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디지털 금융과 콘텐츠 유통
최근 블록체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과 맹목적인 추종을 많이 봅니다. 블록체인이 기존 인터넷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제가 생각하는 블록체인의 한계와 미래 발전방향에 대해 적어봅니다.
인터넷은 여러가지 프로토콜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네트워크입니다. 보통 http 프로토콜을 통해 웹 문서와 콘텐츠를 접하지만 FTP 프로토콜을 통해 파일을 전송하고 SMTP 프로토콜을 통해 메일을 보냅니다. 이 모든 것이 인터넷 케이블망을 통해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블록체인은 인터넷 상에서 구현된 분권화된 네트워크의 형태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방식의 대표적인 프로토콜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이 현재의 인터넷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목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분권화된 검증이 필수적인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중앙화된 네트워크 구조보다 빠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합니다. 이건 마치 레이싱카와 트랙터를 속도 측면에서 보면 트랙터가 레이싱카를 절대 앞서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애초부터 추구하는 바와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블록체인은 인터넷을 대체할 것이 아니라 일부 산업 분야의 중앙집중형 프로토콜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수많은 인터넷 프로토콜 중 몇개가 블록체인 구조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인증 프로토콜, 송금 프로토콜, 증권발행 프로토콜, 환전 프로토콜, 공증 프로토콜, 신용평가 프로토콜 등이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수많은 코인 기반 프로젝트들이 http나 smtp와 같은 지배적인 인터넷 프로토콜이 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상기한 바와 같이 특정 분야에서 효율성을 지닐 뿐이지 대부분의 영역에서 중앙집중형 네트워크보다 못합니다. 예를 들어 막대한 데이터 전송이 실시간으로 일어나야 하는 동영상 스트리밍을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하는 것은 별로 좋지 못한 생각입니다. 물론 블록체인으로 해당 동영상의 색인을 만들어 중앙화된 DB와 연동시키는 시도는 있겠지만 이는 필요기술의 본질과는 거리가 멉니다.
결론적으로 분산 네트워크 프레임으로서의 블록체인이 기존 인터넷을 대체한다는 것은 과장입니다. 자동차의 종류에 다양한 것들이 있듯 인터넷 서비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네트워크 구조를 가진 프로토콜들이 선택적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아마 미래에도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중앙화된 프로토콜 위에서 돌아갈 것입니다. 다만 블록체인은 디지털 금융과 디지털 콘텐츠 유통에 최적화된 프로토콜로서 해당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블록체인이 수많은 분야를 혁신시킬 것처럼 떠들지만 저는 오히려 코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블록체인 잠재력의 80%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분야는 기존 기술로도 충분하거나 오히려 기존 기술이 우월하기 때문이지요. 지난 5년간 블록체인의 발전과정을 지켜보며 내린 저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