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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Oct 07. 2016

"그래도 남은 것은 사람이올시다"

초판본 이용악 시선 이용악 저/곽효환 편 | 지만지


이용악의 다음과 같은 시는 참 좋다


달빛 밟고 머나먼 길 오시리

두 손 합처 세 번 절하면 돌아오시리

어머닌 우시어

밤 내 우시어

하아얀 박꽃 속에 이슬이 두어 방울  [달 있는 제사. 전문]


다음과 같은 시도 참 즐겁다


누구나 한 번은 자랑하고 싶은

모든 사람의 고향과

나의 길은 황홀한 꿈속에 요요히 빛나는 것

손ㅅ벽 칩시다 졍을 다하야

우리 손ㅅ벽 칩시다 [노래 끝나면 일부]


그러나 이용악 시 대부분은 무겁고 비장하고 산문적이고 선언적이다. 글자 그대로 지식인의 참여시다. 그가 살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나 역시 같은 풍의 시를 썼을 것 같다. 처음 북녘 땅의 서정에서 출발했지만 시대를, 사상을, 인생을, 혁명을 알아가면서 어찌 서정에만 머물 수 있었겠는가. 동의한다. 그러나 그래서 그의 시가 지금 읽기에는 재미가 없다. 물론 그의 책임은 아니다. 내 잘못도 아니다. 그저 시대가 변했을 뿐이다. 좋은 표현 몇 개 기록해 둔다.


江岸에 무수한 해골이 딩굴러도

해마다 季節마다 더해도

오즉 너의 꿈만 아름다운 듯 고집하는

江아

天痴의 江아


나의 祖國은 내가 태어난 時間이고

나의 領土는 나의 雙頭馬車가 굴러갈

그 久遠한 時間이다


웃음으로 웃음으로 헤어져야

마음 편쿠나

슬픈 사람들끼리


모든 기폭이 잠잠이 내려앉은

이 항구에

그래도 남은 것은 사람이올시다


이용악은 어느 순간 자연, 고향에서 인간, 사회로 시선을 돌렸다. 위 시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인간/사람은 사회적, 정치적 존재다. 뮤즈가 아니다. 백석이 계속 사랑/사람에 머문 반면에 이용악은 사람/사회로 전환했다. 시인이 꿈꾸는 사회는 어떤 미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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