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던 날의 어탕칼국수

겨울을 녹이는 맛

by 조여름

아침에 일어나니 창 밖에는 눈이 얇게 깔려 있었다. 재난 안전 문자가 연신 난리를 떨었던걸 감안하면 생각보다는 적은 눈이었다. 그래도 아스팔트 위로 차가운 것들이 깔린걸 보니 뜨끈한게 먹고 싶단 생각은 들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하는 반복되는 질문에 '어탕칼국수'라고 대답할 마음을 먹고 회사에 나왔다.


어탕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아마도 민물고기(해안가에는 민물이 아닐수도 있는데, 그것도 어탕칼국수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붕어가 많이 들어가는것 같다. 뼈째로 푹 고아서 체에 걸러내는지 칼국수 안에서는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가게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어탕이 효능'에 붕어라는 말이 나오고, 원산지 표시에는 잡어라고 쓰인걸 보면 역시나 여러가지 민물고기가 섞인것 같다. 다른 곳에서는 잘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 살짝 생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며칠이고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칼국수를 사람수대로 주문하고, 거기에 부추전을 추가했다. 반찬은 정갈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신선한 것들로 차려져 나온다. 부추전의 맛은 상상한 그맛이다. 어느 한쪽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고 기대했던 밀가루의 듬직함과 풀이 죽은 부추가 입안에서 씹힌다. 바삭하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 눅눅하지도 않아서 그대로 좋은 맛이었다.



부추전으로 먼저 입을 달래다보니 몇분 후에 어탕칼국수가 나왔다. 칼국수면이 기본이고 중간에 간간히 넓게 펼쳐진 수제비가 있어서 먹는 재미를 준다. 산초가루는 취향껏 넣는데 너무 많이 넣으면 입안이 얼얼하다. 나는 그 얼얼한 맛을 좋아해 남들의 두배를 넣고 젓가락으로 섞는다. 하얀김이 창밖의 눈과 어울려 더 따시게 느껴진다. 들깨와 우거지같은 야채들과 어우러진 어탕칼국수의 국물은 걸죽하다.




먹다보면 예전에 먹던 갱시기국이 생각난다. 맛은 확연히 다르지만 모습은 갱시기와 비슷하다. 갱시기는 김치베이스에 콩나물, 밥, 면, 두부 등 집에 있는 여러가지 재료들을 넣고 끓인다. 김치죽같은 느낌이지만, 김치죽보다는 좀더 되고 맛도 약간 다르다. 추운날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점이 어탕칼국수와 비슷한 듯 하다.



콩나물무침에 쓰인 콩나물이 통통한 콩나물이 아닌게 마음에 들었다. 나는 괜찮은 식당인가 아닌가를 볼때 숙주나 콩나물이 억지로 키운것인지 아닌지 확인한다. 억지로 크기만 키운 콩나물은 몸이 지나치게 뚱뚱하다. 몸에 좋지 못한 콩나물이다. 이 집은 아니었다. 콩나물 무침으로 좋은 콩나물을 쓴 것, 신선한 오이고추에 된장소스를 뿌려 준것, 오래되지 않은 갓만든것 같은 명태껍질무침을 내어주고 김치도 만든지 얼마 안된 겉절이같은 김치를 준게 좋았다. 셋이서 부추전 하나를 같이 먹었더니 적당히 배가 불러 40분정도 걸었다. 이번에 먹었으니 한동안은 안먹어도 되겠지만, 또 먹고 싶단 생각이 들면 내내 머릿속에 맴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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