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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Nov 07. 2016

“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

인간 인터넷, 마이클 린치, 이종호 옮김

“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


영어 제목은 INTERNET OF US 다. 번역하면 ‘우리 인터넷’ 정도가 적절해 보이는데 저자와 출판사는 ‘인간 인터넷’으로 번역했다. 괜찮은 것 같다. 한참 유행하고 있는 사물 인터넷 INTERNET OF THING과 대비되어 의미 전달이 잘된다. 또 영어 단어 US를 수용하는 두 문화가 서로 달라 ‘우리’로 번역하면 오해에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한국어 ‘우리’는 구별이 분명한 단어이자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터넷’은 바로 ‘너희 인터넷’을 연상시킬 수도 있다. 인터넷은 차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저자 마이클 린치가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정말 심플하다. 인터넷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심플하게 서술했다. 결론은 이렇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反) 기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 누구보다 인터넷을 잘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다. 구글 검색도 많이 이용하고 SNS도 잘 쓰고 있다. 인터넷이 가져올 미래 세계에 대해 낙관적이기도 하다. 이제 결론은 명확해졌다.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잘 이해하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그 많은 데이터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러셀이 주장한 요지는 단순한데, 그에 상응하는 지혜의 성장이 따르지 않는 지식의 성장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이와 비숫한 염려에 자극을 받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쓴 것이다. 머리말에서  


지식이 많다고,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우리의 이해가 자연스럽게 확장되거나 깊어지지는 않는다. 또 그 지식, 정보, 데이터가 항상 옳거나 정확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떻게 할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미 죽은 여러 철학자들을 잠시 부활시킨다. 


플라톤 대화 편에 나와있는 세 가지 명제 1. 어떤 것을 아는 것은 단지 그것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는 다르다. 2.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안다고 할 수 없다. 3. 의견이 나 믿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행동을 할 때 중요하다. P 33-34 

 

로크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진정한 지식은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관찰 또는 자신의 기억이나 논리적 추론 등을 사용하는 데에서 나온다는 것처럼 보인다. P 61 


저자는 자신의 모친도 로크와 비숫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잠시 모친을 철학자 반열에 올려놓기도 한다. 효자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합리적이고 주체적 사고다. 그리고 그 사고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계속 변화되는 과정에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니 합리적이다, 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데이터는 항상 이론에 의존한다고 토머스 쿤의 입을 빌어 주장한다. 거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분석의 틀, 이론이 있어야 데이터가 빛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조적 통찰력을 강조한다.

 

데카르트의 파리 이야기 그리고 뉴턴의 사과 이야기나 아인슈타인의 시계 이야기들이 교훈적인 이유는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통찰이 이해의 순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가 강조하기 때문이다. P 254 

 

다 옳은 말이다. 통찰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 오랜 숙고 끝에 나오기도 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안다. 다 읽고 나니 좀 허탈하다. 책 표지 하단에 “ 인식론의 세계적 석학 마이클 린치 교수가 디지털 시대에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결국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이미 다 나온 이야기들이다. 철학도 아니고 정보사회학도 아니고 그 중간 어디쯤에서 무엇을 인식한 것 같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새삼 인식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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