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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리톡 CEO 박병종 Nov 22. 2017

현대의 영웅은 기업가다.

고대 영웅은 군인, 근대 영웅은 정치인

어느 시대나 역사에 남는 영웅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다. 고대와 중세의 영웅은 군인이었다. 사람들의 세계관이 주거지역과 국가에 한정돼 있었고 잉여자원의 원천이 농업이었기 때문에 국부는 영토의 크기와 비례했다. 외적으로부터 영토를 지키고 나아가 영토를 넓히는 장수들이 영웅이었던 이유다. 추앙받는 왕들도 사실상 총사령관으로서의 역할이 많았다. 전쟁이 유독 많았던 이 시대에는 전쟁 그 자체가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기 때문에 영웅은 전쟁의 리더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근대에 들어서는 인류 전체의 진보를 추구한 사상가들이 각축을 벌였다. 세계관이 주변국을 넘어 지구 전체로 확대됐고 인본주의가 싹텄다. 공화주의, 민주주의 등의 정치철학이 군주의 시대를 끝냈으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같은 경제철학이 경쟁했다. 이 시대의 영웅은 정치인들이었다. 위대한 사상가와 철학자들이 정치인이 됐거나 사실상 정치인의 역할을 했다. 정치 지도자들의 활약으로 노예제가 사라지고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는 등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때 전쟁은 그들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현대의 영웅은 기업가다. 이제 전쟁은 서로 죽이지 않는 시장경제 게임 룰 위에서 진행된다. 춘추전국 시대의 중소 국가들처럼 수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시장을 놓고 격돌한다. 자원의 분배 방식에서 살육을 제거했을 뿐 본질은 같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훈련된 군사, 충분한 군량, 뛰어난 전략, 좋은 무기 등이 필요하다. 각각 직원, 투입자본, 경영전략, 기술에 대응된다. 이 중 가장 파괴적인 것은 세상을 바꿔놓을 무기인 기술의 변동이다.(자본은 간접적으로 작용할 뿐 세상의 모습을 직접 바꾸지는 못한다.)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기업가는 과학자의 배 속에서 태어난 기술을 길러 세상을 지배하게 만든다. 기업가가 현대의 영웅인 이유다.

(어쩌면 기업가는 기술의 탈 것 혹은 기술변동이라는 파동을 전달하는 매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기술은 과학자의 배를 찢고 나와 기업가를 타고 다니며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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