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만 가서 자거라
추억의 책장을 펼쳐
어린 나와 다시 만나다
"예쁜 그림이 없어도
내용이 재미있어서 .... "
제법 동화스럽지 않은 책을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온 딸아이에게
드디어 ...세계문학전집을 선물할때인가
싶어 ...
퇴근길에 교보문고에 들른다
우리땐 ...금성출판사 .계몽사
에서 나왔던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 등의
몇몇것들이 전부였는데
그보다 수십배많은 출판사와
많은 이야깃거리로 넘쳐나고 있어 ...
와 ...!!!!
이중에 무얼 고르면 좋을까 ..
고민 고민하는데 ..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
아버님을 보내드려야하는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와
마음만 초조하다
왠지 처음으로
아이에게 읽히는 문학전집은
새 식구를 들이는 맘까지도 들어
긴장도 되고 신경도 쓰여...
주말에 차라리 다시 와서
차근차근 둘러봐야겠다 결심하고
입구쪽으로 나가려는데 ..
고운 빈티지민트칼라를 배경으로
따뜻한 유럽풍의 그림이
그려진 작은책 하나가
내 발길을 잡는다
아!! 맞아 ....이 책
작년 가을에 친하게 지내는 선배의
아내가 '언니에게 잘 어울릴것 같아서요 '
라며 선물해준...
한참 바쁜터라 고마운 맘으로
일단 한번 훓어본후
책장에 얌전히 꼽아두고 잊고있던 책
그래 오늘밤 저것부터 다시읽어봐야지..
한다
나의 어린 소녀시절 ...
딸아이만큼 작고
또한 지금보다 부끄럼많았던 그시절 ..
단짝친구 하나없이 ..늘 조용히
자기만의 소설속에서 살았던 ..나
꽃들이 만발한 멋진 정원의 이층집
길고 빛나는 갈색의 긴 머리카락
소매에 적당한 퍼프가 있는 파란 롱드레스
예쁜 조각케잌과 쿠키를 겻들인 티파티
책들을 통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로 변신하여
이다음에 만나게 될 .. 어른세상을
꿈꾸곤 했다
1979년생인 작가의 어릴적 읽었던 책과
추억에 관한 에세이로
같은 70년대생이라 그런지
잊고있었던 나의 그 시절과
너무많이 닮아서 놀아웠던
이책을 통해 나는
기억의 무덤에서
내가 그시절 즐거이보았던 것들을
딸아이에게 하나씩
꺼내어 주려한다
다시만난 ..그시절의 어린나와
마흔넘은 지금의 나
그시절을 어떻게 잘 보냈었는지 ...
어떤책이 나를 꿈꾸게 했었는지
그렇게 꿈꿔왔던 어른세상에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지 ...
이불속에서 콩닥콩닥거리는 가슴으로
읽어내려가던 키다리아저씨.소공녀
작은아씨들.빨간머리앤.마지막잎새....
수 많은 이야기들.....
우리는 오늘밤 속깊은 대화를 한다
내딸은
나를 참 많이 닮아서 ...
바라보고 있자면 열살의 나를
보는것 같다
이 밤에...아이를 다시 한참...바라본다
아이또한 여지껏 잠들지 않고
조물조물 .....
그시절 꿈꿔왔던 엄마의 파티테이블을
뚝딱 차려낸다
소곤소곤 ...설명한다
덩달아 나도 ...설레인다
나의 어여쁘고 고운딸아
이제
가슴에 꼭 ..끌어안고서
이방저방 다니며 읽어내려갈 ...
문득
하교길에 떨어진 낙엽도
주워다가 살짝 끼워 놓을...
그
문학책..
두고두고
양팔가득히
간직할
너의 어린시절을 위해 ...
마흔넘은 나와
열살 그시절의 나
우리 둘이서
밤새 고민좀 해볼께
대신
너는 ..이제 그만
소매에 봉긋한 퍼프가 있는
파란드레스 입고서 ...
꽃밭가득한 정원을 거니는...
행복한 꿈나라로 날아가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