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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Nov 22. 2016

“저는 세계 전쟁이 임박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와 반복,  가라타니 고진 저 / 조영일 역 

역사와 반복 


“저는 세계 전쟁이 임박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라타니 고진이 자신의 인터뷰집에서 한 이 말이 점차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주장의 근거는 역사에 대한 그의 인식론에 근거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근대 자본주의 이후 화폐 경제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여러 모습으로 위장하고 가끔 폭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게 전쟁이다. 이 책은 그 드러냄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다. (2016.11.22)  


올 초에 읽기 시작했다가 중간에 잠시 접었다. 가방에는 항상 있었지만 읽을 맘이 안 생겨 그냥 갖고만 다니다가 최근 다시 읽기 시작해서 겨우 일독했다. 다시 읽으려고 책장을 펼치니까 앞부분이 기억 안 나서 처음부터 읽으려 하다가 그냥 이어서 읽기 시작했고 다 읽은 다음에 독후감을 쓰려고 노트북을 켜니까 처음 부분을 모르면 힘들 것 같아 결국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이런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 중간에 흐름을 놓치면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원제는 [종언을 둘러싸고]이다. 고진의 표현대로 하면 ‘종언’을 인식하게 될 때 ‘기원’을 생각하게 된다. 그 종언이 어떤 종언인지는 그 종언의 기원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고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근대문학의 종언이 설득력 있는 이유도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출발했다. 기원과 종언은 한 쌍을 이루면서 역사의 특정 시기에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드러냄이 반복된다. 이것이 이 책의 주 요지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 물론 개개의 사건의 반복된다는 것이 아니고 구조적 특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구조적 특성은 자본주의의 경기순환과 관계가 있다. 경기순환을 통해 ‘억압된 것’이 회귀한다. 구체적으로 ‘의회제’와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representation’ 문제다. 이런 시스템들은 억압적이다. 그러나 반복은 또는 회귀는 억압된 것의 안티테제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억압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구멍’때문에 나타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구멍은 화폐다. 화폐는 인간의 의지를 넘어 무한한 자기 증식 운동을 한다. 고전 경제학자 또는 신고전 경제학자에게 화폐는 가치 척도 표시나 지불수단이다. 요컨대 눈에 보이는 존재다. 그 사실이 화폐를 통해 물건이 상품 형태(가치 형태) 일 수 있다는 사실이 은폐된다. 은폐가 드러나는 것은 공황 때이다. 공황 때 화폐는 신이 되고 모두 그 앞에서 절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잠시 잊혔다가 다시 반복된다.


의회제 역시 하나의 구멍이다. 의회제가 representation 하는 것은 사실상 실체가 없다. 왕이나 대통령이 아니다. 화폐처럼 존재 = 무,  로서 존재한다.


“ 나중에 켈젠이 말한 것처럼, 보통선거에 기초한 의회에서 ‘대표’는 신분 대표제 의회와 달리 그저 의제 (擬制)에 지나지 않는다. 즉 거기서 ‘대표하는 것’과 ‘대표되는 것’에 필연적 관계가 있을 수 없다. 마르크스가 강조한 것은 정당이나 그들의 담론이 실제 계급들로부터 독립해 있다는 것이다.  P 24 “


고진은 보나파르트에게 투표한 농민의 사례를 들고 있다. 그들은 보나파르트를 자신의 대표자가 아니라 황제로서 지지했다. 히틀러, 일본 천황제 파시즘 역시 마찬가지다. 의회제의 구멍은 경제공황과 조응하여 나타나고 일정 기간 반복되어 나타난다. 마르크스가 [ 브뤼메르 18일]에서는 10년 경기 순환이었고 콘트라티예프의 장기 파동은 60년 주기, 그리고 고진이 말하는 주기는 120년이다. 이런 순환의 원리는


“ 그것은 일반 이윤율의 저화와 보다 근본적인 기술혁신의 채용과 관계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적 공황 – 대불황과 동시에 자본제 생산의 기축 상품 (세계 상품)의 교환을 가져왔다. 면공업에서 중공업, 내구소비재, 다시 정보산업으로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전 사회적 재편성을 가져왔다. 장기적 경기순환이 그저 경제적 차원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고 이야기되는 것은 그런 구조론적 인과성 때문이다 p 42 “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의회제와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representation’은 서로 조응하면서 반복된다. 책 이름이 역사와 반복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까지 쓰자. 다시 읽고 쓰려니 재미도 없고 쉽게 써지지도 않는다. 끝으로 하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고진의 이 책이 출판된 후 옴진리교 교도들이 고진의 이 책을 읽고 1999년 미일 전쟁과 같은 카타스트로프를 예상하고 선봉에 서서 행동했다고 한다. 그 친구들 참 유식히다. 우리나라 철없는 사이비 교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돈과 여자뿐이 모르는 천박한 목회자와 장로들에 비하면 오히려 그들의 교양 수준이 부럽다. 물론 그 독해 능력만...    


p.s 네이버 블로그 2015.06.22. 21:39 에 쓴 글이다. 네이버에서 하나씩 이사하고 있다. 


++


1부 역사와 반복
1. 서설: 『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
1. 첫머리 / 2. 대표제의 문제 / 3. 입법권력과 행정권력 / 4. 룸펜과 국가 장치 / 5. 역사의 반복 / 6. 경기순환으로서의 반복 
2. 일본에서의 역사와 반복

2부 근대 일본에서의 역사와 반복
1. 근대 일본의 담론 공간-1970년=쇼와 45년
1. 구분 / 2. 메이지(明治)와 쇼와(昭和) / 3. 근대 일본의 담론 공간 / 4. 다이쇼적인 것 / 5. 천황제의 변용 / 6. 노기(乃木) 장군의 죽음 / 7.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 / 8. ‘쇼와’의 회귀 
2. 오에 겐자부로의 알레고리-『만 엔 원년의 풋볼』
3. 무라카미 하루키의 풍경-『1973년의 핀볼』
4. 근대문학의 종언

3부 불교와 파시즘
1. 불교와 근대 일본
2. 사카구치 안고
3. 다케다 다이 준

미 주
후 기
게재지 일람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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