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리톡 CEO 박병종 Mar 04. 2017

웨어러블은 왜 죽었는가?

스마트폰과 달리 시공간을 재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피트니스 트래커 업체 핏빗이 스마트워치 업체 페블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사망선고였다. 페블은 가장 성공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다. 2012년 킥스타터를 통해 약 2000만 달러(약 234억원)의 자금을 모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뒤 급격히 성장했다. 2015년 시계 제조업체 시티즌이 페블을 인수하려 했을 때 페블의 기업가치는 약 7억5000만 달러(약 8800억원)까지 올라갔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핏빗이 페블에 제시한 인수가는 고작 4000만 달러(약 470억원) 수준. 페블의 부채와 거의 비슷한 액수였다. 병든 페블을 삼킨 핏빗도 죽어가고 있다. 2015년 6월 상장 첫날 30달러를 상회했던 핏빗의 주가는 현재 6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아이폰으로 혁신의 역사를 썼던 애플도 애플워치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성공한 이유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간의 감각체계를 재구성 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실패요인을 알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성공요인을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이 성공한 이유는 그것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간의 감각체계를 재구성 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한에 따르면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는 모든 도구다. 라디오와 TV의 발명으로 인간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됐다. 인간의 청각과 시각이 폭발적으로 확장했다. 감각의 확장은 시간과 공간을 지각하는 체계의 변화다. 전구의 발명은 인간이 지각하는 시간의 길이를 재구성했다. 철도는 속도의 급진적 변동을 통해 시공간을 재구성했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아예 가상세계를 만들 정도이니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신제품의 산업적 파급력은 그것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인간이 지각하는 시공간을 재구성 하냐에 달려 있다.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던 시간과 공간은
교차점을 조정하며 재구성 됐다.


스마트폰의 핵심은 책상 위에 고정돼 있던 컴퓨터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도록 만든 것이다. 어느 한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접속할 수 있었던 인터넷을 깨어 있는 동안 언제나 접속할 수 있게 만들었다. 조깅을 하며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서나 터치 한번으로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분절적인 점에 불과했던 네트워크 접속점을 연속적인 선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던 시간과 공간은 교차점을 조정하며 재구성 됐다. 이런 변화를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말할 것이며 피터 틸은 '수직적 진보(제로투원)'라고 할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컴퓨터를 겨우 손목으로 옮긴 것이다.


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컴퓨터를 겨우 손목으로 옮긴 것이다. 시공간의 재구성 관점에서 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피터 틸은 '수직적 진보'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이같은 변화를 '수평적인 진보'라고 했다. 시공간의 재구성 정도에 따라 산업적 파급력이 결정된다면 스마트폰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워치 등은 처음부터 성공하기 힘든 모델이었다.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실시간 헬스케어 기능 등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부활은 요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