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버린 냄비대신 봄바람
오전에
잠깐 잠들었는데..
그사이 깜박하고
맛있게 끓이던 김치찌개를
다 태웠다 .
냄새가 어찌나
코끝을 매섭게 찌르던지
잠결에
깜짝놀라 일어났다 .
황급히
온집안을 환기시키느라
창문을 다 열었는데 ...
어라 ...
봄이네
그덕에 봄이 온걸 알아버렸네 ...
다
타버린 냄비는
코트도 안걸치고 나가
시원하게 버리려는데
오늘따라 아파트 재활용박스가
깔끔히 비워져있어서
까만 나의 냄비가 조금 부끄러웠다 .
몇시간이 지나도 냄새가 빠지질 않아
집에 있는 모든 초에
불을 놓았다 .
저녁이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초는 타고있었다 .
시큰한 냄새도 마찬가지이고...
질기다 . 이녀석들...
밤이 되도록..조명없이
그냥 견뎌보고 있다.
대신
반가운 봄냄새가
열어놓은 창너머로 들어왔고
시큰한 탄내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