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편집자님과 함께 공을 들인 책이 나왔습니다.
시골로 돌아온 이후의 6년을 담은 책입니다.
처음에는 여기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고민했지만, 저처럼 조금 더 여유롭고 넉넉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 될만한 내용을 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제가 겪은 일들을 녹여낸 꿀팁(?)이나 생생한 경험을 적으려고 노력했어요.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라는 제목에서 보듯, 저는 대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그리고 제주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살았습니다. 일은 고되도 너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그 안에서 만난 이들과 새로운 가능성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대도시를 떠나고 싶지만 직장때문에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분들께도 용기를 드리고 싶었고요.
사실, 대도시만큼 많지 않아서 그렇지 지방의 작은 도시들에도 생각보다 쏠쏠한 일자리가 존재한답니다. 만일 직장생활을 하실게 아니라면 그 기회는 더 많고요. 다만 도시처럼 정형화된 일자리보다는 그때그때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보니 '이러이러하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을 뿐이예요. 실제로 임기제 공무원인 저보다 대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내려와 창업한 친구들이 더 큰 기회를 얻었고요.
책을 쓰고 나서 지방소멸이나 로컬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면서 새롭게 느낀점(?)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도시와 시골'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르게 캐치하지 못했는데, 더 공부해보니 언제까지 서울에 사람이 많고, 시골에 사람이 적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있던 의성의 합계출산율은 서울의 두배 수준입니다. 시골에서 더 높은 출산율을 보이지만, 지방소멸의 위기가 심한 이유는 젊은 인구가 유출되기 때문인데요. 만일 20대의 젊은 인구가 서울로 유출되는 트렌드가 서서히 없어진다면? 혹은 서울에서 공부하고 다시 돌아오는게 트렌드가 된다면? 그때도 과연 서울이 지방보다 소멸 위기에 더 안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지금 서울은 20대가 유입되지만 30대는 순전출이 많다고 해요. 그만큼 인구도 줄어들고 있고요. 아직까지는 2030에게 '서울은 성공, 지방은 낙오'라는 해묵은 가치가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점차 확대되는 재택근무나 청년층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트렌드가 바뀐다면? 그렇게 되면 오히려 지방에 더 큰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같은 연식, 같은 평수의 시내 아파트가 시골에서는 서울의 1/10 가격이니까요. 옆나라 중국은 이미 대도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시골로 과감히 돌아오면서,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루고 싶었던 것들의 80%나 이루었습니다. 대도시에 살면서 꾹꾹 눌러썼던 버킷리스트들을, 너무나 손쉽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볍게 이뤘어요. 만일 제가 떠나지 않았다면 과연 이루었을까 반문해봅니다만, 아마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도시를 옮길때마다 판이 바뀌는 기분, 나의 가치가 달라지는 기분은 다시 돌이켜 봐도 짜릿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도시를 갈까 말까 망설이는 2030 청년분들께 한마디 더 해드리고 싶어요. 대도시는 우리의 젊음을 하찮게 여기지만 작은 도시는 버선발을 신고 뛰어나와 반겨준답니다. 제가 지자체 지원사업의 수혜자는 아니었지만, 어딜가든 '젊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는 기분은 꽤 좋았습니다(시골에선 20~40대까지 다 젊은사람입니다). 자신감도 생기고요. 여러분이 가진 자원을 제대로 인정받는 곳에 한번쯤은 몸담아 보는걸 추천드립니다. 텃세가 걱정되신다고요? 책에도 나와 있지만, 농사 안짓고 시내에 사시면 모든게 해결됩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작은 도시에는 생각보다 여러 갈래로 길이 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