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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름 Mar 05. 2017

뿌리 내릴 곳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직업이든, 살 곳이든, 혹은 사람이든 


 29살때였던가, 한참 심난할때 나는 어른들께 질문을 많이 했다. 주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정도의 어른들이었다. 대체 삼십대에는 뭘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라도 하면 좀 감이 잡힐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생 뭘 해야 할지 정하면 된다는 사람도 있었고, 내가 일하게 될 분야의 인맥과 기반을 쌓으라는 사람도 있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라는 사람, 결혼을 하라는 사람 등 다양한 말을 들었지만 나는 그 말들이 모두 같은 말로 들렸다. 


 "뿌리를 내릴 곳을 찾아"


 20대까지는 열심히 탐색하고 방황하고 그런게 아름다운 시기다. 만일 갓 스무살이 된 새내기가 나에게 '20대엔 어떻게 살아야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마음껏 방황하고, 모든걸 경험해보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게 아름다운 나이니까.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게 있는 거다. 그렇다면 나의 30대는? 앞서 말했듯 답은 나와 있다.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그 나마 다행인 것은 "뿌리를 내려"가 아니라 "뿌리를 내릴 곳을 찾아"라는 것이다. 물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면 더 좋겠지만, 찾기만 해도 성공인 거다. 그러니까 아직은, 좀 더 탐색해도 된다는 뜻? 아니다. 20대의 탐색과는 다르다. 30대의 탐색은 좀 더 현실적이고 선택의 폭도 좁다. 많은 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뿌리를 내리는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보통은 세가지 정도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듯 하다. '나는 어디서 살 것인가', '나는 어떤 직업 혹은 산업을 택할 것인가', ' 나는 누구와 살 것인가'가 그것이다. 아직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만 슬슬 내 집을 마련해야 하고, 어떤 분야에서 일할지도 확실하게 해야한다. 또 결혼을 하든 안하든 그것도 나름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 


 물론 살다가 중간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므로 항상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기본설정'이라는 것이다. 기본설정을 해두면 바꾸기 위해서는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하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커리어를 쌓아오다가 갑자기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는것이 쉽지 않듯이. 그래서 더 신중하고,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회적으로 기준을 잡을때, 한세대를 30년으로 친다. 그건 무얼 뜻하는 걸까. 어느정도 무르익은 나이라는 뜻이 아닐까. 더이상 말랑말랑하기만 하지 않고 어느정도 틀이 잡혀졌기 때문에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것도 어렵지 않다. 30년간 반복된 패턴이라면, 그게 자기자신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을 발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패턴을 잘 보고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는데, 괜히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 하는것보다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해바라기로 태어났으면 괜히 장미를 부러워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말고 해바라기로서의 가치를 찾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게 낫단 소리다. 


 어린 나무가 물이 많은 곳을 찾아 여기저기로 뿌리를 뻗듯, 우리도 현실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결론이 났으면 시도해 보는거다. 한번에 하나씩, 아주 조심스럽게. 


 나는 40정도에 은퇴를 하고 내 관심분야를 파고 들 예정이다. 그리고 언제든 돌아갈 수 있도록 고향에 집 하나를 마련할 거다. 처음엔 막연하고 허무맹랑해보였는데, 자꾸 생각하면서 찾아보니 주위 사람들도 이제는 제법 진지하게 받아준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지도 드러나는데, 씁쓸하다기 보다는 그동안 내 생각이 너무 막연했다는 느낌이다. 


 일단 재무계획은 대략적으로나마 세워두었고, 시간날때마다 틈틈이 시골에 집을 보러 다닐거다. 지금 하는 일과는 별개로, 내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조금씩 자료를 모으면서, 하나씩 시도해 나가는 거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결심한건 아니고, 이렇게 확정하는데만 2년이 넘게 걸렸다. 뭐 하나를 잡기가 어렵다기 보다는 어떤걸 포기하기게 어려웠던것 같다. 


 



 나무는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중에 유일하게 중력을 거스른다고 한다. 중력을 거슬러 성장하는 생명체. 하늘을 동경하며 높이 쭉쭉 자신을 뻗어 나간다. 땅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하늘을 포기하지 않는 저 나무가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웅장한 나무로 자라려면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튼튼한 뿌리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무를 지탱하고 계속 성장시켜나가기 위해 뿌리는 땅속에서 치열하게 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뿌리를 내리라는 말은 꿈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꿈꾸는 것에 다가가기 위해 일상의 삶을 확실하게 관리하고 흔들리지 않게 만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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