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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ou Feb 08. 2016

그집앞

놀이터앞 두번째골목 세번째 파란대문 집






주택으로 이사하신
큰댁
명절음식을 돕기위해
막내동서와 함께 두아이를 데리고
남자들 없이 찾아나서기로 한다 .

한남자는 명절이 더바쁘신 직업이고
한남자는 몇일후 있을 사업계획서pt준비때문에

아내들을
모셔다 드릴수가 없다는 이유에서 ..

네비게이션도 헷깔리고
담벼락에 표시된 주소도 헷깔리고
여기가 저기같아서 골목골목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

오래된 동네이다 보니
집집마다 담벼락위로 슬쩍씩  내민
나무들...비록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들뿐이여도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큰 대문들도 저마다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것이
꽤 재미난 사연들  ..하나둘쯤은 있을법 해보여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

막내동서는  
이렇게 저렇게 재건축하면 참 좋을것같다며
전문가 답게 설명해주다가

말 끝에 ...
"언니 집도 언젠가 제가 설계해드릴께요 "
라고 하였다 .






드디어 찾은 낮익은 남색대문과 높고 긴 담벼락집 ..

초인종을 누르고 잠깐기다렸다가
들어가려는데
사진으로만 보았던
풍산개 두마리가 껑껑짖으며 ..먼저 달려나왔다 .

풍돌이와 보리 ....

육개월 삼개월된 남매


아이들은 옷을 벗어 던지고서
마당으로 뛰어나가고


우리는 큰댁형님들이 미리 자리잡으신 부엌쪽으로
찾아들어 갔다 .


자 ... 이제 슬슬

며느리의 모습으로 변신해볼까 ?






며칠전

어느
늦은밤에 문득 확인한 메세지가 있었다 .

시간을 보니 확인하기
두어시간전에
한 친구가 술한잔 하였는지

이골목 저골목 돌아다니다가
멈춰선곳이 ...너네집 앞이야
뭐해?        지금..통화할수있어 ?


어쩌나 ..너무 늦게 확인했구나
내가 다시 전화하기엔 너무 늦은
아니 너무 이른새벽이였던것 같다 .

실제 걸음으로 이골목 저골목
다닌게 아니란걸 난 알고 있었다 .
친구의 맘이 여기저기 갈피를 못잡고
헤매이다가
그러다가 생각난 사람이 나였겠지 ...

그래서 걷다보니
우리집앞 이라고 한거겠지..

아 .. 이순간

무슨아파트 몇동 몇호는 참 안어울리네

놀이터옆 두번째 골목
세번째집
파란 대문.. 그게 우리집  

이라면..

친구의 메세지도 제법 그림이 나오는데 ...

상상만으로 웃음이 났다 .


친구는
위로를 들으려고 집앞에 왔다고 표현한게 아니고

디자이너가
디자이너가 아닌 관리자가
되어야만 하는 본인의 상황을
내가 미리 겪어봤었으니까


일은 일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발란스를 맞추는게 이렇게 황당할정도로

한꺼번에 깨질수도 있는거냐고

분명 따져묻고 싶어서..

시원하게 ..오늘도 욕지거리한번 할테니
전화로 나마 들어달라는 거 였겠지 ..

우리집앞
놀이터벤치에서 라도 앉아
잠깐 퍼부을테니...한바탕 같이 울고 웃다가

아무일도 없었던것 처럼 도도하게 ..
각자 집으로 ..들어 가자라는 거 였겠지 ...


이보시게 ..홍실장 !!!

담엔 진짜 진짜 우리집앞에 와서
대문 두드리며
소리한번 질러 ....


내가 꼭
이 아파트생활을 청산하고
친구
너를 위해서라도
대문있는 주택으로 이사가고 말테니까 ...





일년에 두어번 오게되는
잘 지어진 주택
여기 큰댁에서 ..

종일 기름범벅이 되었지만
언젠가 살게될..
파란대문집

그 즐거운 상상으로
명절연휴첫날을 잘....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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