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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Feb 17. 2022

워라밸 속에 숨겨진 고통의 총량

출발지점도 목표지점도 모두 다른 사회 만들기

가끔 돈이 얼마나 생겨야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겠냐는 질문을 본다. 내 입장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일을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 쯤으로 폄훼하기 때문이다. 나는 워크와 라이프가 분리되지 않는 워라일체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것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즐겁다.


물론 나도 안다. 내가 특이 케이스라는 것을. 성격이 그렇고 주어진 환경이 그렇고 운도 따라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래서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라고 말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이 좀 생기면 언제든 그만두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불행하다. 결국 내가 이 일을 원해서 선택했는지, 그 선택에 지금도 후회가 없는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 그런데 내가 원하는 일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어 내가 밀려나야만 하는 구조가 사회적으로 결정돼 있다면? 아마 직업 선택에서 발생하는 사회 전체의 불행량은 구조적으로 정해져 있을 것이다.


사회의 구조와 그 위에 흐르는 문화가 한 사회의 불행 총량을 결정한다. 어떻게 해야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회 전체의 불행 총량을 줄일 수 있을까?


1. 출발지점은 다른데 목표지점은 같은 사회

2. 출발지점도 같고 목표지점도 같은 사회

3. 출발지점은 같지만 목표지점이 모두 다른 사회

4. 출발지점도 다르고 목표지점도 모두 다른 사회


현재 한국의 문제점을 보통 1번이라고 한다. 진보 진영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보통 2번 방향으로 움직이려 한다. (이상적으로는 3번을 추구하지만 결국 손에 잡히는 부의 재분배 문제에 천착한다.)


나는 이 문제의 해결책은 성공의 표상을 미친듯이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성공의 정량지표는 돈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돈을 버는 방법을 훨씬 다양화 하면 된다. 나는 그걸 스타트업 창업 성공으로 봤고 그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참 많은 길이 있고 또 많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과거에는 성공한 삶을 살지 못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큰 돈을 번다. 유튜브도 경쟁이 있지만 기존 콘텐츠 시장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와 컨셉의 시장이 열렸다. 다양한 콘텐츠의 성공은 성공의 다양화를 불러왔다. 기술의 발달이 개인을 기존 성공 공식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 있다.


스타 웹툰 작가들의 탄생은 성공의 다양화를 더욱 잘 보여준다. 웹툰은 본질적으로 이야기다. 다른 웹툰들과 경쟁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소설, 영화, 예능은 물론 게임과도 경쟁한다. 웹툰의 본질이 재밌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웹툰 작가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작가보다 그림을 더 잘 그려야 할까? 아니다. 그냥 듣도 보도 못한 재밌는 이야기를 창조하면 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4번 길이다. 이 길에서는 추구하는 목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출발지점의 다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4번 길로 가기 위해선 먼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너는 장래에 뭐가 되고 싶니?” 하고 희망 직업을 묻지 말자.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이 되어야 하는 직업을 마치 인생의 목표처럼 인식 시키기 때문이다. 직업의 공급은 한정돼 있어 경쟁을 부르고 다수의 패자를 만든다. 직업 선택의 경쟁에서 탈락한 다수는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회의 고통 총량은 증가한다.


대신 이런 질문을 해보자. “인생을 통해 무얼 달성하고 싶니?” “일생 동안 무엇을 만들고 싶니?” 이처럼 본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아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 아이들의 꿈이 ‘의사 라이센스’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삶’이 될 때 성공의 길은 다양해지고 사회의 고통 총량은 줄어든다. 우리가 교육만 잘 한다면 아이들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방법으로 성공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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