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에게 가는 길

백석에게 보내는 자야의 마지막 편지

by 김홍열

길상사에 첫 눈이 내리면

나를 이 곳에 뿌려 주오


달빛 받아 하얗게 빛나면

내 님이 오신다 했어요


멀리 저 멀리 북간도에서

그 옛날 흰 당나귀 타고


첫 눈이 길상사에 내리는 날

조용히 눈처럼 오신다 헸어요


++


시인 백석의 여자 자야는 젊은 시절 백석을 만난 이후 평생 백석을 잊지 못하고 혼자 살면서 백석이 다시 오기만을 기다렸다. 지금은 길상사라는 절이 된 요정 대원각에서 긴 시간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오직 백석의 시 하나하나 읊으면서 님이 오시기만 기다렸다. 눈이 오는 깊은 겨울날 밤, 저 멀리 북간도에서, 젊은 시절 가끔 그랬던 것처럼, 내 님은 흰 당나귀 타고 오시리라. 눈처럼, 이 길상사에 내 님이 내리시면, 나 님이 타고 온 흰 당나귀 같이 타고,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리라. 둘이서 처음 만나던 그 날 밤, 나에게 자야라고 불러주던 당신의 음성 아직 그 공간에 가득한 시간으로 돌아가리라. 밖에는 계속 눈이 내리고 당신은 나를 위해 시를 쓰는 그 시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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