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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Jun 09. 2017

통신비 인하는 약정제 폐지로부터

원흉은 통신비 가격경쟁 막는 '약정제'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부로 하여금 통신비 인하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다. 정부 부처와 통신사의 오랜 유착관계가 대통령의 호령 한번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왜곡을 막는다며 등장한 악명높은 단통법도 그 유착관계 위에 생겼다.


통신비를 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신 서비스의 약정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약정제가 없어야 현재 과점 형태로 담합중인 3대 통신사가 가격경쟁을 한다. 지금은 약정제로 2~3년간 고객을 묶어둘 수 있으니 처음 가입시킬 때 미끼만 잘 쓰면 된다. 통신사들이 서비스의 가격・품질 경쟁 대신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만 돈을 쏟아붓는 이유다. 단통법 이전에 벌어지던 각종 '보조금 대란'이나 TV에 도배되는 통신사 광고가 그 예다. 문제는 이런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고는 그렇다 치고 보조금이 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안될까. 휴대폰 보조금은 결국 비싼 통신비 형태로 나중에 다 갚아야 하는 조삼모사의 빚이다. 통신비는 그대로인데 단통법 때문에 보조금이 줄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불리해졌다. 단통법 이후 급증한 통신사들의 영업이익이 이를 방증한다.


약정제가 없어지면 단통법이 해결하려고 했던 보조금으로 인한 가격차별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약정이 없어 언제 떠날지 모르는 소비자에게 통신사가 보조금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 통신사들은 대신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재밌는 점은 휴대폰 제조사도 통신사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휴대폰 구입시 보조금을 통신사, 제조사 양쪽에서 받는다고 일석이조가 아니다. 제조사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고스란히 출고가를 올린다. 70만원에 나와야 할 갤럭시가 100만원에 나오는 것. 이번에도 조삼모사. 보조금 지출액은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제조사는 3가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1. 보조금으로 착시를 일으켜 판매를 촉진한다.  

2. 출고가를 높여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지셔닝 한다.  

3. 출고가를 높이고 보조금을 주는 방식은 매출을 부풀리는 좋은 수단이다.


2년 휴대폰 교환주기를 이용한 통신사와 제조사의 야합이 약정제에 기반한 보조금 지급이다. 여기에 단통법까지 겹쳐지며 통신사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 과점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과점의 이점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가격경쟁이다. 가격 경쟁 대신 마케팅 경쟁을 하는 것이 과점시장의 특징. 가격은 한번 내리면 올리기 힘들지만 마케팅 비용은 상황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든 제조사든 가격과 품질 경쟁이 필요하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야합 고리도 끊어져야 한다. 소비자를 비롯한 전체 시장 참여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약정제를 금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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