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시간과 샤먼의 주술

by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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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시간과 샤먼의 주술


원시적 종교 또는 종교의 원초적 형태 안에 공유되어 있는 속성 중 하나는 시간의 영원한 흐름이다. 어느 순간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죽음은 시간의 단절이 아니라 장소의 이동이다. 장소 하나는 육체 안에 갇힌 시간이 흐르는 곳이고 다른 장소 하나는 물질을 벗어나 순간에서 영원으로 순환하는 시간이 흐르는 곳이다.


장소 하나와 다른 장소 하나 사이에 공간이 있다. 장소의 이동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영혼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다. 공간에 있는 영혼을 다른 장소로 옮겨주는 이가 샤먼이다. 장소 하나와 공간의 시간 흐름은 같기 때문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른 시간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샤먼의 주술은 죽은 자를 소환한다. 육체 안에 갇힌 그 긴 시간, 긴 고통을 대언한다. 건지고 씻기고 위로하고 다른 장소로 안내한다. 다른 시간으로 인도한다.


잠시 짧은 환상, 엑스타시, 접신이 일어날 때 샤먼의 몸 안에는 순간적으로 여러 개의 시간이 존재한다. 흐름, 순환, 단절의 시간들이 공존하면서 모든 공간의 매개자가 된다.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육체에 공존한다. 우리 안에 오래된 샤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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