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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Oct 04. 2016

상처받은 자이니찌 윤건차의 목소리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 윤건차 지음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가 떠 올랐다.  둘의 공통 키워드는 '슬픈 역사'다.  단지, 이 삼성이 좀 더 쿨하고 담담하게 묘사했다면, 윤건차는 눈물 젖은 눈으로 읊조린 것이 다르다.  이 삼성이 영화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할 때, 윤건차는 시를 통해서 역사를 기억한다. 내내 가슴이 저렸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발설하지만, 기실 우리가 아는 것은 상처가 이미 아문 그 작은 흉터가 전부일 때가 많다. 상처받은 자이니찌 윤건차의 목소리는, 그래서, 많이 슬프다. 아픈데, 많이 아펐고, 지금도 아픈데, 남들은, 많은 사람들은 그저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 알아 달라는 것이 아니다. 감추지 말고 드러내서, 내가 아픈 것이, 자이니찌가 아픈 것이 '사회적 아픔'이라는 것, 어떤 개인에게 귀착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 배후에는 '천황'과 '조선'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자는 것이다. 윤건차는 그런 스토리를 잘 묘사했다. '사회과학'적으로. 그래도 슬프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계속 '천황'과 '조선'속에서 살고 있다. 


++

p.s 이 글은 2010.8.25일 밤 9시 55분에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3 ~ 년쯤 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전에 썼다. 여기에 다시 올리는 이유는 윤건차의 최근 신작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읽은 책을 조금이라도 기억해야 지금 독서가 쉬울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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