 부분, 'The Music Never Ends'에 와서는 거대한 울림이 청자를 단번에 압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연이지만 지면을 통해 소개해봅니다.
Tony Bennett 'How Do You Keep The Music Playing?'
이제 그는 가고 없지만, 이 노래의 가사처럼 그의 음악만은 끝없이 우리 곁에 남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